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전미도가 그리는 마지막 사랑

'슬의생' 전미도 정문성의 반가운 뮤지컬 무대 귀환!

2020.07.16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는 다섯 명의 동기 의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였다. 그중 홍일점 채송화 선생 역으로 전미도가 캐스팅돼 이슈가 되었다. 대중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전미도는 안방극장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른다. TV에서는 신인일지 모르지만 전미도는 남녀 배우를 통틀어 현재 연극과 뮤지컬 두 장르에서 대형 작품의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배우이다. 전미도가 대중들에게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후 다시 무대를 찾았다. 그 첫 작품이 소극장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터라 좀 더 화제작을 선택할 줄 예상했지만 역시 전미도의 선택은 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4관왕,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상을 차지한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2016년부터 뉴욕에서 동시 개발되어 2020년에는 아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려 뮤지컬의 본고장에서도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일본에서도 두 차례 공연이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전미도가 2015년 작품 개발 단계인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창작진과 함께 작품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작품이다. 그가 맡은 클레어는 창작진과 전미도가 함께 만들어낸 자식 같은 캐릭터다. 그의 대중적 인기가 어찌 됐든 무대 위의 전미도는 예전 그대로의 행보를 이어갔다. 3번째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이전보다 미래적인 느낌을 가미한 무대로 새롭게 꾸몄다. 초연 무대부터 참여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문성(도재학 역)이 올리버로 참여해 다시 호흡을 맞춘다.

 

작품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 서울 메트로폴리탄이다.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든 헬퍼봇 올리버(정문성)와 클레어(전미도)는 쓰임을 다하고 낡은 로봇 전용 아파트에 살아간다. 책상 서랍에 하나쯤 있는 버전이 낮은 구모델 핸드폰처럼 이들은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수명이 다해 간다. 올리버는 기능이 많지 않고 디자인은 토속적이지만 내구성이 좋고 튼튼한 헬퍼봇5인 반면, 클레어는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이 세련됐지만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잔고장이 많은 헬퍼봇6이다. 사교성이 1도 없어 오직 집안에서 화초를 키우고 LP판으로 오래 된 재즈를 듣는 것이 전부인 올리버. 그의 집 앞에 충전기 고장으로 방전된 클레어가 멈춰 선다. 비오는 날 우산 속으로 들어온 낯선이처럼 클레어는 올리버의 집안으로 불쑥 찾아든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옛 주인을 친구로 여겨 주인을 찾아 제주도엘 가겠다는 꿈을 꾸는 올리버와,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진한 트라우마로 남은 클레어는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태도로 매사 투닥거리지만 어느새 가까워진다. 마치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그랬듯 매일 같은 시간에 충전기를 빌리고 같은 시간에 돌려주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서로에게 길들여진다.

 

이처럼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더 인간적인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작품 곳곳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LP판의 지글거리는 소리로 시작한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재즈와 실로 연결된 컵 전화기, 그리고 제주도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수많은 반딧불은 서정적인 장면을 연출해낸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준다. 


그렇다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향수를 자극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은 낡은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쉽게 소용을 다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결말을 아는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유통기한을 너무나 잘 아는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전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존재가 생기면서 낡아가고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된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이 고통임을 알게 되고 그들이 처음 만난 시점 이후의 기억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들은 기억을 지우고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까. 작품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로 인한 고통까지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9월 13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박병성(공연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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