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광풍이 영화제에 미친 영향

2020.05.19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코로나19는 전세계 영화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촬영 현장이 중단되고, 극장이 폐쇄되기도 하며, 관객수는 급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둠 속에서 판타지에 빠지는 극장이라는 장소는, 코로나19 이전엔 꿈의 궁전이었을지 몰라도 이젠 바이러스 전염에 최적화된 밀폐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제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순 없다. 4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로 연기된 후 결국은 경쟁 부문 중심의 비공개 무관객 영화제 방식을 선택했다. 대중 없이 심사위원과 관계자만 참석해 수상작만 가리는 영화제. 충격적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사례가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20여 년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한국의 영화제 문화는 원점에서 재점검될 것이며 새로운 방식의 영화제에 대한 모색이 뒤따를 것이다. 이것은 6월에 열릴 무주산골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등에서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과연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영화제들은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이며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리고 영화제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몇 가지 예측은 해볼 순 있다.


먼저 단기 예측. ‘국제영화제들은 작품 수급에 애로 사항이 생긴다. 칸영화제가 개최를 포기했고, 다른 영화제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는 하나, 대면을 통해 형성되는 마켓은 한 동안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 배급사들 업무도 현재 정상 상태가 아니며, 국제 물류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정상화될 것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사실 작품 수급 난항은 국제영화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영화 제작 현장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극장들의 배급 스케줄뿐만 아니라 영화제들의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몇 가지 장기 예측.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객이 예전처럼 몰리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현상은 영화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영화제는 더 이상 양적 가치를 신봉할 수 없을 것이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영화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가장 큰 척도는 관객수였다.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많은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인들이 북적거려야 성공한 영화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이라는 형용사가 반갑지만은 않다. 대신 안전한 영화제, 즉 영화제의 질적 가치를 고민하게 되었다이러한 고민이 영화제의 거품을 빼는 방향으로 확장된다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기엔 영화제의 재정 조달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지자체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영화제뿐만 아니라, 몇 만 명을 동원하는 지역 축제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걸 지자체는 인식해야 한다. 대신 축제의 문화적 가치와 그 효과와 영향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영화제의 가치가 오로지 숫자로 환산되는 패러다임은 조금씩 무의미해질 것이다. 아니 무의미해져야 한다.


사진제공=평창국제평화영화제



영화제의 공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영화제들은 대부분 멀티플렉스 영화제이며, 따라서 도시 영화제가 대부분이다. 이젠 영화제의 아웃도어 컨셉트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왔다. 멀티플렉스라는 규격화된 공간에 도사린 위험성은 바이러스가 다시 돌기 시작하면 언제라도 가동된다. 이젠 상영관 밖에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야외 상영과 공연,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등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방식도 생각해야 한다.


영화제 프로그램에 온라인을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시도가 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직접 접촉이 점점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온다 해도, 영화제는 본질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다. 조금 온라인과 플랫폼 중심으로 변해가는 영화 환경에서도 영화제만큼은 광장에서 즐기는 영화축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영화제도 비대면 컨셉트를 끌어안고, 그 안에서 기존 영화제의 참여적 측면을 살려야 한다. 물론 여전히 영화제는 오프라인 중심인 행사겠지만, 분명 어떤 변화는 있을 것이다.


영화제의 기간에 대한 질문이 나올지도 모른다. 1년에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관객을 모으는 방식이 아닌, 영화제 기간 외에도 관객을 끌어안는 방식을 고민할 것이다. 관객을 산개하는 방식인 셈인데,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고 예산이나 인원의 규모가 있는 영화제라면 시도해볼 만하다.


그런데과연 이런 변화들이 일어날까? 좋다. 여기까지는 모두 뇌피셜일 수 있다. 어쩌면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사람들이 영화제에 가는 마음가짐만은 변할 것 같다. 예전까지 영화제는 일상의 일탈이었다. 사람들은 퍽퍽한 일상에서 벗어나 영화제에서 즐겼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영화제는, 파괴된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회복을 원하는 시공간이 될 것이다. ‘감염의 공포로 긴장해야 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도 보고 축제도 즐겼던 일상적 즐거움을 안전한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이토록 위중해진 시대에, 영화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휴식과 힐링과 나눔과 상생의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형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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