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반도'에 '영웅'이 필요해!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 살리나?

2020.04.07

'반도', 사진제공=NEW


지난 6일 오후 서울 모 백화점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극장. 평소 같으면 수백 명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을 시간이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화제작 개봉이 없으니 영화 편수와 상영 시간도 대폭 줄고 직원과 아르바이트 숫자도 평소의 10분 1 정도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극장 내 커피 전문점과 식당도 한가한 표정. 테이블이 거의 다 비어 있다. 마치 현실이 아닌 인류 종말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영화 관객 수가 급속도로 급감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관객은 183만 4,491명. 이는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래 3월 전체 관객으로는 가장 적은 수치다. 작년 3월에 비하면 8분의 1, 올해 2월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4월 관객 수는 3월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관객 수 급감에 끝도 모르고 팽창하던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휴관하는 지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CGV 메가박스 등은 지난달 말 각각 40~50개 지점이 휴관했고 상영회차도 대폭 줄였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휴관하는 지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영화계 지형도 변화다. 극장에서 OTT 중심으로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극장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는 극장 문화가 강력한 전염병의 창궐로 위협받고 있는 것. 최근 국내 극장가 관객 수가 대폭 줄어든 건 단순히 정부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현재의 상황이 올 하반기나 연말까지 갈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관객들이 극장 나들이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영화 관람문화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 전염병의 위협이 다소 누그러진다고 해도 일반 관객들이 쉽게 극장 행을 결정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많다. 넷플릭스나 왓차 같은 OTT로 영화 관람 문화가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도기일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까? 코로나 19로 기존의 극장문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런 악조건 속에서 충무로는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준비 중이다. 충무로에 올 여름 성수기는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있다. 우선 코로나 19 창궐로 개학이 늦어져 여름 방학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악재다. 호재는 강력한 경쟁자 할리우드 화제작들이 사라졌다는 것. ‘탑건: 매버릭’ ‘원더우먼’ ‘블랙위도우’ 등 화제작들이 올 연말이나 내년으로 개봉시기를 옮겼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졌다는 건 전체 시장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아 호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악재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까지 여름 개봉을 확정한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윤제균 감독의 ‘영웅’. NEW와 CJ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함께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던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은 현재 개봉 시기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분위기라면 이들 영화는 연말이나 내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개봉을 확정짓고 홍보를 시작한 강동원 이정현 주연의 ‘반도’는 2016년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서 남은 사람들이 좀비와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다. 현재 7월 개최 예정인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인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1차 예고편이 공개되자 로튼 토마토, IGN 등 해외 유명 영화 사이트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2016년 ‘부산행’으로 1156만 관객을 모은 연상호 감독이 강동원과 어떤 시너지효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관객 신회를 세운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웅’은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았던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의사 역을 연기하고 김고은 나문희 이현우 등이 출연한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흥행보증수표’ 윤제균 감독이 뮤지컬 무대의 영광을 스크린에 재현하며 흥행신화를 또다시 창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도’와 ‘영웅’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두 영화가 각각 갖고 있는 남다른 시의성.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반도’ 속 좀비떼의 습격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태생부터 애국주의 정서로 시작한 ‘영웅’도 위로가 필요한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영화의 흥행 결과에 따라 충무로가 기사회생할지 더 추락을 할지 결정될 것이라는 말도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힘든 건 분명 영화계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영화는 전 세계가 인정해줄 만큼 자생력이 있다. 재능 있는 영화인들과 한국영화를 꾸준히 사랑해주는 관객이 있다. 위기를 극복해낼 만한 저력이 있다. ‘반도’와 ‘영웅’이 위기의 한국 영화를 구할 선봉에 서길 기대해본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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