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ㅣ연니버스 이번엔 포스트 아포칼립스! ①

#종말 #좀비 #페미니즘 #신파의 4중주

2020.07.14
'반도', 사진제공=NEW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반도’를 통해 ‘서울역’ ‘부산행’에서 이어지는 연상호 유니버스(이하 연니버스)의 세 번째를 그려낸 연 감독이다. ‘‘부산행’ 이후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반도‘는 4년 전, 대한민국을 휩쓴 좀비 대란에서 간신히 홍콩으로 탈출한 정석(강동원)이 자본 논리에 의해 좀비가 득실대는 반도 땅으로 다시 들어가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연니버스의 좀비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다. 2016년 개봉했던 전작 ’부산행‘은 1157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당연히 ’반도‘에 대한 관심은 하늘을 찌르는 상황. 덕분에 코로나19로 소원했던 대중들의 관심이 다시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14일 9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전체 예매율 80.4%, 전체 예매량 13만3972장을 돌파했다. 실로 오랜만에 흥행을 향한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연상호 감독은 용감했다. ’서울역‘과 ’부산행‘이 같은 세계에서 장르를 바꿔냈듯, ’’반도‘는 부산행‘과 연니버스를 공유하지만 새로운 영화로 탄생했다. ’부산행‘이 전형적인 좀비 영화로 ’K-좀비‘의 서막을 열었다면, ’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 결을 달리한다. 이는 용기다. ’부산행‘을 등에 업고 다시 한번 달리는 좀비와의 도주로가 편한 길일 수 있었다. ’반도‘를 찾는 관객의 대다수가 ’부산행 2‘라는 좀비물을 그리며 극장에 입장할 것이다. 하지만 연 감독이 ’반도‘에서 보았던 그림은 좀비를 넘어 사람에 있었기에 전작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연상호 감독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의 그늘에 머물렀다. 본래의 전공이었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창‘을 통해 사회 구조의 부조리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 해왔다. ’염력‘ 역시 ’용산 철거 참사‘에서 시작된 영화였다. 올해 방영한 tvN 드라마 ’방법‘의 각본을 쓰며 오컬트 장르물의 옷을 입고 대한민국에 뿌리 깊은 혐오 문제를 저격했고, 현재 연재 중인 웹툰 ’지옥‘은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반도;, 사진제공=NEW

’서울역‘과 ’부산행‘의 연니버스 역시 좀비에 빗대 계급과 자본의 폭력성을 은유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라는 메시지 아래 배우 김의성을 ’명존세‘의 아이콘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연니버스의 메시지는 ’반도‘를 통해 더 수면 위로 드러난다. 멸망한 세상을 배경으로 그 위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통해 휴머니즘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 연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기본 공식을 따르며 그 의미를 정확히 풀어낸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민정(이정현)의 구조를 무시했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누나(장소연) 구하기를 포기했던 정석이었다. 하여 다시 돌아간 ’반도‘는 그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혹여 그 땅에서 해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죽음마저도 불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기에 유일한 지인이었던 매형 철민(김도윤)의 생존이 중요했고, 반도에서 만난 생존자 민정과 김노인(권해효),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을 구출하기 위해 애썼다.

인간으로 남아있길 바랐던 정석의 대척점엔 631부대의 서 대위(구교환)와 황 중사(김민재)’가 서있다. 서 대위가 폐허 속 세계의 권력자로서 나름의 호의호식을 누리는 리더 역할을 해냈다면, 황 중사는 상실한 인간성으로 말미암은 광기를 그려냈다. 좀비와 인간들을 한 군데 몰아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을 오락처럼 즐기는 모습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렬한 자극을 남긴다. 또한 본래 631부대는 마지막까지 민간인을 구출하려 했던 부대였다는 설정은 그들이 변질될 수밖에 없었던 반도의 상황을 더 씁쓸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KTX 열차 안이라는 제한된 굴레를 벗어난 연상호 감독은 보다 자유로운 연출을 맞이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더욱 신경 쓸 지점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능 멀티플레이어인 연 감독은 약 160억 원이라는 제한된 제작비로 연니버스의 세 번째 장을 차가운 회색 도시와 새빨간 피로 훌륭히 물들였다. 그 중심엔 역시 좀비가 달리고 있다. 전작에 비해 분량을 잃었지만 시각적인 자극을 더했다. 전 세계의 화제가 됐던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좀비들의 움직임은 4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더욱 디테일해졌다.

'반도', 사진제공=NEW

어두운 도시에 한줄기 빛을 밝히는 건 강동원의 빛나는 비주얼이다. 환상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강인한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깊숙이 존재할 아픔에 공감이 닿을 수 있는 건 강동원만이 가진 힘이다. 또한 비주얼이 연기를 가리는 몇 안 되는 배우인 만큼, 언제나 자신의 몫을 해냈던 강동원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키고 있다.

‘부산행’에 터널 속에서 펼쳐지는 마동석의 원펀치가 있었다면, ‘반도’엔 이레의 카체이싱이 있다. 이레가 게임 ‘GTA’나 ‘카트라이더’급 드리프트를 펼치며 좀비들을 헤쳐나갈 때면 질주 본능과 함께 아찔한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휘감는다. ‘미성년자인 이레가 저런 운전을 하는 게 말이 돼?’라는 지적은 넣어두자. 문밖에 좀비들이 득실대는 현실을 헤쳐 나온 아이들에겐 수학 공식보다 운전이 더 실용적인 학문이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여성에 접근하는 연상호 감독의 시선이다. ‘부산행’에서 ‘성경’(정유미)이 보여줬던 진취적인 여성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영화 시작과 함께 구조를 요청했던 민정은 지옥도를 경험한 후 타인에게 구해지는 사람이 아닌 남을 구원하는 사람으로 발전한다. 이정현은 가녀린 팔다리는 인간의 힘이 비단 피지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총 한 정 들 수 있는 체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남을 대신해 좀비 떼와 마주하는 전사가 될 수 있었다. 공포 때문에 타락한 631부대와 더욱 대비되는 지점이다. 다만 631부대에도 광기로 점철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한 명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는다.

끝으로 연상호 감독은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부산행’ 때도 신파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반도’ 역시 엔딩을 두고 다시 한번 호불호가 갈릴 예정이다.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왔던 연 감독이라 더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부산행’도 그러했든 ‘반도’ 역시 대중 영화다. 많은 이가 바라는 엔딩을 향해 달리는 건 대중 영화 감독으로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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