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ㅣ 박해준, 욕하는 사이 마음에 들어온 心스틸러 ②

2020.04.14

사진제공=JTBC



살다 보면 모든 일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통되게 갖고 있는 통념과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기준으로 모든 걸 규정짓고 이해해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 말이다. 이들은 세상이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자신의 감정이 항상 최우선. 주위의 원성과 비난이 쏟아져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그걸 늘 합리화한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대를 넘으며 초대형 대박이 예감되는 SBS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의 남자주인공 이태오(박해준)가 바로 그런 사람. 화목한 가정을 두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이 간 큰 남자는 모든 바람둥이들처럼 두 얼굴을 지녔다.

 

우선 완벽한 비주얼에 다정다감하면서 젠틀한 매너,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 감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하지만 사고체계가 아주 독특하다. 사랑과 결혼, 신의, 정절, 가정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들과 다른 것. 모든 게 자기중심인 철저한 이기주의자다. 


경제적인 윤택함과 가정의 편안함을 제공한 아내 지선우(김희애)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남성성이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불륜녀 여다경(한소희)도 똑같이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걸 눈치 챈 지선우가 진실을 고백할 기회를 줬음에도 사탕발림으로 넘어간 그는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며 당당히 맞선다. 지선우 몰래 집 담보로 대출을 받은 데다 아들 교육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애인에게 명품 백을 사준 건 그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가졌던 이들도 두손 두발 들게 만든 사건. 수많은 시청자들이 뒷목을 잡고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게 하는 최악의 불륜남 탄생이다.


이태오가 시청자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드는 건 그 어떤 것도 포기할 마음이 없다는 것.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면서 모든 걸 다 갖고 싶어 한다. 아내와 애인, 아들, 사회적 명예까지. 선우와 다경을 향한 마음이 자신은 사랑이라고 합리화하지만 모두가 안다. 그가 사랑하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걸. 본인만 그걸 모른다. 나이만 먹었지 정신 연령은  철없는 아이다. 그 무지에 처절히 복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지난 주말 방송된 6회에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태오를 처절히 처단한 지선우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했다. 그러면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태오가 우연히 마주친 아들 준영(전진서) 앞에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쓸쓸히 자리를 떠나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씁쓸함, 안쓰러움이 드는 묘한 기분을 경험했다.


사진제공=JTBC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배우 박해준의 탁월한 연기력과 독보적인 매력 덕분.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영화 ‘화차’ ‘독전’ ‘악질경찰’ ‘나를 찾아줘’ ‘유열의 음악앨범’ 등에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오가며 시청자와 영화 팬들의 신뢰를 받아왔던 박해준은 첫 주연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포텐셜을 확실히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박해준은 디테일한 캐릭터 해석으로 ‘공공의 적’이 돼야 마땅할 이태오를 인간적인 연민이 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철없는 소년미와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섹시함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선을 적절히 지키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내 호평을 받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완벽한 비주얼도 여심을 사로잡는 중요한 포인트. 지선우뿐 아니라 한창 어린 여다경까지 왜 그렇게 이태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설득력을 더한다. 이렇게 박해준은 첫 드라마 주연작 ‘부부의 세계’로 주연배우 대열에 올라설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확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번 주말 방송될 7회부터 와신상담한 이태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주 6회 끝부분 두 사람이 이혼한 지 2년 후 여다경과 결혼해 딸을 낳은 이태오가 고산시로 돌아오면서 거센 폭풍우가 예고됐다. 이태오를 자신의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냈다고 믿었던 지선우는 과연 이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금의환향한 이태오의 변화. 이혼 전 이태오는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빈 구석이 많았던 허점이 많은 인물. 전쟁 같은 이혼 과정에서 제대로 완패한 후 2년 동안 칼을 갈고 닦으며 강해진 그의 변화와 그가 갖고 있는 필살기는 과연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모두가 인정하지만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배우 박해준. 불혹 중반에서야 드디어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래서 더 나쁘지만 치명적인 ‘옴므파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박해준이 이제 막 본격 레이스에 진입한 ‘부부의 세계’에서 펼칠 활약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왠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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