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다들 뉴욕이래?

정해인 이어 나영석 이서진이 뉴욕을 찾은 이유는?

2020.02.18

사진제공=KBS



모두가 뉴욕을 사랑한다. 영화 속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성공에 대한 배경은 언제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고, 드라마 속 남주와 헤어진 여주가 떠나는 곳은 뉴욕. 비단 드라마나 영화만 그럴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한 채 각자의 삶을 찾은 가수 이진과 이소은은 맨해튼에 뿌리를 내렸고, 배우 정해인은 첫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KBS2 '걸어보고서'에서 다름 아닌 브루클린 거리를 걸었다. tvN에서 방송 중인 옴니버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서 나영석 PD는 '찐뉴요커' 이서진의 여행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뉴욕일까?  패션과 문화의 성지. 낯선 이방인의 도시. 뉴욕에 대한 단상은 여러가지일 테지만 대략 한 줄로 집약된다. ‘가장 화려하고도 낯선.’ 세상 가장 화려한 불빛과 그 속에 담긴 낯설고 이질적인 외로움의 정서는 이 도시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만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짝이는 새로운 것을 동경하니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뉴욕은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 특별한 공간으로 치부된다. 그러니 사람들은 올 여름 휴가로 뉴욕을 다녀왔다고 말하는 거지. 미국이 아니라. 고작 뉴욕시에 사는 지역주민을 일컫는 '뉴요커'에서 느껴지는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이 거저는 아니란 거다.

   

뉴욕은 늘 트렌드의 중심이었다. 모든 패션과 문화의 트렌드는 이곳 뉴욕에서 시작됐으니까. 성공한 디자이너에 대한 기준이 뉴욕 팝업스토어의 유무였던 때가 있었고, 애플의 심장인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두고 굳이 5번가의 스토어가 애플의 아이콘이 된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뉴욕이 가진 상징성. 새롭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것의 시작은 줄곧 뉴욕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최근 다시 불게 된 뉴욕의 트렌드는 이전과 결이 같을까?

 

트렌드코리아2020에서는 올해의 10대 소비 트렌드 중 네번째 트렌드로 'Here and Now:the Stree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를 소개했다. '스트리밍(Streeming)'이란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음악, 영화, 소설 등을 파일로 다운로드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때  전송되는 데이터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꽤 낭만적인 '스트리밍'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스트리밍 라이프란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재생하는 것처럼, 집, 자동차, 가구 등을 소유하는 대신 다른 것을 경험하는 소비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즉 소유를 통한 영속적인 시간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닌, 경험을 통한 찰나의 순간에 더 포커싱을 두는 거다. 스트리밍 라이프의 서브타이틀이 왜 'Here and Now(여기와 지금) '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사진제공=tvN


또한 트렌드코리아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란 책을 인용하며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할 것." '소유'의 반대말로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무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등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탐욕 그 자체를 경계하는 게 아닌 그저 노선이 바뀐 것뿐. 이제 사람들은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가 아닌 더 익사이팅한 경험, 더 매혹적인 문화를 갈구한다. 보다 많은 경험과 이를 향유할 기회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카드를 내민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 경험은 결국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은 바로 타인의 취향이다.

 

 뉴욕은 이방인의 도시이자 패션과 문화, 고메의 메카이다. 수많은 인종과 다양한 카테고리의 컬처가 한데 어우러진 '잡탕'같은 공간이자 다채로운 취향의 집약체다. 때문에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그 모든 순간마다 색다른 문화와 취향이 탄생 됐다. 할렘에서 출발한 힙합과 버려진 거리와 허름한 건물 사이에서 태동된 그래피티는 이제 전세계인이 향유하는 문화이자 예술이다.


굳이 거창한 예술까지 들먹이지 않다 하더라도, 뉴욕은 스트리트마다 너무도 다채로운 문화와 취향이 넘실댄다. 더구나 낡고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뉴욕시의 정책 덕분에,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대 모두에게 뉴욕은 탁월한 기회비용을 제공한다. 그래서 정해인은 스트리트를 넘나드는 경계에서 한 박자씩 쉬었고, 카메라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조명이 아닌 햇살 아래 공원을 향해 바지런히 걸음을 내딛는 청춘 스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담기도 했다. 그럴 때의 뉴욕은 우리가 아는 곳 같다가도 영 모르는 곳 같다. 또한 차이나타운에서 식사하고 닉스 경기를 관람하는 뻔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올드요커(?) 이서진은 어떠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보고 싶은 건, 그게 결국 뉴욕이어서다. 분명 이서진의 취향과 재회한 뉴욕은 새롭고 매력적일 테니까.


뉴욕에서의 이러한 스트리밍 라이프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백종원 게임'. '백종원 게임'이란 아무 한국 음식 메뉴 하나를 대고, 이를 구글에 검색해 백종원 레시피가 나온다면 걸리는 일종의 술 게임이다. 뉴욕 역시 마찬가지다. 넌버벌 퍼포먼스, 현대무용, 피규어, 레고, 스페인요리, 플라잉 요가, 크래프트 비어, 흑백사진, 탭댄스, 혹은 오드리 헵번, 마틴 스콜세지도 좋다. 구글에 NYC와 당신이 원하는 단어를 조합해보라. 관련한 전시나 필름상영회, 혹은 원데이클라스(1day class)가 활성화되어있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체험 또한 여러가지다. 특히 뉴욕의 봄과 독립기념일이 포함된 여름은 이런 즐길 거리가 매일 다채롭게 열린다. 센트럴파크와 브라이언파크, 메트로폴리탄 등 뉴욕을 상징하는 곳곳에서 뮤지컬, 전시, 상영회 등 색다른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처럼 뉴욕은 다양한 테마에서 꽤 만족할 만한 보기를 제시할 수 있다. 더구나 그 보기는 다지선다형이며, 때로는 오답인 줄 알았던 보기가 당신에게 더 매혹적인 옵션일 수도 있다. 일단 뉴욕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면, 뉴욕은 당신의 경험과 취향을 '플렉스(flex)'해버릴 답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양현진(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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