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ㅣ 한소희, 미워도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 ③

2020.04.14

사진제공=JTBC


'내 남자의 여자’ ‘밀회’ 등에서 늘 불륜을 저지르던 쪽이던 김희애는, ‘부부의 세계’로 그 반대의 위치에 섰다. 그곳에서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적수를 제대로 만난다. 이름도 생소했던 배우 한소희. SNS와 포털 기사에서는 남성들도, 여성들도 모두 이 배우를 얘기한다. 드라마 안팎으로 그의 파괴력은 분명해 보인다.

 

JTBC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의 여다경(한소희)은 지선우(김희애)의 남편 이태오(박해준)와 불륜관계다. 지난 주 방송된 6화에서 여다경은 그와 결국 결혼에 성공, 딸까지 출산했다. 이태오는 지선우에게 철저히 버림받았을지 몰라도, 결국 여다경은 지선우를 차지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승리’를 거머쥐었다고도 볼 수 있는 인물. 지역 유지인 여병규(이경영)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재력에 미모, 젊음까지 두루 가진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이 여성은 김희애를 포함한 TV 앞 여성들을 펄쩍 뛰게 만든다.

 

결혼이라는 일생 일대의 약속, 그에 대한 배신이 주제가 되는 복수극에서 분노의 기폭제가 되어 주변 미꾸라지들을 움직이게 하는 ‘메기’의 존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부부의 세계’의 여러 부부들의 틈에서 홀로 온전히 젊은 이 여자 메기는 그들의 관계에 금을 내고, 그 속내까지 낱낱이 드러나도록 만든다. 발화점이 강력해야 그 이면을 더욱 크게 태워낼 수 있는 법. 한소희는 매력적인 얼굴과 묘한 눈빛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화가 치밀 만한 아름다움과 젊음, 자신이 불륜 상대인 걸 알지 못하는 김희애를 홀로 '스캔'하던 첫만남에서의 치기어린 눈빛, 독하게 신경전을 펼치다가도 임신한 후의 불안하고 위태로워하는 심리 상태까지, 그는 여다경이라는 인물을 복합적으로 표현해낸다. 처음 김희애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나 이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서도 “그 남자가 두 달 안에 이혼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선빵’을 날리는 장면에서 보이는 날 선 연기는,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모멸감을 안겼다. 채국희, 박선영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의 기싸움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불륜녀’에게 빠져들면 안 된다, 안 되는데, 안 되는데…그 절대 공식을 가볍게 비켜간 채 대중은 한소희에게 급격히 빠져들고 말았다. 분명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계속해서 눈을 떼고 싶지 않은 존재로. 미디어에서 그간 ‘불륜녀’라 일컬어지는 존재들은 꽤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지곤 했다. 남자의 돈을 보고 맹목적으로 매달리거나, 임신을 빌미로 불륜남을 협박하거나, 적반하장의 모습으로 하극상을 만들어내거나. 이 모습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여다경은 조금은 더 신선한 ‘나쁜X’이다.


사진제공=JTBC



부족함 없이 다 가진 어린 여자가 나이만 많은 유부남에게 왜 빠져들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게 되는 지점부터, 아이를 가지고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불안감에 빠져 허둥대는 어린 청춘의 감정들까지, 여다경은 꽤 생생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나쁜 짓’의 뒤 편에 서린 초조함, 젊음과 사랑 모두를 가졌으면서도 언제나 제 앞에서 고고한 ‘어른’인 지선우를 보며 느끼는 자괴감에 휘말린 그의 모습은 꽤 인간적이다. ‘부부의 세계’가 국내 드라마에서 지극히 흔한 ‘불륜’을 소재로 내밀고도, ‘고품격’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여다경이 선사한 몰입감이 큰 역할을 했다. 비주얼도 연기도 다 되는, 간만에 매력적인 여성 배우를 찾았다는 소리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SNS상에서 그는 덕후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똑똑하고 젊은 그가 왜 이태오라는 어리석은 남자를 선택했을까, 혀를 차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도, 여다경이 그 불행에서 벗어나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는 응원아닌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간의 미디어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 중 ‘불륜녀’라 이름 붙은 캐릭터가 공감할 수 있는 구석 없이, 무조건적으로 돌을 맞는 존재였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이는 꽤 재미있는 일이다.


한소희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알던, 인플루언서이자 모델이었다. 크래커 광고로 유명세를 얻었으며, 송혜교, 한효주 등의 닮은꼴로 일컬어지기도. 2017년 SBS ‘다시 만난 세계’로 첫발을 디딘 이후에는 MBC ‘돈꽃’ tvN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 등에서 배우로 꾸준히 얼굴을 비쳤다. 강력한 신예 배우의 등장은 흔한 일이지만, 한소희의 존재감은 안방극장 밖에서 의외의 양상을 보이는 중.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의 과거 모습들이 화제였다. 담배를 물고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거나, 팔을 휘감는 타투가 보이는 사진 같은 것들. 이를 두고 “뻔히 과거를 알 것 같다”거나 “환상이 깨어졌다”는 등의 편견을 내보이는 이들이 생겨났다. 누구는 ‘논란’이라 하지만, 그에게 타격감은 제로다.


사진제공=JTBC


한소희는 이를 계기로 오히려 여성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한소희의 측근은 “타투와 담배, 여자에게만 문제 삼는 건 차별”이라고 못을 박았고, 일부 여성들은 남성 스타들이 같은 무드의 사진을 꺼내놨을 때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는 행태에 견주어, 그를 응원하고 나서기도 한다. “과거에 어땠을지 뻔하다”는 이 폭력적인 댓글은, 현시대가 아직도 여성에게만 가하고 있는 편견과 같은 문제를 그대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잘 해낸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의 상위 랭크 기사가 문신과 담배를 한 과거 사진이라니. 한소희는 드라마 밖에서도 유의미한 담화와 그에 따른 지지를 만들어냈다.


그의 행보가 ‘매력’으로 비치는 데에는 그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도 한몫했다. 한소희는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전해왔다.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진중하면서도 솔직한 생각을 쓰거나,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직접 그린 그림에서도 독특함과 자유분방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 없어 보이는 이 신예는 갖고 있는 다양한 매력으로 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소희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기력으로 많은 분께 인정받고 싶다. 연기 외의 관심사는 없으며 연애도 외모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드러낸 적 있다. 후반전에 들어간 ‘부부의 세계’에서 점차 깊어지는 여다경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간만에 등장한 이 매력적인 신예의 패기 어린 말에 잔뜩 기대가 실린다.


전혜진(하이컷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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