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어른들이 제 할 일을 못할 때

2020.05.18


사진제공=넷플릭스
“당신은 어른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 말이라는 걸, 김진민 감독의 인터뷰에서 봤다. 넷플릭스가 지난 4월29일에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인간수업'(연출 김진민, 극본 진한새)은 190개국에 공개되어, 현재 한국인기콘텐츠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제작이다.

 

N번방과 박사방들을 만들어 성범죄를 저질러 온 갓갓, 부따, 박사, 이기야의 얼굴이 공개되었다. 충격이었던 건, 그들의 나이와 너무 평범해 보이는 인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었다. 갓갓, 부따, 박사, 이기야의 얼굴보다 궁금한 것은, 사실 그들의 범죄동기와 원인이었다. 대체 원인이 뭘까? 무엇을 얻기 위해 그들은 그런 짓을 한 걸까? 아직 어린 그들이 그런 짓을 할 때, 주위의 어른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나?


그래서 '인간수업'을 봤다. '인간수업'은 미성년 성범죄를 다룬 드라마다. 야구방망이로 정수리를 세게 ‘깡’ 맞은 느낌이었다. 전혀 순화되지 않은 날것의 대사와 장면들에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껏 TV에서 본 드라마들과는 그 결과 색깔이 너무도 달랐다. 잔인하고 엽기적이고 어두운 얘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려들 듯이 10부작을 정주행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캐릭터의 깊이와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성매매 포주에, 일진에, 성매매를 직접 하는 범죄자 아이들이었지만,보는 내내 이 아이들이 안쓰럽고 불쌍해서 구해주고 싶단 생각밖에 안 들었다. 왜냐면, 이 범죄자 아이들은 모두 어른들로 인해, 이 사회로부터 사지에 내몰린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지수(김동희)는 성매매 ‘포주’다. 지수는 꿈이 뭐냐는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남들처럼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것. 그리고 대학을 다니는 것.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것이라고 대답해 담임을 기운 빠지게 만드는 심한 '범생이'다. 지수가 성매매 포주 노릇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할 진학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 아이에겐 가출한 엄마와, 아들 돈을 빼앗아 가서 노름에 탕진하는 쓰레기 같은 아버지가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리고 같은 반 서민희(정다빈)는 남친에게 선물을 사주고 데이트 비용을 대기 위해 이 어린 포주를 통해 성매매를 한다.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고모집에서 사는 민희는 늘 불안하고 애정결핍에 시달린다. 뒤늦게 공동‘포주’에 가담한 배규리(박주현)는 잘난 엘리트 부모를 둔 부잣집 딸이지만, 부모에게 억눌린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늘 손톱 주변의 살을 뜯어 상처 나게 만드는 강박증을 가진 소녀다. 이 아이들은 모두 아이답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주위의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로 살 수 있도록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짓밟고 억압하고 사면초가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나마 인간적인 담임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구원하기엔 너무 무기력하고, 뒤늦게 나타난 여경(김여진)이 아이들을 구하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그나마 어른들 중 유일하게 아이들을 지켜주는 사람은, 포주인 지수의 밑에서 월급을 받고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이실장(최민수)뿐. 하지만 그가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은 사회적 테두리 안에서의 법과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 폭력과 살인이다. 아이들이 기대고,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어른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이다.

 

보는 내내, 주인공 지수가 성범죄에서 ‘손절’하고, 쓰레기 같은 아버지에게 벗어나 그토록 원하는 공부와 대학진학을 하길, 진심으로 빌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들을 괴롭히고 사지로 내몬 어른들에게 대항 한번 못 해보고, 스스로 각자 파멸의 길을 택했다.

 

'인간수업'의 주인공들이 불쌍했다고 해서, 최근 뉴스에 얼굴이 공개된 어린 성범죄자들을 동정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들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을 손가락질 하기 전에, 누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사이코패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면 그 기질이 사회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 전에 어른들이 제대로 된 ‘인간수업’만 해줬더라면, 어쩌면 그런 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아이들에게 ‘인간수업’을 해줄 어른들이 없어서, 그들은 감옥에서 ‘인간수업’을 받게 생겼다. 그렇게라도 수업을 받아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인간수업을 해주기는커녕, 그 영상물들을 구매한 어른들도 빨리 밝혀내어 벌을 줘야 한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생기는 것. 수요자를 없애야 공급자도 사라진다. 판 놈보다 산 놈들을 더 혼내줘야 한다.

 

어른들에게 유익한‘인간수업’을 받지 못한 많은 아이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을 것이다. 얼굴공개보다 급선무인 건, 그 잠재적 범죄자들을 막아 낼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받아야 할 ‘인.간.수.업’.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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