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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주지훈, 남자가 짝사랑할 때!

순도 100% 순정남으로 여심 흔들어

2020.03.24

사진제공=SBS


연예 상담 프로그램에 사연이 소개되면 패널들이 두 손 두 발 들어 말릴 관계다. 우월한 비주얼에 화려한 스펙, 탄탄한 직업을 가진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는 뼛속부터 금수저인 남자. 이 남자에게 이름부터 신분까지 철저히 속이며 다가가 중요한 재판 정보를 빼내 승소한 후 승승장구해 결코 넘볼 수 없던 남자의 세계에 진입한 여자. 정말 심하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남자는 직장동료가 된 그 여자를 여전히 사랑한다. 여자가 아무리 밀쳐내도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연애의 참견’의 패널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호구’라고 부를 만한 안쓰러운 사연이다. 그러나 로맨티시스트들의 눈에는 ‘완소 순정남’이다.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유)의 남자주인공 윤희재(주지훈)의 이야기다. 극 초반 모든 걸 가져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던 윤희재가 직장동료가 된 정금자(김혜수)를 향한 그 죽일 놈의 짝사랑, 아니 대책 없는 순정 때문에 홍역을 지독히 치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희재앓이 중이다. 매회 여성 시청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한 심쿵 모멘트를 선사하며 안방극장에 설레는 로맨스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희재는 모든 게 철저히 의도된 거라는 것을 알지만 금자의 가슴에 1% 진심이라도 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술의 힘을 빌려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었느냐”고 아이처럼 묻는 희재의 쓸쓸한 눈빛에도 돌아오는 건 “없었다”는 단호한 답뿐. 그래도 자꾸 그 여자 사무실 앞을 배회하고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어쩔 줄 모르고 술 한잔 하면 배알도 없이 보고 싶어 달려간다. 팽팽히 기 싸움을 하다 “우리 관계가 뭐였냐”고 묻는 금자에 “사랑했던 사이”라고 대답하는 대책 없는 모습은 금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저런 바보” “뭐가 아쉬워서”라고 욕하다가도 차가워 보이는 외면 뒤에 숨겨진 보드라운 순수함에 무장 해제되며 응원하게 된다. 사실 자신도 끌리면서도 철벽을 치는 정금자의 고수급 밀당에 희재와 함께 탄식과 환호를 오가고 있다.


‘하이에나’는 방송 초반부터 악과 깡으로 똘똘 뭉친 흙수저 여자 변호사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변호사의 한판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법조계에서 철저한 프로들이 펼치는 ‘어른들의 싸움’은 아찔한 카타르시스와 재미를 선사했다. 이제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쎈 캐릭터’ 정금자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김혜수의 하드캐리’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매회 시청률을 경신했다. 김혜수의 ‘일곱빛깔 무지개’ 같은 매력이 다 공개됐을 때쯤 숨죽이며 차례를 기다린 주지훈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완벽히 물이 오른 선굵은 연기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대선배 김혜수와 함께 핵폭탄급 케미스트리를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SBS


싫다고 밀어내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윤희재의 모습은 쿨하고 시크한 게 미덕인 요즘 같은 시대에 지질하고 불편한 걸로 치부될 수 있는 게 사실. 또한 모든 걸 다 가진 윤희재가 자신의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긴 정금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모습은 아무리 드라마지만 논리적으로 개연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슴속이 타들어가는 듯 한 진한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어느 날 갑자기 훅 하고 가슴속으로 사랑이 파고들면 이성으로 절대 제어할 수 없는 걸. 짝사랑에 한없이 비참해지고 외로우면서도 그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내는 주지훈의 한층 성숙된 감정 연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톰과 제리’처럼 만날 으르렁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순도 100% 순정으로 들이대는 모습은 완연히 사랑에 빠진 소년 같다. 복잡하면서도 입체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주지훈의 연기에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성시청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윤희재의 짝사랑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요즘 시대 보기 힘든 ‘품위’가 살아있기 때문. 자신의 마음대로 안 되면 토라지고 심술을 부리는 이제까지 수없이 보아온 드라마 속 지질남들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막무가내로 들이댈 때도 있지만 선을 절대 넘지는 않는다. 주변을 맴돌다 금자가 힘들어할 때면 기댈 수 있는 어깨 하나를 내놓는다. 이런 ‘어른 남자’ 전법으로 아주 멀었던 금자와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가고 있다. 더욱 진해질 멜로를 연기해나갈 주지훈의 일취월장한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희재와 금자는 그린라이트를 켤 수 있을까?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이들에게  맞지 않을 듯하다. “열심히 함께 일하고 사랑도 열심히 했다”는 해피엔딩이 희재와 금자에게는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순정남 희재, 주지훈이 환하게 웃는 결말을 기대해본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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