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반' 정해인, 꽃바람 몰고 돌아온 '봄의 남자'!

짝사랑을 키워드로 채수빈과 상큼한 멜로 연기!

2020.03.25

사진제공=tvN


배우 정해인이 또 한 번 춘심(春心)을 일깨우러 왔다.


지난 2018년 3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안방을 강타한 정해인은 지난해 5월엔 MBC ‘봄밤’으로 나섰고, 올해는 tvN 새 월화극 ‘반의 반’(극본 이숙연, 연출 이상엽)으로 춘남(春男)이 됐다. 이제 명실공히 봄의 남자인데, 지난 23일 베일을 벗은 ‘반의 반’으로 ‘찐’사랑을 보여주려고 한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짝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여심을 공략한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죽마고우이자 첫사랑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한 이야기다. 24일 두 번째 방송에서 여주인공 한서우(채수빈)가 말한 것처럼 “요즘 누가 짝사랑을 하나. 다들 얼마나 경쟁적인데”, “어떻게 10년을 버텼을까” 싶은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느린 듯 차분하게 캐릭터에 몰입하게 하는 섬세한 영상과 음악이 ‘반의 반’의 매력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 하원(정해인)과 그의 짝사랑 김지수(박주현)의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펼쳐지는 장면들은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 영상미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들의 추억이 담긴 시 ‘미시령 노을’을 확인하러 올라간 강원도 고개의 장관은 시청자들에게도 지수의 대사처럼 뭐든 마음을 내려놓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자연의 황홀경이다. 그저 곱디고운 선남선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그림들이 ‘반의 반’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눈도 눈이지만, 현혹되기는 귀도 마찬가지다. 첫회에서 스튜디오 밖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에 하원이 스튜디오로 끌려들어가듯 발걸음을 옮겼듯이 시청자들도 ‘반의 반’이 들려주는 소리들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원이 만든 대화프로그램 하원D가 반응점이 없어 무미건조하게 질문에 대답하다가 천둥번개 소리 뒤에 갑자기 실제 인격체처럼 반응하기 시작한 것처럼, 시청자들은 아름다운 배경음악들을 비롯해 빗소리, 심지어 눈 내리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소리들에 숨을 죽이게 된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또 한 번 멜로로 인기 굳히기에 나선 정해인이지 않나. 심지어 지수가 만나자고 보낸 문자 한 통에 미국에서 수업을 듣다가 그길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순정남이란다. 지수가 결혼한다며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달라는 말에는 “물론이지”라면서도 “너는 결혼해. 나는 내 사랑 그대로 할게. 내 결정도 존중해줘”라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다. 늘 그래왔듯 편안하게 연기하는 정해인의 하원은 짝사랑을 해도 멋있기만 하다.


여러모로 ‘반의 반’은 완연한 봄날씨를 보이기 시작한 요즘 안방팬들을 심쿵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KBS2 ‘공항가는 길’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등을 쓴 이숙연 작가가 드라마 대본을 맡은 점도 정해인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대목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엇갈리는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한 이숙연 작가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었던 정해인이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것.



사진제공=tvN



뿐만 아니라 정해인은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 촬영 당시 ‘반의 반’ 대본을 처음 접하고 드라마 출연을 일찌감치 정했다고 한다. 멜로를 한창 촬영 중에 있었으면서도 멜로물에 마음이 갔다니 다른 배우들과 확실히 다른 행보다. 보통 많은 배우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커서 자꾸 ‘변신’을 감행하는데, 정해인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멜로물에 집중하며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대세로 떠오른 정해인 정도면 충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너무 똑같은 것만 한다는 시선도 있다. 물론 디테일을 따지면 차별점이 당연히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멜로물만 하고 있으니 그렇다. 어쩌면 꽃미모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겨 제의가 들어오는 캐릭터 자체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우물 전략이 아니라 정해인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봄밤’으로 안판석 PD-김은 작가와 연속으로 호흡한 그는 이번에도 ‘유열의 음악앨범’에 이어 ‘반의 반’으로 이숙연 작가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본만 놓고 보면 김은 작가 혹은 이숙연 작가의 스타일이 정해인의 취향인 것이다. 더 나아가 멜로라는 장르의 바운더리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제작진도 자꾸 겹치는 현상이 정해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랑에 일편단심인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도 그가 드라마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더욱 그럴듯해 보이는게 아닐까.


사실 그가 멜로만 파고 있는 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전에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만 2년간 세 편의 드라마, 영화까지 도합 4편의 작품을 내리 멜로만 한다고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볼일은 아닐 것이다.


설사 한 우물만 파겠다고 작정했다고 해도 아직은 한참을 더 파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지 얼마되지 않은 정해인이 멜로남이라는 수식어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변신을 해도 지금의 멜로남 이미지를 더 굳건히 한 뒤 하고 싶다는 계산일 수 있다.


멜로로 한 번 더 도약하고 정점을 찍겠다는 욕심이 있을 수도 있다. 꽃미모로 멜로 뚝심을 보이는 정해인은 앞으로 걸어나아가야 할 배우 인생에서 아직 반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팬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정해인의 멜로 행보를 조금더 지켜볼 의향이 충분하지 않을까. 정해인이 이번에 펼칠 ‘반의 반’이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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