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김혜수의 하드캐리만큼 필요한 건?

원맨쇼 NO! 제목처럼 치열한 혈전돼야 산다!

2020.03.06


사진제공=SBS '하이애나'


정말 안 되는 게 없는 김혜수다.

 

SBS 금토극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우)에서 김혜수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타짜’부터 ‘도둑들’, ‘관상’, ‘국가부도의 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김혜수가 작품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설명이 필요 없다. 영화의 색깔에 따라 그가 보여준 매력이 달랐을 뿐 그의 존재감은 늘 압도적이었다.

 

그런 김혜수가 ‘하이에나’에서 정금자 역으로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드는 중인데, 역시나 카리스마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융합시킨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송 상대 변호사임을 숨기고 윤희재(주지훈)에게 접근,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금자에게 물주를 잡기 위해 술자리에서 아부를 떨고 노래하며 영업하는 일쯤은 애교다. 변호사법 위반은 차치하고 자신에게 진심이었던 적은 있는지 흥분하며 따지는 윤희재에게 은근히 밀당을 하는 정금자는 독종이라고 말하기엔 기가 찬 시쳇말로 '또라이'다.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쩌다 저런 생활력을 가지게 됐을까 궁금해지는 정금자여서 카리스마부터 생활력 연기까지 다 되는 연기자를 찾자면 김혜수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혜수는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이나 영화 ‘신라의 달밤’ 등에서도 생활의 달인다운 캐릭터로 보는 이들을 녹아들게 한 경험이 풍부하다.

 

정금자 패션도 남다르다. 영화제에서 늘 화려한 드레스 자태로 시선을 강탈하고, 작품 속에서도 매력적인 옷매무새를 자랑하던 김혜수가 정금자 룩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변호사라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수트 차림이 아니라 트레이닝복 위에 재킷을 입는 패션으로 신개념 품위를 보여주고 있다. ‘촌티’ 패션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정금자는 최근 굴지의 로펌 송&김에 새로운 파트너 변호사로 신분이 변하면서 또 한 번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레드 셔츠와 역시 붉은 계열 재킷으로 레트로 감성을 한껏 고취했는데, 김혜수였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촌스러운 듯 사랑스러운 정금자 룩을 김혜수가 완성시키고 있다.

 

첫 회에서는 정금자가 양아치 의뢰인에게 습격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며 공포심까지 밀려드는 액션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칼로 위협당하는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의 팔목을 물어뜯으며 자신을 방어한 정금자는 제목처럼 하이에나 같은 면모를 보여줬다. 섬뜩한 장면이 과연 저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김혜수라 가능하다 믿어졌다.

 

총천연색의 정금자를 팔방미인 김혜수가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싶을 만큼 김혜수가 곧 ‘하이에나’의 장르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자꾸만 ‘김혜수가 아니었더라면’이라는 단서를 넣게 되는 상황에 ‘하이에나’는 그 맹랑한 이야기가 점점 지켜보기 고민스러워지고 있다. 


사진제공=SBS '하이애나'

 

정금자와 윤희재 두 변호사가 팽팽하게 치고받는 신경전이 쫄깃한 재미가 되길 바라지만, 치밀한 법정물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 이상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진다. 정금자의 계획적인 접근이었긴 하지만 한때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인 만큼 로맨스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자칫 하이에나라는 제목을 앞세운 기획의도가 용두사미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워지는 대목이다.

 

4회까지 방송된 현재는 김혜수의 원맨쇼에 웃으며 맹랑하다 이야기했더라도 좀더 가면 개연성 없는 전개로 끝내는 터무니 없고 허무맹랑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이상 김혜수표 정금자에게만 의지하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하이에나’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첫회부터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금자의 매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하이에나’가 수면 위로 올라와 사람들의 품평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시청률이 10%를 넘나드는 것도 유의미한 성과다.

 

앞서 ‘하이에나’ 관계자들은 방송전 “대본이 재미있다”는 평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주변을 안심시켜왔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대본이 될지, 향후 전개될 이야기가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담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만 탄탄하다면 전천후 김혜수가 있으니 성공은 떼어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물론 김혜수가 만들어낸 정금자에게 이미 흠뻑 빠진 팬심은 계속해서 ‘김혜수가 아니었더라면 나오지 못했을 드라마’로 ‘하이에나’를 국한시키고 싶을 수도 있다. 김혜수의,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드라마로 규정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이에나’는 정금자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 주지훈, 연출자 장태유 PD 등 ‘하이에나’를 이야기하며 거론할 인물들이 적지는 않지만, 결국 스타성, 존재감을 따지면 김혜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이에나’ 성공을 위한 남은 절반의 몫마저 김혜수가 짊어지는 게 맞을까.

 

정금자의 탄생으로 이미 김혜수의 위력은 입증됐다. 김혜수가 지금처럼 마지막까지 빛나길 바라면서도 김혜수의 하드캐리만 남는 드라마가 되지는 않기를 바라게 된다. ‘하이에나’ 정금자의 탄생이 의미하는 게 김혜수의 건재함 그 이상이 되길, 남은 ‘하이에나’의 이야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성경(칼럼니스트)





목록

SPECIAL

image BTS's back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