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출사표', 통쾌달달한 이색 로코의 탄생!

과한 설정 시청자 설득하며 공감 재미 다 주나

2020.07.08
사진제공=KBS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가 KBS2 수목극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름하여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이하 출사표,·극본 문현경, 연출 황승기 최연수)다.

걸그룹 출신 연기돌로서 2016년 tvN ‘굿와이프’로 연기에 본격 입문한 나나는 차근차근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내밀며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미니시리즈 주연 반열에 올랐는데 이번 ‘출사표’가 새로운 교두보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잘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이 뿜어져 나오며 나나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출사표’는 취업 대신 출마를 선택한 취준생 구세라(나나)와 좌천당한 엘리트 사무관 서공명(박성훈)이 불량 정치인들을 응징하는 드라마다. 특히 나나는 극중 이렇다 할 스펙 하나 없는 흙수저지만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사이다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재미와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던 구세라가 연봉 5,000만 원이라는 말에 혹해서 구의원에 도전하고, 끝내 구의원이 돼 기성 정치인 등 구악들에 일갈하는 활약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렇기에 본격 정치드라마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사회초년생의 정치입문기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주 펼쳐진 1~2회에서 구세라는 변변한 직업은 물론 빽도 줄도 없지만 당당한 패기의 청춘으로 시청자들의 환심을 샀다. 평소 각종 민원신고에 앞장섰던 구세라는 우여곡절 끝에 구청 민원실 계약직이 됐는데, 우연히 속기사로 참석하게 된 구의회에서 새로운 물류센터 건설 허가 안을 얼렁뚱땅 통과시키려 하자 초등학교 근처라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구의회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제공=KBS

또한, 이 때문에 해고 위기에 처하고 말지만 이에 굴할 구세라가 아니다. 오히려 시민단체의 집회에 나가 자신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목소리 높이는 한편 앞으로 지역구민을 대신해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겠다며 구의원 출마의 뜻을 밝혔다. 구세라의 아버지(안길강)가 고향친구인 구의회장 조맹덕(안내상)으로부터 구세라의 구의원 출마 포기를 조건으로 구청 정규직 자리를 약속받으면서 홍삼 선물까지 받아오자 구세라는 이를 직접 조맹덕에게 돌려주며 출마 의지를 당당히 관철했다.

그 외에도 매 에피소드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나나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나가 그동안에는 완벽에 가까운 외모로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이미지였다면 이번엔 코미디 연기로 애프터스쿨 유닛 오렌지캬라멜에서 보여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소탈한 나나의 캐릭터 연기에 팬들이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코믹한 분위기를 배가하는 연출도 돋보인다. 나나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화면 정중앙에 두고 특히 얼굴 혹은 머리만 부각하는 앵글과 색감 혹은 조명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과장된 연출과 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앞으로 더욱 절묘한 정치 코미디가 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그러나 아쉬움을 사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 구청과 구의회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정치라는 소재가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보는 이들의 반응을 엇갈리게 하는 것이다. 정치인을 풍자하는 에피소드가 나올라치면 현실정치의 누구를 모델로 했을지, 현 정부 혹은 여야 중 어느 편을 두둔하는 드라마일지 따지고 보려는 시선들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가 블랙 코미디에 더없이 좋은 재료이기는 하지만, 한없이 가벼이 다뤄질 수 있는 소재도 아니기에 시청 타깃이 애매해지는 면도 있다. 최근 안방극장은 워낙 시청률 높이기가 어려운 만큼 웬만한 흥행코드가 있는게 아닌 이상 확실한 타깃층을 포섭해서 마니아들에게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는게 트렌드다. 그러한 면에서 ‘출사표’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과 나나라는 캐스팅이나 취준생의 취업기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청년층 양쪽을 모두 겨냥하지만, 실상은 그 어느 쪽도 집중하지 못하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중장년층이 관심을 쏟기에는 익살스러운 면만 너무 강조된 반면, 청년층이 열광하기에는 취업이 어려워 정치인의 길을 택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과한 것일 수도 있다. 

사진제공=KBS

물론, 평범하지만 올곧은 청춘의 재기발랄한 취업기라는 점에서는 분명 많은 취준생과 사회초년생들의 환영을 받을만한 이야기다. 남자주인공 서공명도 구세라 못지않은 강단의 소유자로서 소신과 원칙을 주장하는 오기의 젊은이로 등장해 꼰대에 맞서는 청춘을 대변하려 한다. 구세라나 서공명 모두 요즘 젊은층의 성향을 적절히 녹여낸 캐릭터들로 관심을 끌만 하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이 일었던 것을 떠올리면 ‘출사표’도 여러 가지로 각계각층에 토론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사표’가 그렇게 정색하고 볼 드라마냐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변수가 하나 남아 있긴 하다. 바로 구세라와 서공명의 러브라인이다. 생활 밀착형 정치극이라는 소개와 함께 오피스 로맨스 코미디라고 표방하고 있는 ‘출사표’에서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사이다. 성인이 돼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구청 공무원과 구의원 후보로서 어린 시절 친구로 돌아가 티격태격하다가 핑크빛 감정이 싹틀 것으로 보인다. 싱그러운 선남선녀의 로맨스는 그 어떤 소재보다 강력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안방극장에서 익히 봐온 만큼 나나와 박성훈의 케미스트리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취업준비생을 비롯해 혈기 왕성한 청춘부터 소위 먹물이라고 하는 식자층을 포함해 인생의 단맛 쓴맛을 모두 본 기성세대에 이르기까지, 남녀 주인공의 사랑 앞에서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나나와 박성훈이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전장을 내놓은 나나는 물론이고 ‘출사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웃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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