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을 시작으로 한한령 드디어 풀리나?

우호적인 분위기 속 정치문제 해결이 선과제

2020.05.12


지드래곤이 광고모델로 등장한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음료 브랜드 ‘차파이(茶π)’의 광고 포스터.

‘왕(王者)이 돌아왔다!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가 중국 유명기업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음료 브랜드 ‘차파이(茶π)’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음료 병을 들고 있는 지드래곤과 함께 ‘왕의 귀환’라는 문구가 적혔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10월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지드래곤의 얼굴이 담긴 대형 포스터가 항저우(杭州) 젠궈베이루역과 닝보(寧波) 톈이광장역 같은 주요 지하철역에 게시되는 등 대대적 옥외광고도 진행되고 있다. 지드래곤의 ‘등장’은 한류 제한령인 ‘한한령(限韓令)’의 해제 신호로 읽힌다.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 


한류스타나 한국 인기 그룹이 중국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모델로 등장한 것은 2016년 한한령이 본격화된 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한류 콘텐츠 관계자들도 이 광고가 중국 대륙 내 한류의 귀환으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중국에 있는 한국 유명 콘텐츠기업 관계자는 “확실히 ‘기류’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중국 방송사들과 한류 콘텐츠 수입 논의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관련한 얘기를 꺼내면 긍정적 반응이 돌아온다”고 했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방송이나 포맷 수출 협상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본격적 한한령 해제에 대비한 사전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중국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에 후난(湖南) 위성TV가 한·중 번역가를 찾는다는 공고가 올라온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이 공고에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연구 개발 업무로 7월말부터 시작한다고 돼있다. 향후 한국 콘텐츠 수입에 대비한 사전 준비 차원으로 보인다. 후난TV는 드라마 '대장금'을 처음 방영했고,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 포맷을 구매해 중국판으로 제작했다.


사진출처=치파이 웨이보



# 4년간 한류 콘텐츠 사라진 중국 대륙


한한령 이전 ‘최후의 한류 히트작’은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2016년 2월부터 두 달 간 방송된 이 드라마는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가 독점으로 실시간 방송됐다. 이전 ‘한국 선방송, 중국 후방송’ 장벽이 무너뜨린 아이치이에 유료 회원들이 몰렸다. 그 해 3월 아이치이 유료 회원수는 150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3개월 전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현지 언론은 이를 '태양의 후예' 효과로 분석했다. 베이징시의 한 술집에서는 남성 종업원들이 ‘유시진(송중기 분) 군복’을 입고 맥주와 안주를 날랐다. 중국 스마트폰 비보(vivo)는 40억원을 들여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했다.


무서운 기세의 한류는 그 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거주지역인 왕징(望京)의 상가 건물 ‘한국성’은 한국을 빼고 ‘미식성’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중국 대중문화계도 ‘한국’만 도려냈다. 가수 황치열은 저장TV 예능프로그램 '도전자연맹 시즌2' 출연한 모습이 모자이크 되거나 통편집됐다. 한국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인 저장TV '달려라 형제'는 '달려라'로, '나는 가수다' 중국판은 '가수'로 이름을 바꿨다. 아이치이, 요우쿠 등 주요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신작 한국 드라마가 사라졌다. 현재까지도 주요 동영상 플랫폼의 한국 드라마는 2016년 '태양의 후예', '응답하라1988'에 멈춰있다. 4년간 한류 ‘암흑’이 이어져 온 것이다.


# 한한령은 정치문제 해결도 정치로


중국 당국은 전례 없는 초강력 문화제재인 한한령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민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 고수해왔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응인 한한령은 민간 차원이 아닌 명백한 정치적 문제다. 정치적 문제는 정치·외교적 틀에서 풀어내야 완벽한 해결도 이뤄질 수 있다. 중앙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각 지방과 각 분야가 움직이는 중국 체제 특성상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 한한령 해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에야 실현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돼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시 주석의 방한에서 한·중 교류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한한령 해제를 ‘선물 보따리’로 풀어놓을 전망이다. 한한령 해제의 기준으로 보는 중국 방송사의 한국 신작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 방송, 아이돌 그룹 콘서트 등도 시 주석 방한 이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박만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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