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배용준, 아직도 '놀면 뭐하니?'

2020.06.18

원빈(왼쪽)과 배용준, 사진=스타뉴스DB

목수는 나무를 다듬고, 의사는 의술을 행한다. 그래서 목수와 의사다. 그렇다면 배우(俳優)는 무엇일까?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원빈, 배용준을 ‘현역’ 배우라 부를 수 있을까? 원빈의 연기 경력은 10년 전 영화 '아저씨' 이후 끊겼다. 배용준의 마지막 작품도 2011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였다.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자,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물론 원빈, 배용준보다 연기 공백이 긴 이들은 있었다. 이영애도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영화 '나를 찾아줘'로 컴백하기까지 각각 14년이 걸렸다. 고소영 역시 2007년작인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2017년 KBS 2TV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다시 대중 앞에 서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통상적으로 여배우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공백기가 길어지는 반면, 톱스타 반열에 올라 있는 남성 배우인 원빈, 배용준의 공백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사람은 공백기 전까지 꽤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주연작 기준으로 볼 때, 원빈은 1999년 드라마 '광끼' 이후 9개 작품에 참여했다. 2000년을 전후해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형'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2004년 이후 노출 빈도가 줄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돌아오기까지 5년이 필요했고, 이듬해 곧바로 '아저씨'에 참여했지만 이후 10년간 작품이 없다.


배용준은 어떠한가? '드림하이'에 출연하긴 했지만 이 드라마가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자회사가 제작하며 조연 형식으로 참여한 것을 고려할 때, 그의 마지막 작품은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와 영화 '외출'(2005)로 보는 것이 옳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의 인사'를 통해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후 2007년까지 그가 참여한 드라마는 9편, 영화는 2편이다. 13년 간 총 11편이니 적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후 다시 대중 앞에 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빈, 사진제공=스타뉴스DB

#큰 성공은 독?


원빈, 배용준의 공백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람이 적극적인 연기 활동을 멈추기 직전 출연작을 짚는 동시에 경제학 용어 중 ‘승자의 독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빈의 '아저씨'는 617만 관객을 모으며 그 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 영화로 대종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동시에 누린 셈이다. 게다가 기존 ‘아저씨’라는 표현이 갖고 있던 패러다임까지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이쯤되니 ‘원빈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용준은 드라마 '겨울연가'가 2004년 일본 NHK에서 방송된 후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발 드라마 한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겨울연가'가 국내 소개된 건 2002년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그가 2007년 '태왕사신기'로 돌아올 때까지 5년이 걸렸다. 당시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가 2억5000만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오며 드라마 업계에 파란이 일기도 했다. 이 기록은 당시에 비해 한류 시장이 훨씬 커진 지금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리고 이후 더 이상 배용준의 주연작은 볼 수 없었다.


결국 두 배우 모두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은 셈이다. 업계 내 최고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이 10년 넘게 연기를 쉬었으니 금전적 손해도 크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1차원적인 착각이다. 원빈은 지난 10년 간 톱 CF모델 자리를 공고히 다져왔다. 간간이 대중이 원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새 CF 혹은 광고주 관련 행사 자리에서다. 그 사이 배우 이나영과 강원도 정선에서 진정한 의미의 ‘스몰 웨딩’을 열면서 그의 신비로움과 희소성은 배가됐다. 광고주로서는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배용준의 경우, 얼마 전부터 광고 시장에서도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해외에서의 기반이 탄탄한 몇몇 한류스타들이 해외 활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배용준은 해외 활동도 전무하다. 하지만 경제적 부분을 따졌을 때, 배용준은 역대 한국 연예인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손꼽힌다. 코스닥 상장기업 키이스트의 대주주였던 그는 지난 2018년 3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 1945만5071주(25.12%)를 약 500억 원을 받고 SM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배용준은 키이스트 설립 12년 만에 약 35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많은 스타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CF나 화보 촬영 등에 중점을 두고 컴백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자칫 차기작이 실패할 경우 인기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연기가 본업이기 때문에 얼마 간의 공백을 가진 후에는 신작을 소개하는데 원빈, 배용준의 공백은 유독 길어지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배용준, 사진=스타뉴스DB


 

#공백의 이유는 다르다?


원빈과 배용준은 장기간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빈은 다소 억울할 법도 하다. 그는 몇몇 작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작품이 배우 송혜교가 출연했던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원빈은 이 작품을 컴백작으로 삼기 위해 제작사와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결국은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영화 '스틸라이프'의 기획에도 참여하며 컴백을 타진하기도 했고,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도 검토했다. 이창동 감독이 배우 설경구, 장쯔이 등과 함께 원빈이 출연하는 작품을 준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고른다"는 말이 나온다. 분명 원빈은 연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소속사를 통해 여러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되고 만다. "이 역시 그동안 너무 골랐기 때문"이라고 운을 뗀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오랜 공백 끝에 선보이는 작품이니 대중으로부터 ‘이 작품을 위해 기다렸구나’라는 평을 받기 위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엄밀히 말해 원빈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아저씨'처럼 그에게 맞춤옷 같은 작품을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경우 구체적으로 작품 출연을 검토했다는 소식조차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소속사 표기도 나오지 않는다. "연기자로서 복귀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어느 순간 배용준은 배우보다는 사업가의 영역에 더 가까워진 이미지를 준다. 원빈과 달리 CF에서도 얼굴을 보기 어렵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에 키이스트 지분을 넘기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확보했다. 1대 주주인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다. 물론 K-팝을 중심으로 한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원빈과 배용준은 대중의 인기 기반 위에 성장한 인물들이다. 대중은 여전히 그들을 ‘모델’이나 ‘사업가’가 아닌 배우로 보길 원한다. 이런 바람에 부응하는 것 또한 지금과 같은 인기와 부를 그들에게 안긴 대중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목록

SPECIAL

image 카카오TV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