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이무생, 당신을 믿고 가도 되나요?

이무생로랑, 당신은 스파이? 아니면 찐사랑남?

2020.04.28

사진제공=JTBC


이 남자만은 완벽하게 지선우의 편일 줄 알았다. 다정한 얼굴을 한 그는, 남편부터 옆집 남자 심지어는 아들까지 ‘부부의 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유형의 남자들에게 데일 대로 데인 지선우의 반창고가 되어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이 힘겨운 나날들에 ‘너’마저 뒤통수를 날린다고? 


지선우(김희애)의 동료이자 신경정신과 의사, 김윤기(이무생)는 폭주중인 JTBC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에서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욕망을 바닥까지 드러낸 인물들 사이에서 덤덤한 말투에 홀로 차분한 이 남자. 지선우의 구원 투수인 줄 알았으나, 지난 9, 10화에서 여회장(이경영)의 지시로 지선우와 이태오(박해준)의 관계를 염탐하고, 부원장 자리를 노려 마치 지선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듯한 인물로 그려지며 반전을 맞이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 행동의 동기와 분명한 목적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지선우에게 마음이 있는지를 떠보는 여회장에게는 “개인감정은 없다.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 전이 감정을 유도했을 뿐이다”라며 의사로서의 집착을 드러냈다.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지선우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 선생님을 위해서 그런 거다. 여병규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선우 씨를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의 속내는 어떤 쪽을 진실로 가리키고 있을까. 시청자들은 믿었던 ‘고산 힐링남’에게 제대로 상처를 입은 채, 이 김윤기라는 인물을 계속 믿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그의 ‘주가 변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에서는 김윤기와 같은 인물을 찾아볼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교사 제임스와 의사 시안이라는, 두 배역을 결합해놓은 존재로 보인다. 원작에서 시안은 김희애의 역할인 젬마의 병원에 새로 온 신경정신과 의사로 이태오의 역할인 사이먼이 아들과 그의 관계를 망치려 스파이로 심은 인물이다. 제임스는 아들의 학교 선생이자 젬마의 환자로 젬마에게 호감을 보이는 인물. 김윤기는 이 두 인물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에 도무지 그가 지선우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윤기의 존재는 ‘부부의 세계’가 원작 ‘닥터 포스터’와 가장 큰 차별점을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만약 지금 드러난 극의 흐름대로 김윤기가 지선우의 적, 즉 여회장의 편일 경우 오히려 그는 심플해진다. 지역 대표 병원의 부원장 자리를 꿰차려 하는 것은,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분명한 목표이자 자연스러운 행동의 동기이기 때문. 또한 ‘부부의 세계’에서 줄곧 이어지는 감정적으로 격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차분하고 이성적인 그의 태도를 미루어 봤을 때도 그는 의심스럽다. 마치 꼭 지선우의 트라우마나 히스테리를, 그의 말처럼, 의사로서 집착할 만한 아주 흥미로운 연구대상으로 보는 듯하기 때문. 일부는 지선우와 아들 이준영과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이준영이 엄마 지선우와 대화를 충분히 나누게끔 만들기보단, 오히려 김윤기가 스스로 ‘중간자적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그들 사이에 매개가 없으면 안 되는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거다. 이준영의 상담 요청을 보호자인 지선우에게 어떠한 이유에서든 말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찮아 보인다.


사진제공=JTBC


또한 그의 진짜 속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여병규 회장과 밀담을 나누는 사이인 것이 분명하고, 이는 지선우를 속인 것이 되니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윤기는 절대적으로 지선우에게 ‘아군’은 아니라는 의견 또한 강세다. 여회장의 지시대로 움직여 지선우와 이태오의 끊어지지 않는 감정들을 폭로했고, 이는 결국 지선우의 부원장 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무생의 과거 필모그래피의 캐릭터 선택에서 모티브를 얻어 추측을 펼치기도 한다. 이무생이 의사 역을 맡으면 모두 ‘빌런’이라는 것. MBC ‘봄밤’에서의 치과의사 남시훈은 비열한 가정폭력남이었고, JTBC ‘초콜릿’의 정교수 또한 불륜남에 살인미수자였다. 김윤기도 공교롭게 의사다. 우스갯소리이지만 묘하게 일리 있어 보이는, 재밌는 추측들이다. .

