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s back l ② 왕관의 무게를 이기는 법

2020.02.27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BTS)는 참 힘든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 걸어온 길도 지난한 데, 앞으로 갈 길은 더 험난하다. 비유하자면, 반에서 1등을 하고 전교 1등까지 꿰찼는데, 이제는 "전국 1등을 노려라"고 아우성이다. 산 정상을 향할수록 발 디딜 곳은 좁아지고 미끄러질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그들을 향해 "더 올라가 보라"고 외친다. 가장 큰 적은 기대감, 1등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방탄소년단을 새 앨범 ‘맵 오브 솔 7(MAP OF THE SOUL : 7’)  발표에 대한 외신의 반응 중 이 문장이 가장 반갑고 납득이 간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발표는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세계적인 이벤트’다." 미국 LA타임스의 표현이다. 더 이상 그들의 기록에만 집중하지 말자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이 돌아오는 것 자체를 즐기면 된다는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개봉을 앞두고 그들이 전세계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 지를 먼저 계산하지 않듯, 방탄소년단의 새 음악을 듣고 퍼포먼스를 보며 충분히 즐겁다면 그걸로 족하다.

 

#"한국은 좁다"…남다른 클래스


그동안 톱가수들의 컴백 과정에는 하나의 공식이 있었다. 목∼일요일까지 이어지는 Mnet ‘엠카운트다운’, KBS 2TB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중 가장 친분이 두텁고 호의적인 방송사와 손잡고 첫 컴백 무대를 가진 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하지만 ‘클래스’가 다른 방탄소년단의 컴백 무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였다. 심지어 그들이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도록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비워줬다. 여기서 공연한 가수는 2018년 폴 매카트니 이후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알다시피, 폴 매카트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밴드 비틀스의 멤버다.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즈’라 일컫고, ‘BTS’라는 그들의 영어 이름이 ‘Beatles’의 약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일단 기록을 살펴보자. 방탄소년단이 21일 발매한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은 전 세계 91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그들의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동시 석권을 예약했다. 빌보드는 25일 예고 기사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다음 주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18년 6월과 9월, 2019년 4월에 이어 어느덧 4번째 ‘빌보드 200’ 정상이다.


빌보드와 함께 가장 권위있는 차트 양대 산맥으로 인정받는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다. 오피셜 차트는 같은 날 "방탄소년단이 이 앨범으로 두 번째로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비틀스 뿐만 아니라 롤링스톤즈, 레드제플린 등 영국 태생 밴드들이 미국 팝시장을 점령하며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이라 불렸던 것처럼,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영국의 심장부를 향해 ‘코리안 인베이젼’(Korean Invasion)을 현실화한 셈이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음악 시장인 일본 가요계도 석권했다. 27일 일본 레코드 협회의 ‘골든 디스크 대상’ 발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부문 ‘베스트 아시안 아티스트’를 비롯해 ‘베스트 5 싱글’, ‘송 오브 더 이어 바이 다운로드’, ‘베스트 뮤직 비디오’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베스트 아시안 아티스트’와 ‘베스트 뮤직 비디오’ 부문의 경우 지난해에 2연패다.

 

#"갈 길이 멀다"…치열한 자기 반성과 겸손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할 때, 그들의 외모·노래·퍼포먼스에 천착해서는 안 된다. 한국어 가사로 된 한국 그룹에 전 세계 청춘들이 열광한 이유는, 그들이 전한 메시지 때문이다. 각국의 대학에 한국어 관련 강좌가 생기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팬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건, 단순히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외우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들여다보자.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은 과연 무엇을 외치고 있을까? 그동안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노래하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던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노력했다. ‘7’이라는 숫자는 7명의 멤버를 뜻함과 동시에 2013년 데뷔 후 7년의 세월을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함께 한 그들의 삶을 가리킨다.


앨범 발표에 맞춰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은 " 일곱 명 멤버들이 방탄소년단 데뷔 후 7년을 돌아보는 앨범"이라며 "이전 앨범 ‘페르소나’에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숨기고픈 이야기까지 꺼내보았다"고 고백했다.


방탄소년단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이 오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위치지만, 그들은 그 위에 군림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기 보다는 뒤를 돌아본다. 자기 반성이다. 제이홉은 "7명이 함께 생활하며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 좋기도 했지만 너무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말했고, 슈가는 "데뷔하고 7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가끔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거나 방황하며 내면의 그림자가 커지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무게 중심을 잘 잡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RM은 "‘블랙스완’을 쓰면서 울었다"며 "아직도 우리는 싸우고 있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7년을 돌아보면 실수한 적도, 잘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음악, 퍼포먼스를 하고 수많은 팬들 아미 등 이 자체가 행운이고 감사하게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앨범을 작업했다"며 다시금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에 지극히 사적(私的)인 속내를 담았다. 이는 2월 초 열린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직후 봉준호 감독이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말한 것도 맞닿아 있다. 내 마음 하나 헤아리거나 부여잡지 못하면서 거창한 포부를 밝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진솔한 자기 고백에 매료된 봉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제 3000배"라고 말한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슈가는 "과찬이다. 부끄럽다"며 "우리가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갈 길이 멀다"고 자세를 낮췄다.

 

#"내년에도 가도록 노력하겠다"…방탄소년단의 비전


방탄소년단은 하얀 눈밭에 아주 짙고 선명한 발자국을 내며 걷고 있다. 그들이 가는 걸음 걸음이 전인미답의 고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들도 닿지 못한 곳이 있다. 목표가 있다는 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건 아주 반갑고 흥분되는 일이다.


일단 빌보드 ‘핫 100’ 1위가 남아 있다. 빌보드 200은 앨범 전체를 평가하는 차트이고, 핫 100은 노래 1곡의 순위를 매기는 싱글 차트다. 방탄소년단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8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K-팝 그룹 중에서는 단연 신기록이지만 한국 가요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면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2012)로 기록한 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방탄소년단이 싸이를 뛰어넘는다는 건, 곧 핫 100 정상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방탄소년단에게 곁을 내주지 않은 또 한 곳이 있다. 그래미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앞서 BTS는 그래미어워즈를 제외한 두 곳에서는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그래미어워즈에서는 아직까지 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유독 백인우월주의 기조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천천히 깃발을 꽂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그래미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선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유명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함께 공연을 펼쳤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그래미어워즈에서는 본상 후보를 넘어 수상의 영광까지 누릴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만약 그 그림이 현실이 된다면,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백인 중심으로 돌아가 논란이 많았던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이 올해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기생충’에게 기회를 부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슈가는 "이번 그래미어워즈에 가서 공연 할 때 너무 떨렸고, ‘한스텝 한스텝 밟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놀랍고 즐거웠다"며 "또 기대되는 시간이다. 내년에도 가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윤준호(엔터테인먼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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