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의 '오마베', 노처녀 향한 시선 아쉬운 이유

2020.05.20
사진제공=tvN


'흥행 불패'를 자랑하는 장나라가 새 드라마를 내놓아 시선을 모은다. 무엇보다 요즘 급부상한 인간군상이 나오는 만혼(晩婚) 커플 이야기여서 궁금증을 모은다. 지난주 시작한 tvN 수목극 ‘오 마이 베이비’(노선재 극본,·남기훈 연출)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건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며 비혼주의가 많아지고, 인생은 한 번뿐이니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자는 '욜로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이성간에 친구가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 따위는 이제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일뿐, 남자사람친구(이하 남사친) 혹은 여자사람친구(여사친) 한두 명은 있는게 당연해진 모습이다. 또한, 이혼도 많아지면서 주변에서 돌싱을 찾는게 어렵지 않다.

그런 세태를 ‘오 마이 베이비’는 캐릭터들에 오롯이 녹여 포문을 열었다. 여주인공 장하리(장나라)는 불혹이 눈앞인데 아직 결혼을 못 했고, 애 딸린 돌싱 남사친 윤재영(박병은)이 세입자로 한 집에 살게 됐다. 그런 장하리가 자꾸 악연처럼 부딪치게 되는 두 살 위의 남자주인공 한이상(고준)은 독신주의 욜로족이다. 여기에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도 흔해진 연하남 최강으뜸(정건주)까지 가세해 4각 로맨스를 펼칠 ‘오 마이 베이비’다. 

40대에 결혼하는 만혼이 많아지는 추세라 적절한 시점에 소재를 잘 잡은 드라마가 나오나 싶다. 사회상을 적극적으로 투영하기로 한 드라마에 기대가 높아지고, 앞으로 다양한 선택지 중 ‘자발적 비혼맘’을 결심하는 장하리가 장나라의 열연에 힘입어 응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회에서는 장하리가 한이상과의 인연이 꼬이게 된 웃지 못할 사연이 소개되고, 특히 임부 체험 중에 벌어지는 요절복통 상황이 ‘오 마이 베이비’에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그러나 ‘웃프’(웃기고 슬프)기로 작정한 분위기에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들게 된다. 분명 장나라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게 되고, 함께 좌절하고 함께 웃었다. 그럼에도 금세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과연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맞나’ 하는 것이다.

사진제공=tvN


육아지 기자 장하리는 광고팀과 마찰이 생겼을 때 본부장을 설득해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는, 능력을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다. 예쁘고, 성격도 좋은 데다 결혼식 축가로 ‘사랑의 배터리’를 부르며 좌중의 환심을 사로잡는 능력까지 보였다. 결혼식 후 장하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줄줄이 따라올 정도였는데, 그런 그가 10년째 남자가 없어 결혼을 못 했단다. 여기까지는 수긍할 수 있다. 외모, 능력이 다 된다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건 아니라는 걸 주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하리를 바라보는 주변 캐릭터들의 시선이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노처녀는 얼른 치워야 할 물건쯤으로 여기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어른들이 여전히 있으니 백배 양보해 윗세대들의 시선은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이렇게 드새니 시집을 못 가지”라고 한 광고팀장의 말은 제3자가 들어도 아팠다.

장하리의 후배들은 또 뭘까 싶다. 장하리에게 남자가 없는 이유를 물은 이들은 “내가 너네의 미래야”라는 장하리의 말에 몸서리친다.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지경에도 밤낮으로 일하느라 검사할 시간이 없었다는 장하리에게 지나가는 말이라도 “커리어를 위해 포기해야하는게 뭘까” 혹은 “일과 연애 둘 다 잘하기는 정말 불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하는 후배는 왜 없을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서 N포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청춘들은 고민이 많다는데, 그런 후배 한 명쯤 장하리 곁에 두지 않은 제작진이 야속하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마저도 돌싱인 자신보다도 장하리가 뭔가 더 처지가 딱한 듯 말하니 씁쓸하다. 돌싱이 노처녀보다 더 딱하다는 것도 절대 아니다. 다만 왜 다들 하나같이 노처녀를 인생의 낙오자로 취급하는지, 불편한 것이다. 반대로 한이상은 자꾸 들이대는 장하리에게 “외로우면 개를 키우라”라는 등 결혼에 목을 맨 장하리를 하염없이 바보로 만든다. 방송이 더 전개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혼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선차, 그런 남녀를 바라보는 주변의 온도차가 한숨 쉬게 한다. 
 
실제 사회상을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렇지 않은 시선도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 나이 들수록 짝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잘 알고, 행여나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가 실례 혹은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말을 조심하게 되는게 보통이다. 지금도 ‘계란 한판’이라는 말은 있지만, 나이가 꽉 찼다며 서른을 넘기면 노처녀 혹은 노총각이라고 여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심지어 장하리 역을 맡은 장나라도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강산이 변했을 세월을 보낸 사람이다. 어느 누가 장나라를 딱한 노처녀라고 바라보느냐는 말이다.

그렇다고 장나라가 미스캐스팅이라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장나라가 그리는 장하리가 스스로를 딱히 여기는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늘 당당한 장하리는 결혼 못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할 때조차 설명이 참 똑 부러진다. 똑똑한 이 여자의 마음이 숙제를 다 못해 조바심 나는 것이기보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촌동생 결혼식에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엄마가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게”라는 단서를 붙이자 장하리는 “내가 죄지었어? 당당하게, 뭐?”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는 당당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을 들킨데서 오는 반응으로 보였다. 

그런 장하리가 2회 방송 말미 “결혼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이는 낳겠다”고 선언했다. 이 또한 어른들의 나무람을 받을 결정이기는 하지만, 주체적인 태도 변화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비혼맘이라는 발상이 노처녀의 존재도 좋은 눈으로 봐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앞서가는 캐릭터의 탄생을 보여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장하리가 이 어려운 결단을 하기 위해 제작진이 1~2회에서는 일부러 고루한 시선들 속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4각 로맨스의 밑밥일 뿐, 진짜 이야기는 세 남자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장하리의 선택장애(?)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다.

그동안 장나라의 선택은 늘 옳았다. 매번 드라마를 성공반열에 올린 만큼 이번에도 성공이 기대된다. 동시에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 장나라의 이미지만큼이나 이번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만혼 혹은 비혼의 사람들을 긍정의 이미지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되길 바라게 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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