 

그러나 시청자들의 마음은 그가 완벽히 지선우의 편이길 바라는 쪽으로 향해 있다. 그마저 배신자라면, 지선우에게 삶은, 너무나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극의 주요 반전 키가 되는 그의 배신을 너무 빨리 드러냈다는 점과, 너무도 대놓고 “지선우를 사랑하지 않습니다”라고 확고하게 밝혔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시청자들은 그가 아군일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여회장의 차를 긁는 이준영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에서, 그가 분명 여회장과 그다지 오래 된 사이가 아닌 것이 드러나기도 했고 그가 여회장에게 “이태오와 지선우 사이에 감정이 남아 있다”고 보고한 내용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태오를 응징할 수 있는, 철저히 지선우에게 유리한 방향의 것으로 보인다는 것. 여병규는 ‘제 3자의 눈’으로 가장된 김윤기의 발언으로 탐탁지 않은 이태오를 더더욱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를 내치게 되는 결말을 초래할 수 있다.


김윤기는 지선우에게 “높고 험한 산일수록 더 꼼꼼하게. 내가 지선생님 마음에 둘 때 이 정도도 생각 못 했을까봐요?”라는 말을 넌지시 던지기도 했는데, 이 대사에서 ‘높고 험한 산’은 이태오가 아닌 여병규를 뜻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선우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의 속내를 듣는 것은 어쨌건 지선우에게 유리한 방향이란 것. 같은 이혼의 상처를 가진 김윤기와 지선우 사이의 감정적 공감과 유대가 누구보다도 클 수 있다는 점 또한 그의 아군행(?)을 점친다. 이미 9화에서 준영은 ‘남자’ 대 ‘남자’로 김윤기에게 마음을 열었고,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준영에게 그는 지선우와의 관계 또한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희망적이다. 일각에서는 원작 ‘닥터 포스터’에서 사이먼이 스파이로 심은 정신과 의사가 추후 젬마의 편에 서게 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김윤기 또한 부원장을 목표로 지선우에게 접근했지만, 가까이에서 본 지선우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에는 지선우의 편으로 마음이 돌아서게 된 것이라는 제 3의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찐사랑파’와 ‘스파이파’의 양쪽 편에 서서 그를 재고 있는 모양새. 어찌 됐건 이무생이라는 배우가 시청자들과 줄타기하는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선과 악을 오가는 묘한 눈빛 연기로 ‘부부의 세계’의 인기에 불을 제대로 지피고 있다. 이전에는 한없이 다정해 보이던 눈과 얼굴이, 그가 또 하나의 ‘배신자’일 수 있다는 전개가 드러난 이후부터는 어둡고 날 서있는 듯한 느낌으로 보인다. 그 온도 차를 오가는 탁월한 연기 덕에, 이미 그는 김윤기의 정체와는 상관없이,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팬들을 대거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윤기 정체의 키는 다음 11화에 예고된 ‘죽음의 진실’에 달려있다. 여회장은 이태오와 결탁해 어떤 사망 사건에 관한 무언가를 덮으려 하는 것처럼 그려졌다. 김윤기는 목격자로 예상되는 상황. 만약 예고편의 전개대로라면, 지선우를 위해 증언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서의 선택에 따라, 김윤기의 진짜 속내가 밝혀질 것이다. 과연 그는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지선우에게 ‘선’일까. 아니면 가장 힘든 순간에 등장한 ‘악’으로 남게 될까.


전혜진(하이컷 피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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