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들어봤어?” BTS의 숨은 명곡 8

2020.06.08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제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에 관해 얘기할 때 ‘숨은’이라는 표현을 붙이기가 굉장히 어색해졌다. 한국부터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까지, 전 세계 이미 너무 많은 수의 팬들이 그들의 모든 노래를 각국의 언어로 시차 없이 향유하고 있으니. 동시대의 청춘들은 물론 그 이전의 세대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방탄소년단은 음악은 매 앨범의 트랙 1번부터 끝번까지 낱낱이 곱씹어지고 의미 부여되며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팬덤을 제외한 리스너들은 타이틀곡 등으로 대표되는 강렬하고 에너제틱한 곡 이외의 숨은 곡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터. 그들의 매력을 더욱 낱낱이 알고 싶거나, 그들의 음악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싶은 이들을 위해 방탄소년단의 숨은 명곡 여덟 곡을 엄선했다.

 

팔도강산 (2013.09.11)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우린 멋져부러 허벌라게”


2020년 가장 트렌디한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과 1970년 유행어인 ‘팔도강산’이라는 표현의 이색 케미스트리를 느낄 수 있는 곡. 광주 출신의 제이홉, 대구 출신의 슈가, 일산에서 자란 RM까지 펑키한 사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래퍼 세 멤버의 각양각색 사투리 배틀을 듣고 있자면, 기분까지 절로 펑키해진다. 지금은 글로벌한 이미지가 강한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들은 그 이전 자신의 뿌리가 되어준 언어로 제 각각 하고 싶은 말들을 제대로 된 억양과 함께 서슴없이 뱉어낸다. “결국 같은 한국말들. 올려다봐 이렇게 마주한 같은 하늘. 살짝 오글거리지만 전부 다 잘났어, 말 다 통하잖아”라는 가사처럼,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뜻은 다 통한다’는 이 곡의 메시지는 발매 후 7년이 지난 지금 방탄소년단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와도 여전히 일맥상통한다.

 

Answer : Love Myself 結 ‘Answer’ (2018.08.24)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러브 유어셀프’ 월드 투어 공연의 엔딩곡.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미의 시리즈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앤써(해답)’라는 명쾌한 표현으로 정의한 곡. 노랫말 한 구절, 한 음절마다 아름다운 표현들로 반짝인다. “차가운 밤의 시선 초라한 날 감추려 몹시 뒤척였지만, 저 수많은 별을 맞기 위해 난 떨어졌던가” 혹은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와 같은 노랫말들은, 듣고 있는 ‘나’ 자신이 마치 하나의 소중한 별이 된 듯한 몽글몽글한 기분을 선사한다. 콘서트의 엔딩에서 ‘아미’들을 여럿 울렸듯, 이 곡은 위로가 필요한 누구에게나 따뜻한 온기로 다가갈 것. 매 앨범에서의 타이틀곡 퍼포먼스로 보여지는 방탄소년단의 에너제틱하고 강렬한 모습과는 다른, 아름다운 미성과 섬세한 감정 표현들을 만끽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Still With You (2020.06.05)

“나지막이 들리는 이 에어컨 소리, 이거라도 없으면 나 정말 무너질 것 같아”


방탄소년단의 데뷔 7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타’ 기간에 공개된 무료 음원이자 현시점 방탄소년단의 음원 중 가장 최신곡. ‘Euphoria’ ‘시차’ 등 그간 발표된 정국의 솔로곡이 밝고 희망적인 요소들로 가득했다면, 빗소리가 섞인 LO-FI(저음질의) 사운드로 시작되는 이 곡은 재지하면서도 마이너적인 감성을 지녔기에 무척 새롭다. 노랫말에는 정국의 자기 고백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보랏빛을 그려볼래요” 등의 가사를 통해 그 절절한 그리움의 상대가 팬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 감상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을 만큼 이 곡은 다양한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지녔다. “이 안개가 걷힐 때쯤 젖은 발로 달려갈게. 그 때 날 안아줘”와 같은 감성적인 가사들은 정국 특유의 섬세한 보컬과 어우러져 마치 O.S.T를 듣는 듯, 리스너를 곡의 화자가 처한 서사 앞으로 생생하게 이끈다. 그래서인지 곡이 끝나고 난 뒤엔 기쁨, 슬픔, 외로움 등 한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의 잔향들이 새벽 빗소리처럼 귓가에 맴돈다.

