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주 1회 방송은 넘 가혹해요!

2020.03.30

사진제공=tvN


밀당의 고수가 썸의 우위를 차지한단다. 그게 정말 진실이라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시청자와 썸타기에서 항상 성공하는 패를 쥐고 있는 존재다. 늘 그랬다. 그의 작품엔 언제나 엄청난 양의 떡밥이 있었다. 당장 ‘응답하라’ 시리즈만 봐도 늘 ‘여주인공의 남편’라는 대전제에 물음표를 붙이고 시작했다. 시청자는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을 알면서도 작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신원호-이우정표 썸타기의 승리법이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바로 tvN 목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다. 1화부터 ‘과연 누가 병원장 아들인가’라는 떡밥을 툭 던져놓더니 의외로 바로 정답을 알려줬다. 하지만 역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다.  또 다른 떡밥들이 하나둘 던져지며 우리는 또다시 익숙한 미끼 주위를 맴도는 대어가 돼가고 있다. 정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들처럼 정말 착한 드라마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항상 존재하는 '빌런'이 없다. 여느 작품이건 갈등을 조장하는 악역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그런 인물을 찾기 힘들고 왠지 현재 분위기상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떡밥 신공으로 악역인 듯 펼쳐놓은 인물들도 알고 보면 선한 인물이었다. 요즘처럼 무서운 범죄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하고, 드라마에도 범죄와 불륜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전례가 없던 발칙한 힐링물이다. 코로나 19 감염증으로 전국민의 심신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특유의 선하고 따뜻한 에너지로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주 목요일 밤 방송이 끝나면  각 커뮤니티에 원성이 자자하다. 주 1회 방송이라니! 이건 대한민국 시청자에겐 그저 충격과 공포일 따름이다. 우리는 그간 지극히 주 2회 방송이라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시스템에 길들어져 있었다. 아무리 PD가 사악한 엔딩 신공을 발휘하더라도, 다음날 방송이 있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 1회 방송은 시청자 입장에선 '배신'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원래 매주 두 번 만나던 연인을 한 번만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넷플릭스 ‘킹덤’이 1년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 한 번에 6개의 에피소드를 쏟아 냈으니까. 이야기에 어느 정도 끝맺음은 있었으니까, 당장 언제 새 시리즈가 오픈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저 체념하듯 버틸 수 있었다. 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다르다.


더군다나 신원호 PD의 낚시 레벨이 강태공급이니 갈증이 더하다. 그간 수많은 예고편들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놓았다 애태웠던 게 한두번이 아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여전하다. 그래도 1, 2화 때는 한 에피소드 안에 이야기를 종결시켜줬다. 하지만 3화는 이익준(조정석) 동생의 응급실행, 이익준의 이혼, 채송화(전미도)의 러브라인 등이 암시되면서 수많은 물음표를 낳았고, 양석형(김대명)의 불안한 모습을 예고편으로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당연한 말이지만 편성은 방송국 권한이다. 주 1회 방송이 제작진에 안겨준 여유는 작품의 퀄리티를 상승시킬 것이다. 늘 그래왔듯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보답할 터다. 또한 주 1회 방송으로 좀더 오랫동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날 수 있으니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시즌은 12부로 예정돼 있으니  만약 주2회 방송이었으면 종영이 금방 다가와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겨우 월요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목요일 오후 9시까지  기다리는 것. 이미 그물은 펼쳐졌고, 대어는 그 안에 걸려들었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꿀맛이라고 했던가. 참으로 슬기로운 주 1회 방송, 그리고 신원호-이우정 콤비다.


권구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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