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백종원의 세 얼굴!

외식 경영전문가, 동네형, 요리강사로 팔색조 매력

2020.07.22
'백파더', 사진제공=MBC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 시대다. 오늘날 사람들은 중국 전통 가면극 '변검술'처럼 순간 순간 가면을 바꿔 쓰는데 능숙하다. 이를테면 30대 마케터 A씨는 복수의 SNS 계정을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쌤'이었다가 육아일기로 소통하는 '다둥맘'으로 정체성을 전환한다. 현대인은 스스로 창조한 페르소나를 쓰고 벗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는 예능 방송가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은 화려한 조명 속 드럼을 연주하는 '유고스타'의 가면을 썼다가, 트로트를 간드러지게 부르는 '유산슬'의 페르소나로 금세 모습을 바꾼다. 최근 유재석은 새로운 가면 '유두래곤'을 쓰고 혼성그룹 싹쓰리의 멤버가 되어 음원차트 1위의 기쁨도 만끽하고 있다.

이외에도 45년생 트로트 가수 '김다비'로 분한 개그우먼 김신영, 미국 LA 한인 타운의 미용실 재벌 '린다G'의 가수 이효리, 아시아의 3대 용 '비룡' 가수 비 등 매력적인 '멀티 페르소나'를 내세운 연예인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와 별개로 캐릭터 설정을 통해 구태여 소개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설명이 되는 '멀티 페르소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백종원이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가면 이름은 다름 아닌 '백종원'이다. 백종원은 특별하게 연출된 가면 없이도 제 얼굴을 바꾼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멀티 페르소나'다. 이 자연스러운 가면은 백종원이 대체불가한 독보적인 예능인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MBC '백파더' 등 3개 예능에 출연 중인데, 각 PD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자신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있다. '요리 잘하는 푸근한 아저씨'라는 본래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가면을 쓰고 기민하고 영리하게 변신한다. '요리'라는 일관된 소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3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백종원에 대한 식상함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이유다. 

여러 식당 브랜드를 보유한 더본코리아 CEO인 백종원은 '골목식당'에서 전국 요식업 사장님들의 고민을 함께 하고 컨설팅 해주며 외식 경영 전문가로서 면모를 톡톡히 보여준다. 벌써 2년6개월째 수요일 밤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골목식당'은 방송 출연만으로도 '맛집'을 탄생시킬 만큼 파급력이 대단하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초심', '청결', '상생' 등 장사의 기본 철학과 마인드를 공유하는 동시에 요식업 선배로서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엄격하고 깐깐한 평가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맛남의 광장'은 당초 지역 특산품이나 로컬 푸드를 이용해 신메뉴를 개발해 휴게소, 철도, 공항 등의 이용객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인데,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컨셉트를 살짝 비틀었다. 위축된 농가와 시장을 돕는 '신메뉴 개발'이라는 큰 골자는 유지하되, 게스트를 초대해 음식을 함께 맛보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백종원은 양세형, 김희철 등 연예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개발한 신메뉴를 직접 만들어 먹이며 '동네 형'같은 푸근한 매력을 물씬 풍긴다. 

'백파더'의 백종원은 요리에 서툰 사람들을 통칭하는 이른바 '요린이'의 쿠킹 클래스 선생님으로서 소통을 꾀한다. '백파더' 백종원은 요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했어요"를 아끼지 않는 친절한 선생님이다. 특히, '요르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어르신 수강생이 내놓은 기상천외한 요리에 크게 당황하는 백종원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어수선한 생방송으로 말이 많았던 '백파더'는 원격을 통해 이뤄지는 백종원과 49명 수강생들의 '케미'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듯 보인다. 

백종원은 '요리'라는 한 분야에서 뚜렷한 전문성과 연륜, 신뢰를 바탕으로 '백종원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완성시켰다. 수많은 예능 트렌드의 밀물과 썰물 가운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백종원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나아가 백종원은 무려 3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타이틀롤의 역할을 담당하며 다채로운 '멀티 페르소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백종원의 다음 가면은 어떤 모습일까. 아내인 배우 소유진의 자상한 남편일까, '딸 바보'의 다정한 아빠일까. 그의 가면놀이가 어떻게 변모할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최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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