 

00:00 (Zero O'Clock) (2020.02.21)

“그런 날 있잖아 이유 없이 슬픈 날. 몸은 무겁고 나 빼곤 모두 다 바쁘고 치열해 보이는 날”


자정에 잠깐 멈춰선 시간, “초침과 분침이 겹칠 때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와 같은 재치있는 비유와 표현들이 감성을 일깨우는 곡이다. “익숙한 가사를 자꾸 잊”고 “조금씩 박자가 미끄러”지는 사소한 실수로도 파도만큼의 자괴감이 밀려오는 밤들. 슈퍼스타의 일상, 우리네 일상 할 것 없이 모두가 겪는 그 얄미운 밤들을 진심 어린 노랫말이 달콤하게 위로한다. 진, 지민, 뷔, 정국의 말을 건네는 듯한 다정한 보컬은 “And you gonna be happy!”라는 착한 말을 기꺼이 믿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Louder than bombs (2020.02.21)

“고요한 너의 슬픔이 나를 흔들어, 조용한 나의 바다에 파도가 일곤 해”


이 곡은 뭔가 다르다. 그간 드러내왔던 방탄소년단의 감정선이 한층 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은 듯한 느낌. 그간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직설적으로 톡 쏘는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은유적이다. 보컬은 힘을 뺀 듯 나긋나긋하게 시작되지만, 깊은 내면의 감정들은 사운드 사이사이에 겹겹이 스며들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에너지는 노래의 절정으로 치닫으며 마치 폭탄(bombs)처럼 터져 나온다. 특히 높은 톤의 풍부한 화음으로 구성된 “Louder than bombs I break, 쏟아지는 아픔들”의 후렴구는 놀라운 호소력을 지녔다. 방탄소년단의 랩, 보컬라인 모두 한층 성숙된, 뛰어난 완급조절을 보여주는 곡. 새벽 플레이리스트에 반드시 있어야할 곡. ‘YOUTH’의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Best Of Me 承 ‘Her’> (2017.09.18)

“비가 내리던 나, 눈이 내리던 나, 모든 불행을 멈추고 천국을 데려와”


방탄소년단 표 EDM이란 바로 이런 것. ‘Closer’로 전 세계 차트를 집어삼킨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와 콜라보레이션한 곡답게, 가요보단 팝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방탄소년단은 3분 47초의 러닝타임 내내 댄스 비트와 일렉트릭 사운드, 힙합 장르를 넘나들며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듣기만 하면 ‘흥’ 보장.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비트를 선사하면서도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니가 바다인 건 왜 몰랐을까”와 같은 가사는 한없이 달콤하고 다정해 매력적인 곡.

 

뱁새 '화양연화 pt.2' (2015.11.30)

“아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둬. 아 오그라들어 내 두 손발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이미 익숙한 속담에서, 뱁새의 심정을 재치 있는 노랫말로 표현한 곡이다. 신선한 소재 위에 얹히는 강렬한 비트, 개성 넘치는 랩핑은 방탄소년단만이 표현할 수 있는 유쾌한 에너지를 가감없이 뽐낸다. “난 뱁새다리 넌 황새다리. 걔넨 말하지 ‘내 다린 백만 불짜리.’ 내 게 짧은데 어찌 같은 종목 하니? They say ‘똑같은 초원이면 괜찮잖니!’”와 같은 해학적인 가사는, 들으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혹여나 본인을 ‘뱁새’라고 느끼는 청춘들이 있다면, 일련의 통쾌함까지 느낄 수 있을 것.

 

HOME (2019.04.12)

“세상은 우리가 세상을 다 가진 줄 아는군. (…) 모든 걸 가져도 뭔가 허전한 지금, 모든 걸 이룬 자가 느낀 낯선 기분. But 지금 떠나도 돌아올 곳이 있기에 나서는 문”


집, 혹은 고향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다룬 노래들은 늘 포근하고 따스하게 리스너들에게 다가가게 마련. 방탄소년단은 이 주제를 트랩팝의 세련된 사운드와 보컬, 래핑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방탄소년단의 ‘HOME’ 이란 팬, 그리고 가족 등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의 유대 혹은 지지에 관한 것이다. 이 곡으로 방탄소년단은 슈퍼스타로서 어느 나라, 어떤 곳에 가든 자신의 뿌리가 되는 ‘HOME’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그 신뢰감에 대해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올드스쿨적인 사운드 위에 얹힌 래퍼 라인의 개성 강한 플로가 한 번, 리드보컬 지민의 독특한 음색이 두 번 귓가를 잡아 끈다.


전혜진(하이컷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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