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을 보는 시선 ㅣ ②부러움을 부르는 그 이름!

2020.02.18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질 수밖에 없다. 매 작품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낭패감을 안겨주는 배우 현빈의 이야기다. 아무리 도끼눈으로 단점을 찾아보려 해도 찾기 힘들다. 잘생기고 멋있는 데다 연기도 또래에 비해 잘하고 자신의 커리어도 얄미울 정도로 잘 관리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지 않아 다소 차가워 보이는 건 흠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멋있으니까.


현빈은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으로 대한민국 여심뿐만 아니라 남심까지 사로잡으며 또다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책 없이 달달한 북한군 특수 장교 캐릭터에 “저게 말이 돼”라며 욕을 하며 드라마를 보던 남성 시청자도 ‘판타지 월드’에 퐁당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런 현빈의 마력은 필연적으로 20% 넘는 시청률을 견인했다.

 

물론 박지은 작가의 ‘로코 장인’다운 필력과 이정효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 ‘로코 여제’ 손예진의 물 오른 연기력도 드라마의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현빈의 감성연기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잠시 그를 잊고 살던 여심에 불을 제대로 붙이며 현빈이라는 빠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늪에 다시 빠트렸다. 이제 단순히 키 크고 잘생긴 ‘미남배우’로만 규정지을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 남자배우로 불러도 무방할 위치에 올라섰음을 알게 해주었다.


현빈의 필모그래피가 또래 ‘한류스타’들과 다르게 다가오는 건 그가 항상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 많은 남자배우들이 한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르면 자신의 출세작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도전을 시도하기보다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면서 위험부담을 줄이고 광고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현빈은 급격한 변신은 아니더라도 명감독과 작가를 만나 꾸준히 변신을 시도하면서 배우로서 한 계단씩 성장해갔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해서다. 대중이 현빈을 처음 눈여겨보기 시작한 작품은 MBC 미니시리즈 ‘아일랜드’. 스무세살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이나영이 연기한 이중아의  남편 강국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루저’로 부를 만한 남자 재복(김민준)에게 빠져든 아내 때문에 멘붕에 빠진 유부남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게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연기해냈다. 반드시 주목해봐야만 하는 ‘떡잎부터 남다른 될성부른 나무’임을 입증했다.

 

현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도전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은 윤종찬 감독의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꼽을 수 있다. 저예산 영화이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현빈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이 못 본 게 아쉬울 정도로 뛰어나다. 극심한 생활고가 안겨준 스트레스에 자신을 백만장자로 착각하는 정신병자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심저를 휘젓는 호연을 펼쳤다. 대중이 기대하는 멋진 현빈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가 얼마만큼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졌는지 보여줬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도 현빈의 팬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 어머니의 부고로 교도소에서 휴가를 받아 고향에 돌아온 무기수 애나(탕웨이)의 마음을 흔드는 옴므파탈 훈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며 긴 여운을 남겼다. 영화가 원래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탕웨이의 존재감이 커 현빈의 변신은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태용 감독의 연출과 탕웨이와의 호흡을 통해 성숙된 감성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곽경택 감독의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선보인 호연도 남다르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그들만이 사는 세상’으로 최고의 멜로 배우로 떠오른 상황에서 현빈은 선배 장동건이 연기한 인생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현빈은 드라마의 특성에 맞게 좀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0년 ‘시크릿 가든’으로 초대형 대박을 터뜨린 후 군대에 입대한 현빈은 제대 후 ‘역린’이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지만 ‘공조’로 초대형 대박을 치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출연한 영화 ‘꾼’ ‘창궐’ ‘협상’, 드라마 ‘알함브라의 추억’은 흥행이나 작품적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 ‘협상’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지만 관객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알함브라의 추억’은 초반에 게임을 잘 모르는 시청자도 빨아들이게 하는 선 굵은 연기로 호응을 얻었지만 흐지부지한 결말로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런 가운데 현빈이 차기작으로 선정한 ‘사랑의 불시착’은 안정적인 선택으로 비쳐졌다. 흥행 작가 박지은의 작품인 데다 ‘협상’에서 찰떡궁합을 선보였던 손예진이 파트너이기에 “아무리 못해도 중박 이상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 재벌녀와 북한 특수장교의 사랑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설정은 우려를 낳았다. 또한 ‘공조’에서 연기한 특수부대 요원 임청렬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점도 걱정을 더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요리사들이 모인 ‘맛집’은 달랐다. 현실에서 남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그려지는 남녀북남 판타지적 사랑에 낯설어 하던 시청자들도 최고의 작가, 연출, 배우들이 뭉쳐 만들어내는 최상급 요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현실성 없는 개연성이 부족한 설정도 판타지로만 받아들이면서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여기에 여성들의 판타지가 모두 투영된 리정혁 캐릭터를 멋들어지게 소화해낸 현빈이라는 셰프의 내공은 엄청났다. 겉모습은 강인한 특수 장교이지만 내면은 호수에서 소나타를 연주하는 섬세한 예술가의 면모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조’의 목석 같은 임청렬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던 것. 이렇게 현빈은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2010년 '시크릿 가든'에 이어 10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또다시 경신했다.


‘만년 청춘’일 것 같았던 현빈도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 남자배우들에게 40대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골든 에이지’다. 초대형 대박을 친 ‘사랑의 불시착’을 잇는 현빈의 차기작은 충무로 중견 임순례 감독의 ‘교섭’이다. 평소 존경하는 대선배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두 사람은 중동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을 연기할 예정이다.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배우라는 산을 등정하는 현빈. 경주마처럼 앞만 보지 않고 양옆과 뒤도 돌아보며 한 단계씩 올라서는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모범생이면서도 모험가인 그가 그려나갈 앞으로의 연기인생의 색깔은 뭘까? 왠지 장밋빛일 듯한 예감이 든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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