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고 물어볼 사람이 있나요?

송승헌-서지혜처럼 ‘밥 친구’가 있다면

2020.06.15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송승헌이 고민고민 하다가 서지혜한테 메시지를 보낸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 서지혜의 얼굴엔 곧장 설레는 기색이 번진다.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 속 결정적 장면이다. 극중 우연인지 운명인지 자꾸 마주치던 김해경(송승헌)과 우도희(서지혜)는 결국 '디너 메이트'가 되었고,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어머~ 좋겠다!' 송승헌 같이 생긴, 그것도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다면, 편의점 컵라면이라도 배부를 것만 같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든든한 노후를 위해'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어찌어찌 다람쥐 쳇바퀴 굴린 직장생활이 어느덧 십 수 년째. 대개 연봉은 늘어나고 직책도 올라가지만, 과연 직장인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자기 삶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우리는 그래서 종종 외롭다. 정신 차리고 보면 '지옥철'에 몸을 싣고 달리는 날들이다. 주말은 어쩜 그리 쏜살처럼 지나가고, 월요일부터 야근까지 해가며 직원들과 지지고 볶기 일쑤. 반복되는 그 굴레 속에서 성별, 연령, 직위 차에 따라 우린 서로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소외되기도 한다.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라던 다비이모(김신영)의 노래 '주라주라' 한 소절이 귓가를 스친다.

 

개인적으로도 직장 동료에게 "저녁 같이 먹을래?"라고 묻는 것 한번이 쉽지 않은 데서 종종 곤란해지는 기분이다. 특히나 바쁘고 고됐던 어느 날, 나름대로 중요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특별한 날 혹은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 기분 좋은 날…. 등등. 늘 옆에서 함께 하는 회사 직원들과 밥 한 끼, 술 한 잔 나누고 헤어진다면 더 힘이 날 것도 같은데,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란 사실을 우린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속 송승헌과 서지혜를 지켜보며 일말의 부러운 감정이 든 것은 그들의 로맨스 서사 때문이 아니다. 극중 김해경과 우도희는 각각 푸드테라피 전문 정신과의사, 온라인 콘텐츠 제작PD라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외롭고 고단했던 두 사람은, 하루의 끝에 이르러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상대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헤어진다.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하지만 이 남녀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서로의 이름부터 직업 등 개인 신상에 대해 모른 채 만나는 중이다. 최대한 사생활을 보호받는다는 전제하에, 퇴근 후 식도락이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각자 일상의 피로를 회복하는 관계.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 역시 '꽃미남 밥 친구를 가지게 된다'는 콘셉트가 여성들의 어떤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JTBC 월화극 '야식남녀' 역시 자의반 타의반 혼자가 되는 퇴근길 직장인들의 애환에서 출발했다. 방송사 계약직 조연출로 일하고 있는 김아진(강지영)은 집 근처 아담한 심야식당을 자주 찾았다. 서럽고 힘든 날도 벅차고 뿌듯한 날도, 잘생긴 셰프 박진성(정일우)이 만들어주는 맛난 안주에 맥주 한잔 딱 곁들이면 만사 오케이다. 일행이 없더라도, 아니 오히려 혼자라서 몇 배 더 만족스러운 심야식당의 매력이다.

 

물론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나 미혼의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공허함’은 꽤 풀기 힘든 숙제다. 국가적으로 해마다 혼인율은 하락하고 실제로 우리 곁에는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지인들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혼밥족, 1인 가구, 나홀로족 등이 여기저기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움직여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 현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중이다. 혼밥족을 위한 간편식 시장이 놀랍도록 발전하고 있고, 혼자 캠핑하거나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식. 주점과 식당에서 혼술 혼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이미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와 '야식남녀', 이 두 편의 드라마가 나란히 평일 저녁 안방에 편성된 데서 독신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보인다. 그리고 퇴근 후의 내 인생을 더욱 잘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싱글 직장인들의 사연이 읽힌다.

 

당신에게도 퇴근 후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편하게 밥 먹을 친구가 있나요? 혼자라도 부담 없이 찾아가 술 한 잔 할 수 있는 심야식당은 어떤가요?


윤가이(칼럼니스트, 마이컴퍼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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