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친구들', 초반 당혹감 만회할 필살기는?

2020.07.21
사진제공=JTBC


예열이 좀 길었다. JTBC 금토극 ‘우아한 친구들’(극본 박효연·김경선, 연출 송현욱·박소연)이 4회 엔딩으로 비로소 본격적인 스토리를 시작한다. 

지난 10일 첫 방송한 ‘우아한 친구들’은 20년 지기 우정의 중년 5인방 중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은 직후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하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다. 특히 스토리의 중심에는 완벽해 보이는 ‘워너비’ 부부 안궁철(유준상)-남정해(송윤아)가 있는데, 어느 날 남정해가 바에서 혼술을 하다가 옆자리 주강산(이태환)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나체 사진이 찍히는 등 유린을 당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흥미를 자극한다.

18일 방송한 4회 엔딩에서는 주강산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격분한 안궁철이 주강산의 집을 찾아갔다가 피를 흘린 채 죽어있는 주강산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앞으로 주강산을 죽인 범인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남정해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려는 안궁철의 이야기, 그와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과거 비밀들이 들춰지며 이번 사건과 과거 사건이 톱니바퀴 물리듯 절묘하게 맞물리는 이야기로 재미를 높일 전망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첫 회를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으로 출발해놓고 그때부터 지금껏 각 인물을 소개하느라 힘을 너무 뺐다. 물론 20년 지기의 우정과 각 인물의 부부관계,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다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호의적으로 생각해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결단이 빠른 시청 패턴을 고려하면 첫 회만큼은 사건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다양한 장면으로 인물 소개에 나섰던 ‘우아한 친구들’ 첫 회는 특히 퇴근후 아지트로 삼는 동네 호프집에 모인 5인방이 허물없이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에 공을 들였다. 서로에게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려는 듯한 장면이었는데, 그 뒤로 시트콤이 펼쳐져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다. 이들이 모임을 마치고 나가려던 찰나 건달들과 시비가 붙으면서 몸싸움이 나고 끝내는 경찰 지구대까지 가는데, 여기서 ‘동생’들을 챙기러 나타난 건달의 우두머리가 이들 5인방 중 비뇨기과 원장인 정재훈(배수빈)을 알아보고는 “인생을 구해준 분”이라고 무릎을 꿇으며 태도를 바꾼 에피소드가 등장한 것이다.

사진제공=JTBC
휘몰아쳐 시청자들을 몰입시켜도 모자랐을 시간에 굳이 이런 장면을 왜 넣었을까. 이외에도 ‘우아한 친구들’은 친구들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미스터리 서스펜스에서 기대할 분위기라기보다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주제가로 하는 휴먼드라마나 ‘아재 개그’의 필이 충만한 코미디에나 어울릴 듯한 장면이 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뭉치기만 하면 웃지 못할 촌극이 되는 중년의 사고뭉치들이라는 설명이자, ‘우아한 친구들’이 사실은 결코 우아하지 못하다는 역설을 초반에 확실히 인지시키는 에피소드들인지는 모르겠다. 모든 서스펜스물이 천편일률적으로 음침하고 기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아한 친구들’만의 색깔로 봐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사설이 아니라 복잡한 미스터리 서스펜스물의 특성상 나중에 꼭 필요한 떡밥들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많이 쓰는 말로 “닥치고! 재미있거든!” 하게 되는 게 아니라 “한번 두고 보지 뭐” 하는 심정이 더 많이 든다는 점은 ‘우아한 친구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아한 친구들’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가장 문제다. 

중년의 애환을 깊이 있게 다루고 싶고, 도발적인 19금 에피소드도 넣으면서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시청자들에게 추리하는 재미를 주는 드라마이고도 싶은 게 지금의 ‘우아한 친구들’인 듯 보인다. 안방극장에서 이제 당연시될 만큼 다양한 복합장르가 나오니 이 정도로 ‘우아한 친구들’이 지금 과한 욕심을 부린다고 할 건 아니다. 그러나 하나로 잘 조화되지 않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 많은 걸 담으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게다가 시청자들에게서 영화 ‘완벽한 타인’, JTBC ‘부부의 세계’, ‘품위있는 그녀’ 등의 아류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는 사실이 애석하다.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면 아류가 아니라 ‘제2의’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리라. 결국, 점점 더 고퀄리티 콘텐츠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시청자들 성에는 차지 않는 ‘우아한 친구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고퀄리티의 웰메이드 명작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소위 ‘B급’에도 열광해줄 시청자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B급만의 매력이 A급 못잖게 인정되는 시대다. 그런데 ‘우아한 친구들’은 고급스러움을 지향했으면서 이야기를 담은 모양새는 그리 세련되지 못해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전회 19금’이라고 요란을 떨며 앞서 ‘부부의 세계’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심리를 불러 일으켜놓고, 대부분은 아재 개그를 펼치고 있으니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면도 있다. 
사진제공=JTBC

다만 배우들의 면면이 감히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가장 먼저 여주인공 송윤아가 ‘우아한 친구들’에서 ‘우아한’ 캐릭터를 전담하며 시선을 끌어당긴다. 송윤아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듯한 정신과 의사 남정해로서 극초반 당당한 우아미를 뽐냈다. 최근에는 주강산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건에 끌려가는 위태로운 모습을 그리며 연기력을 보여줬다.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 등으로 누구라도 남정해의 심리를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남자 주인공 안궁철 역은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친구들을 살뜰이 챙기는 ‘오지라퍼’로서 그 표본 같은 배우 유준상이 맡아 싱크로율 100%의 모습을 펼치고 있다. 시커먼 속내도 없거니와 자신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솔직하게 직진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유준상이어서 극중 아내로 인해 좌불안석이 된 안궁철을 더욱 안쓰럽게 만들고 있다. 

주강산 역의 이태환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과묵한 모범생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나와 이태환이 맞는지 등장인물을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강력한 빌런의 등장이 극의 재미를 높이며 환호받는 시대인 만큼 광기 어린 표정으로 남정해를 위협하는 주강산을 제대로 표현한 이태환이 4회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밖에 배수빈, 한다감, 김성오, 김혜은, 정석용, 이인혜, 김원해, 김지영 등 각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스토리의 흡입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 배우들이 앞으로 극중 주강산의 죽음, 그리고 플래시백으로 등장한 20년 전 대학 교수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가는데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정황으로는 남정해가 주강산을 살해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앞으로 각 캐릭터의 비밀이 하나하나 풀어지면서 용의자가 뒤바뀌기도 하고 진범에 가까워지기도 하며 추리의 재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아한 친구들’은 이들 한명 한명의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최근 첫 회부터 사건을 빵 터트리고 시작하는 드라마의 트렌드와는 달리 4회까지 예열하는 시간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돈되지 않은 시간을 배우들만 믿고 따라오니 드디어 본격 스토리의 포문이 열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삐져나온 아쉬운 일성들을 무색하게 할 한방을 ‘우아한 친구들’이 앞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비슷한 설정으로 인해 짜깁기한다는 인상을 지워줄 스토리의 파괴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 





목록

SPECIAL

image 반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