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더 보고싶은 영화 '생일'

2020.04.20

사진제공=NEW


지난 15일, 제21대 총선이 끝났다. 그 다음날인 16일, 그 어느 때보다도 세월호에 관한 행사들이 조용히 지나갔다.


제21대 총선은, 66.8%의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자랑했으며, 선거 결과도 역대급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300석의 의석수 중 180석을 차지했다. 5분의 3, 즉 60퍼센트에 달하는 의석을 단 하나의 정당이 가지게 되며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아마도 이러한 투표결과는 코로나 사태를 어느 나라보다도 모범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피해를 내지 않았던 정부의 대응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드러난 것이리라. 야당에서 뿌려진 많은 선거 선전물들에는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의 미비점과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그 말들에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 우리는 모두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그 날, 그때의 정부가 어떻게 세월호라는 비극과 재난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사상자와 아픔들이 생겨났고 아직도 소금을 뿌린 듯 아파하고 있는지를.


16일, 총선이 끝난 홀가분 마음에 산책을 나갔다. 시가 관리하는 문화공원의 광장에서 세월호 추념식이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햇볕이 좋아 걷다가 나도 모르게 희생자들의 사진이 진열된 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앞까지 가지 못하고 멈춰선 채 ‘동작 그만’이 되어 버렸다. 어리디 어린 교복을 입은 희생자들의 파릇파릇 젊고 아름다운 얼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가슴이 찌르르 찌르르 아파왔다. 저기 저 만치 내 자식들과 내 가족들을 두고 그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차마 구하지도 못하고 바다에 뛰어들지도 못 하고 영영 이별을 했을, 저승과 이승의 다른 세상으로 갈라졌을 가족들의 심정이 이상하게 내 가슴에 절절하게 전이되어 왔다. 그 가족들은 어찌 지내시려나…어찌 생존하여 살아가시려나… 자식과 가족을 눈 앞에서 잃어버리고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픔을 어떻게 어디에 묻고 어떤 희망을 만들며 살고 계시려나…그 엄청난 고통을 전 국민이 실감하고 체감하며 6년을 보내왔다. 세월호 기념식들이 너무 조용히 지나버린 것 같지만, 21대 총선결과가 말해준다. 우리는 결코 그 아픔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자세. 국민의 생명을 어느 것보다 소중히 여기는 국가의 자세. 그 자세 하나로 21대 국회는 여당의 압승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 나는 나당이다. 국가가 개미 같은 일개 국민인 나를 얼마나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모두 세월호를 잊지 않아 다행이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주연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2018년)을 어느 한 채널에서 조용히 방송해주었으면 하고 작게 바랐지만, 모든 채널은 총선결과에 들떠 있었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로 아들을 잃은 부부인 전도연(순남 역)과 설경구(정일 역)가 아들의 생일을 기억하는 내용이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뜻밖의 예상치 못한 재난에 가족을 잃고 붕괴된 한 가족의 아픔과 심리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다.


16일, 조용히 세월호 추념식이 열리는 그 공원에서 나는, 더 이상 어린 고등학생 희생자들의 해맑은 영정사진들에 가까이 가지 못 하고 발길을 돌리며,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내 기억을 복원해 내며 집으로 아주 천천히 돌아왔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2014년 4월 16일 날은 쨍하니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새벽까지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하다 집으로 들어와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있었는데 잠결에 뉴스에서 배가 바다에 빠졌다는 속보가 들려왔다. “야야 큰일났어 큰일! 배가 바다에 빠졌어”고 엄마가 놀란 목소리로 날 깨우며 외쳤다.


벌떡 일어나 거실 TV앞으로 갔다. 40인치 정도 되는 작은 TV 화면 안에 바다 위에 사선으로 뒤집어져 떠 있는 배는 참으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배가 뒤집어져 바다에 작게 떠 있는 장면은 영화에서 많이 봤으니까. 바로 다음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다 구조했단 속보가 흘러나왔다. ‘그럼 그렇지..별일 아니네’ 난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다시 일어났다. 그런데, 아직도 배는 그대로였다. “어라? 왜 저래?”  아까 다 구했단 뉴스는 오보였다. 나는, 당연히 다 구할거라고 믿었다. 2014년의 첨단과학기술이 못 구할리 없다.고 철저하게 믿어버렸다. 그런데 매일 배는 점점 가라앉았고 며칠 후, 배는 바다 위에서 완전히 가라앉아 모습을 감춰버렸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약 한달 간 매일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시신과 그 시신을 확인하는 가족들의 처참한 모습들이 뉴스에 비춰졌다. 할머니는 기절하고, 엄마는 눈 앞에 자식의 시신을 두고도 자기 자식이 아니라며 믿지 않았다. 아버지들은 할 수 있는 의료기술과 장비들을 사용해 다시 한 번만 살리는 걸 시도해달라며 애원을 했다. 끔찍한 생지옥이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세월호에서 잊혀져 간 그들의 짧은 생을…. 코로나 19사태를…그리고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던 국가와, 조금이라도 지켜주기 위해 애썼던 국가를.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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