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사라진 세상, 연예계는 안녕하십니까?

연예 기사 댓글, 순수악인가? 필요악인가?

2020.03.30

사진출처=포털 캡처


댓글이 사라졌다. 물론 모든 댓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제도가 폐지됐다.


연예인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수시로 점령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 관련 기사의 파급력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 정치인, 경제인, 스포츠스타들도 다양한 악플의 공격을 받는데, 연예뉴스만 유독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 것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래서 댓글이 사라진 이 시점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예뉴스 댓글은 순수악이었나? 필요악이었나?

 

#순수악이다!


악성 댓글에 고통받아온 가수 설리, 구하라를 잇따라 잃은 직후인 2019년 10월 다음이 먼저 연예뉴스의 댓글을 없앴다. 이어 네이버도 지난 3월5일부터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물론 네이트를 비롯해 몇몇 포털사이트에는 여전히 댓글 기능이 존재한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의 시장 점유율과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댓글 폐지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연예기획사들이나 연예인들은 여전히 댓글 제도 폐지를 반긴다. 그로 인한 피해를 피부로 느끼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댓글 폐지 이후에도 연예계에는 몇몇 논란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방송인 박지윤과 가수 가희의 경우, 만약 댓글 제도가 존재했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악플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서비스 중단 이후 "연예뉴스의 비판 수위 역시 다소 낮아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댓글은 적잖이 여론을 조성하는 기능을 해왔다. 각 댓글에 ‘좋아요’와 ‘싫어요’를 눌러 공감하는 댓글의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연예매체들이 대중의 지지를 얻는 댓글을 기반으로 비슷한 톤의 기사를 확대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예매체 소속 기자들은 ‘호(好)’보다 ‘불호(不好)’ 기사를 더 많은 대중이 클릭한다는 생리를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톱스타 OOO, 선행을 펼치다’보다는 ‘톱스타 OOO, 폭행을 가하다’라는 기사에 더 많은 눈과 관심이 간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악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이를 기반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 해당 기사의 주인공은 만신창이가 된다.


이 관계자는 "많은 매체들이 ‘댓글=민심’이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기사를 양산하곤 했다. 그러면 특정한 방향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때문에 진실을 다투기 전 이미 한 쪽으로 쏠린 인민 재판을 받게 된다"며 "댓글이 사라지면서 소속사와 스타 입장에서는 논란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됐고, 대중 또한 보다 중립적인 방향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판단할 여력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필요악이다!


댓글 폐지로 인한 가장 큰 폐해를 꼽으라면 쌍방향 소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포털 측과 댓글 폐지 옹호론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응수한다. 네이버는 ‘좋아요’·‘훈훈해요’·‘슬퍼요’·‘화나요’·‘후속기사 원해요’라는 다섯가지 이모티콘을 누름으로써 해당 기사에 대한 인상평을 알 수 있고, 기사 추천란도 따로 있다. 다음은 ‘하트’로 표시된 추천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글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댓글에 비해 파급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각 기사에 대한 촌철살인 평을 내놓는 댓글이 적지 않아 ‘댓글 보는 재미로 기사본다’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사나 제작자 등 콘텐츠를 다루는 이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영화, 드라마, 가요 등 연예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대중에게 소비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반응을 살피는 것은 필수 과정이다. 이성적 비판보다는 감정적 비난에 가까운 몇몇 댓글은 부작용이 더 크지만, 전체 댓글을 읽어보면 각 콘텐츠에 대한 건강한 분석과 평가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견제 기능이 사라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연예매체들이 모든 콘텐츠를 챙겨보고 체크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인 대중은 노출되는 모든 콘텐츠를 본 후 그에 대한 평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콘텐츠의 부적절한 표현을 지적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은근슬쩍 활동을 재개하려는 연예인들에게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각 방송사가 편성하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시청자 게시판조차 하나 둘 없애는 풍토 속에 대중은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점차 박탈당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지상파 PD는 "몇몇 악플러가 댓글창을 오염시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면 그 안에서 제작진이나 연예인들이 놓치고 있었던 허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댓글은 ‘필요악’에 가까운데 현재 분위기는 ‘순수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타 분야의 뉴스 댓글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고려할 때 댓글은 충분히 그 가치가 있는데, 연예뉴스의 경우 아무래도 인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폐해가 더 심각해 그 필요성마저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에 대한 찬반 여론 속에 몇몇 방송 관계자들은 "댓글 기능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한다. 무슨 의미일까? 실제로 각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연예 콘텐츠에는 댓글을 달 수 있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졌다.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 폐지는 연예 ‘뉴스’에 국한된다. 각 방송사에 제공하는 드라마나 예능의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댓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나흘 전 네이버TV 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코너에 올라 온 ‘정인선, 치킨바베큐·불막창집 ‘위생상태’에 경악!’이라는 콘텐츠에는 30일 오전 11시 현재 720여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베스트 댓글 중에는 ‘저래놓고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우리가 맛있다고 시켜먹는 족발 (중략) 위생없이 배달오는 게 70%라는 거 다들 아심?’, ‘너무 더러워서 소름 돋았음’, ‘이 집은 고소 먹어야 되는 거 아니냐’ 등 원색적인 비판이 담겨 있다. 결국 각 연예매체들이 연예인이나 콘텐츠에 대해 글로써 정리해놓은 기사에 대한 댓글만 사라졌을 뿐, 몇몇 악플러들은 이미 이 같은 시스템을 간파하고 그들의 활동 무대를 옮겼다.


한 중견 연예부 기자는 "기사의 경우 비판적 시각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 가능성이 있고,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들에 대해 더 자극적인 표현을 써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치 연예뉴스가 모든 폐해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댓글 서비스가 사라진 후 ‘꼼수’로 이 난관(?)을 극복해가는 매체도 있다. 몇몇 매체들은 연예뉴스를 ‘연예 부문’이 아닌 ‘생활 부문’ 기사로 전송하고 있다. 생활 관련 기사에는 댓글 기능이 살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댓글이 붙는다. 네이버가 시스템적으로 연예뉴스의 댓글 기능만 없앤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기사의 경우 기사 하단에 네이버 측이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이고 있다.

결국 각 언론사의 분류 결정에 따라 연예뉴스가 다른 섹션으로 게재돼 댓글을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만 행위에 가깝지만, 몇몇 언론사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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