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들의 '1인용 식탁'

2020.05.14


공동체의 향수를 간직한 40~50대 세대에 비해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몇 해 전 대학내일의 한 조사에 의하면 20대 4명 중 1명이 '관태기'를 앓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실었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소셜 네트워크 등 소통 방식의 변화에서 찾았다. 1인 가구와 외동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소통 방식이 변하고 혼밥, 혼술, 혼공 등 혼자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연극 '1인용 식탁'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작품이다.

 

당당히 혼밥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회사원 인용(류혜린)이 주인공이다. 입사 9개월째인 인용은 회사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별 성과 없이 늘 혼자 식사를 한다. 결국 인용은 당당하게 혼밥을 하기 위해 혼자 식사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혼밥 학원을 다니면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혼자서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기 위한 인용의 노력은 한 편의 음악처럼 유연하고, 때론 사각 링에 오른 복서처럼 치열하게 그려진다. 혼밥의 하이라이트는 고깃집이다. 학원 과정을 마친 혼밥러들이 각각 선호하는 고기를 시켜 자신의 스타일대로 혼밥을 즐기며 극이 마무리된다. 이야기의 전개만 본다면 혼밥예찬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앞서 언급한 리서치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혼자 있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들은 혼자 하는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타인의 시각에 신경 쓰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연극 '1인용 식탁'은 지금의 젊은 세대의 생각을 반영한 작품이다. 사각의 링을 연상시키는 사면 무대를 통해 유쾌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대사와 연출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혼밥을 먹으라는 선언은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작품을 본 이후 혼밥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인용을 비롯한 학원생들의 혼밥이 자유로운 결정이고 당당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혼자 먹기를 배우려는 노력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자가 공동체의 향수를 간직한 세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메시지의 혼선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연극의 원작은 ‘혼밥’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인 2010년 발표된 윤고은의 동명 소설이다. 연극 프로그램에 실린 작가의 글을 보면 메시지의 혼선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소설을 쓰고 발표하고 출간했던 그 당시에는 없던 단어였기 때문에 내게는 ‘혼밥’이 좀 낯설다... 그 단어 안에 욱여넣었을 온갖 상황과 감정들을 떠올리면 혼밥은 너무 규격화된 이름표여서 어쩐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작가는 소설의 취지를 덧붙인다. “외로움 그 자체보다도 자신이 타인에게 외롭게 보일까봐 위축되는 사람들, 혼자라고 믿는 사람들, 그렇게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 속의 학원도 문을 열었다.” 원작 소설의 취지는 보편적 외로움에 관한 우화로 들린다. 혼밥을 예찬하기보다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애쓰는 사람들을 통해 외로운 인간들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것이다.

 

연극 '1인용 식탁'은 원작 소설의 스토리와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지금 젊은 세대의 세태를 반영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혼밥의 세계를 찬양한다. 연극에서 혼밥은 타인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행위의 상징이다. 최고의 혼밥을 수행하는 마지막 장면은 실제 무대에서 고기를 구우며 혼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공감각적으로 강렬하게 전한다. 그러나 당당하게 혼밥을 마친 이들의 다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는 과정에서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고립된 섬과 같은 원작의 가치중립적인 풍경화를 연극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오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박병성(공연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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