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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으로', 숨쉴 틈 없는 비행기판 부산행

2020.06.12

사진제공=넷플릭스

재난물의 한계는 어디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둠 속으로’를 보며 든 생각이다. 항공재난, 자연재난의 매력을 영리하게 조합한 이 드라마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전개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드라마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 나토(NATO) 소속 장교라 주장하는 테렌치오가 브리쉘 공항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납치하며 시작한다. 그는 태양이 모두를 죽이고 있다며 해가 뜨기 전에 서쪽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장 마티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테렌치오는 총으로 기장을 쏜다. 기장이 손을 다치자 결국 공군 출신 실비가 조종석에 앉는다. ‘동이 트면 죽는다’. 시작부터 불안한 이 야간비행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모든 재난물, 아니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매회 갈등과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 ‘어둠 속으로’가 흥미로운 것은 일견 우연에 기대 스토리가 진행되는 듯하지만, 갈등과 사건의 면면은 인간에 대한 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어둠 속으로’의 6개 에피소드 제목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이 드라마가 사건보다 인물에 방점을 찍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터키 등 다양한 국가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군인, 인플루언서, 포주, 물리학자, 보안전문가, 간호사 등. 국적도, 나이도, 성격도 다른 이들이 태양을 피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이 사투는 예상치도 못한 궤도로 뻗어나간다.

 

가까스로 브뤼셀 공항을 벗어났지만, 이륙과 함께 문제가 발생한다. 태양광에 연료가 파괴돼 동선이 꼬이기 시작하고, 비행기 창문엔 균열이 생긴다. 어디 창문만 균열이 갔겠나. 서로 인종차별 잣대를 들이밀며 날선 말을 쏟아낸 승객들 사이에도 점차 균열이 일어난다.

 

‘어둠 속으로’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의 죄’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다. 아직 재판 중인, 즉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특정 승객의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놓고 투표를 연다. 투표 결과에 따라 야간비행에서 낙오된다. 낙오가 곧 형벌인 셈이다. 투표로 결정권을 획득한 다수파와 소수파의 갈등의 골은 더욱 선명해진다.

 

과거의 죄는 과거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니 그와 함께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일까. ‘어둠 속으로’는 이와 같은 질문을 에피소드 내내 시청자에게 던진다.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6개의 에피소드의 이름이 된 6명의 인물들 모두 소위 ‘캥기는 구석’ 한 가지씩 갖고 있다. 누군가에겐 눈감아줄 수 있는 실수일 수도,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과거일 수도 있다. 서로의 비밀과 과거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더불어, 모든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극 초반만 해도 비호감이었던 인물이 극 중후반을 넘어가며 제 나름의 서사를 구축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비난할, 죄를 탓할 자격이 있을까. ‘어둠 속으로’를 보며 가슴에 맴돈 생각이다. 시즌1 마지막 회에서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몸부림치는 인물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속죄와 구원. ‘어둠 속으로’는 묵직한 생각할 거리를 주는 드라마지만, 사실 별생각 없이 봐도 재난물로서 본분을 다한다. 일단 에피소드 한 편당 러닝타임이 35분 내외로 굉장히 짧다. 시계 볼 틈 없이 스토리가 흘러간다. 하루 이틀만 투자하면 가뿐하게 시즌1을 정주행할 수 있다.

 

매회 불거지는 사건사고를 예상치도 못했던 방법과 지식으로 해결해나가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아, 이래서 사람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SNS로 현지 동향을 살펴보는 인플루언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난생 처음 착륙에 성공하는 공군 등. 인물들은 위기 상황에서 제 각각 자신의 필요가치를 증명하며 살아남는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이동수단을 타고 재난을 피해 공동의 목적지로 향한다는 설정은 얼핏 한국영화 ‘부산행’을 떠올리게 한다. 차이가 있다면, ‘부산행’이 마동석이 무력으로 좀비를 무찔렀다면, ‘어둠 속으로’는 인물들이 각기 다른 기술과 지식으로 재난상황을 모면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촬영 중인 송강호, 이병헌 등 주연의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이 떠오른다. 기획 단계부터 ‘항공판 부산행’으로 불린 작품이다. ‘비상선언’이 한국판 항공 재난물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어둠 속으로’를 보니 사뭇 기대감이 치솟는다.

 

한편으론 코로나 시대, 참 아이러니한 작품이란 생각도 든다. 세계 곳곳으로 철도, 항공이 뻗어나가며 이를 타고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져나간 2020년. ‘어둠 속으로’ 속 비행기는 바이러스의 이동 수단이 아닌, 바이러스(원인 모를 태양광)로부터 인류를 지킬 마지막 수단이니 말이다.

 

‘어둠 속으로’는 시즌2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코로나 여파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이 전면 중단돼, 2021년에나 시즌2가 제작될 전망이다.

 

김수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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