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X비ㅣ좀더 아무렇게나 놀아도 괜찮아 ②

완벽한 기획과 구성 OK! 과도한 의욕 경계해야

2020.06.01

사진제공=MBC

지난 주말 MBC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를 보기 위해 집에 일찍 들어왔다. 내가 맞추어야 되는 TV보다는, 내가 원할 때 아무렇게나 찾아볼 수 있는 유튜브를 요즘에는 훨씬 더 많이 보는 편인데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의 조합이라니,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이효리와 비, 유재석이 여름철 댄스뮤직 시장을 겨냥해 혼성그룹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놀면 뭐하니?'의 이번 시즌 컨셉트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고 대박이 난 직후라, 기대감이 더 컸다.


기대했던만큼, 시청률이 껑충 뛰었고, 벌써부터 이 혼성그룹은 대박 예감을 주고 있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꽉 찬 무대’였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효리와 유재석의 유머의 케미가 빛났고, 이효리와 비의 댄스 케미 또한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효리네 민박'과 '캠핑클럽'에서의 소박하고 소탈한 소길댁 효리를 기억하는 시청자들 앞에, 예전의 화려한 패셔니스타 이효리가 다시 나타나, 예전의 ‘센 언니’캐릭터로 유재석과 비도 혀를 내두를 만큼 솔직 입담을 쏟아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이효리의 모습이었지만, 잊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신선했다.


사진제공=MBC


'깡 신드롬'으로 스웩(swag)의 궁극의 극치를 보여준 비의 모습도 반전이었다. 늘 섹시하거나 멋진 모습만 보여주었던 비는 효리 앞에 쩔쩔매며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버벅대기도 했다. ‘깡’과 스웩(swag)은 어디 깡통에 갖다 버린 듯, 이효리가 춤추는 무대 아래서 쪼그리고 앉아 이효리 얼굴에 강풍기를 쏘아주는 스태프를 처하는가 하면, 이효리의 댄스가 격렬해지자 못 참겠다는 듯 무대 위로 올라가 댄스를 따라 췄다. 또 꼬만춤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든 댄스 히어로’의 진지한 이미지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이효리도 비도, 우리 모두가 아는 모습들이었지만, 어딘가 달라진, 반전 아닌 반전을 보여주었다. 볼 거리가 또 이것 뿐이랴. 이효리와 비의 모습만으로도 화면은 꽉 차고도 넘치는데, 분량이 모자라거나 혹여 덜(?) 재미있을까봐를 걱정해서인지, 광희와 지코, 쌈디와 코드쿤스트까지 등장해서 춤과 입담, 깡의 새로운 랩 버전까지 넘치도록 보여주었다.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보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구성과 기획이었다. 이 정도 스타들의 고퀼리티의 무대를 집 안방에서 보는 게 좀 미안하게 느껴졌으니까.

 

아마도 다음 주엔 시청률이 더 오를 것이다. 그리고 큰 변수가 없는 한 이효리와 비,유재석의 혼성그룹은 여름시장에 대박이 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주 조금 아쉬운 게 있다. 완벽한 기획과 구성이라 좋은 데, 또 너무 완벽해서 빡빡한 느낌이 든다.


'놀면 뭐하니?'의 첫방부터 보았는데, 처음엔 기획도 구성도 없이 유튜브의 느낌으로 유재석이 카메라를 들고 그냥 노는(?) 프로였다. 기획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공중파 방송프로에 유튜브의 자유로움와 ‘지 멋대로 갬성’을 녹여내려고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건 아닐까?


사진제공=MBC


공중파 방송은 과정보단 완벽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이전의 공식이다. 유튜브는 그런 면에서 방송과 반대. 프로페셔널하지 않고 얼치기 같은 과정을 보는 재미로 본다. 특별히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허술한 과정을 보는 게, 더 위로가 되고 이입이 되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TV에서 유튜브로 떠나고 있다.

 

이효리가 JTBC 뉴스룸에 나왔을 때,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연신 혀로 입술을 축였다. '놀면 뭐하니?'에서의 이효리는 뉴스룸 때와는 전혀 다르게 시원시원한 입담을 뽐내며 과감한 유머로 비와 유재석을 쥐락펴락했다. 그런데 이효리가 비에게 ‘깡 신드롬’을 언급하며 ”괜찮냐 속상하지 않느냐...멘트가 똑같다. 그 질문 오면 그 대답해야지 정해 놨지?“하고 정곡을 찌른 질문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 때, 나는 보았다. 이효리가 몇 차례 혀로 입술을 축이는 모습을.

저 당차고 당당한 모습 이면에 그도 긴장하고 무척 애쓰고 있구나...비에게 한 대사는 스스로에게 하는 마음 속 말일 수도 있겠다.

 

'놀면 뭐하니?'는 제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 노는 사람에게 묘하게 죄책감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놀 때도 일할 때처럼 뭔갈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 같다. 제목 때문인지 프로그램도 점점 과도하게 뭔가를 으쌰으쌰 하는 것 같다. '놀면 좀 어때?'로 바꾸면 어떨까? 온갖 재미와 퍼포먼스로 꽉 찬 프로도 재미있지만,‘아무 노래’가 유행하고 ‘아무렇게나 하는 유튜브’가 대세인 이 시대에, 좀 더 아무렇게나 노는 효리와 비를 보고 싶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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