'십시일반', 지상파 드라마도 변해야 산다!

넷플릭스 미드를 연상시키는 완성도에 호평세례

2020.07.31
사진제공=MBC


유명화백 그리고 그의 가족과 지인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다. 갑자기 그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비슷한 시각 화백의 딸에게는 유언장이 발견되고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잇속을 차리며 사건은 안개 속으로 숨어든다. 다수의 주인공, 살인사건 그리고 밀실.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숱한 추리소설의 도입부다. 그리고 2020년 7월, 그 그림은 생동하는 여러 배우들의 얼굴과 몸에서 실재감 있게 살아났다.

MBC는 지난 7월22일부터 8부작 미니시리즈 ‘십시일반’(극본 최결, 연출 진창규)을 방송하고 있다. 이미 ‘스카이캐슬’을 통해 명성을 얻은 배우 오나라를 비롯해 넷플릭스 ‘킹덤’에서 계비 조씨로 이름을 알린 김혜준 그리고 김정영, 남문철, 이윤희, 남미정, 한수현, 최규진, 김시은 등 TV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잘 모르는 얼굴들이 주루룩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공력은 만만치 않다. MBC는 ‘십시일반’을 통해 또 하나의 도전이자, 실험에 나섰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조금씩 자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1회부터 줄거리를 타고 자연스럽게 몰입을 부르는 전개는 툭하면 남녀주인공의 클로즈업을 박고 심심하다 싶으면 PPL을 끼워넣는 요즘의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모양새다. 그리고 8회다. 빠른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한 회에서도 여러가지 반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느새 한 시간의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사진제공=MBC

최근 드라마 좀 본다는 이들은 모두 이해할 수 있겠지만 ‘십시일반’은 우리나라 지상파의 드라마 느낌보다는 넷플릭스의 어떤 카테고리에서 결제해 보는 듯한 느낌이 있는 작품이다. 미장센에 공을 들인 세트나 배우들의 표정을 잡는 카메라 워크가 그렇고, 가족은 모두가 선하다는 우리 드라마 대전제를 조금씩 해체해가는 주제의식이 그렇다. 분명 누가 봐도 많이 볼 것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TV에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의 드라마가 바라보고 있는 시장인 시청자들은 이미 양분됐다. 가장 크게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으로, 그 안에서도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으로 양분된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드라마를 하는 시각 TV 앞에 있지 않고 손바닥만 한 모니터를 통해 유튜브의 콘텐츠를 본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다운로드 해놓은 과거의 작품에 몰두한다.

우리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미드’에 탐닉한다. 넷플릭스는 그 좋은 놀이터다.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의 양질 작품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게다가 감질나게 한 회를 보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고통도 없다. 첫 회를 틀어놓기 시작하면 마지막 회까지 그냥 달릴 수 있다. 시장이 이렇게 바뀌다보니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유튜브에 얹을 만한 가볍고 짧은 작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넷플릭스에 들어갈 만한 대단위 자본과 노력의 작품을 만든다. 소비자가 양분되나 공급자도 양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봐야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지상파의 연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정해진 편성시간이 있기 때문에 10분, 15분짜리 웹드라마 스타일은 접근할 수 없다. 그럴 바에는 4회치를 묶어 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 지상파의 편성룰에는 훨씬 적당하다. 편성은 프로그램이 적어도 맡아줘야 할 시간을 일정하게 주는데, 보는 시간도 장소도 시시각각 바뀌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지상파가 스마트폰의 플랫폼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사진제공=MBC

그렇다면 고급화 전략을 꾀할 수밖에 없다. 미드에 열광하는 시청자 층은 드라마는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의 천편일률적인 구성과 주제의식은 싫어한다. 그렇다면 소수의 시청자들이라도 확실히 충성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십시일반’처럼 살인사건을 다루는 블랙코미디 느낌의 추리극이 방송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덮어놓고 TV를 보던 시절,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재가 어디든 널려있다. TV 역시 시청자가 고를 수 있는 미디어의 플랫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TV는 다른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색적인 주제와 화면 그리고 짧은 회차의 ‘십시일반’은 지금의 시대를 사는 지상파 연출자들 고민을 보여준다. 

과거 한여름은 납량특집극이 차지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작품들이 어쩌면 지금 넷플릭스에서 유행하는 그러한 장르물의 원조인지도 모르겠다. 달라진 환경은 생물체에게 진화를 요구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보게 하려면 변해야 한다. ‘십시일반’은 그 과도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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