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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2+1이 될까요? ‘나 홀로 그대’

매력적 소재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제!

2020.02.13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달 넷플릭스와 CJENM-스튜디오드래곤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글로벌 OTT 기업과 대기업 CJ ENM이 만났으니, 천문학적일 숫자 놀음이 뇌리를 스치는 동시에 타닥타닥 계산기를 두들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웬걸! 지난 7일 두 회사가 협약 이후 처음 내놓은 결과물 ‘나 홀로 그대’(연출 이상엽, 극본 류용재 김환채)는 꽁냥꽁냥 사람 내음을 가득 풍기는, 보는 이의 심장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일 판타지 로맨스였다.


‘나 홀로 그대’라는 제목은 어딘가 애타는 짝사랑 같은 향기가 난다. 하지만 살포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여러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주체인 나와 그 상대인 그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서있는 홀로그램 AI ‘홀로’, 이렇게 2+1 명을 지칭한다. 편의점에서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2+1’ 제품처럼 ‘나 홀로 그대’는 리모컨을 누르는 순간 정주행을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소연(고성희)은 홀로 살아간다. 안면인식장애가 있기에 스스로 외톨이의 길을 고집한다. 하지만 우연히 손에 넣은 안경 속에 살고 있는 AI 홀로(윤현민 분)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홀로를 만든 천재 개발자 난도(윤현민) 역시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자신을 고독 속에 가둔 채 홀로 지내왔다. 그리고 난도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투영한 AI 홀로를 통해 소연과 이어진다. 그렇게 홀로와 만남을 통해 인생에 +1을 맞이한다.


특수한 안경을 통해 투영되는 홀로그램 AI 비서 홀로는 누구나 원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잘생겼고, 똑똑하며, 착하고, 배려가 넘쳐 난다. 바람 피울 일도 없고, 술 마시고 사고 칠 일도 없다. 나만을 위해 행동하니 싸울 일도 전무하다. 내가 원할 때 불러내고 다시 돌려보낼 수 있어 감정 소비할 일도 없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스킨십이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플라토닉이란 그럴듯한 포장지로 감싼다면 될 일이다. AI이지만 홀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소연이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해를 넘어 공감을, 그리고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긴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되진 않았지만 음성 인공지능 비서를 휴대전화에, 혹은 TV나 스피커에 담아놓고 사는 오늘날이다. 퇴근 후 빈 집에 들어와 “XX야, TV 켜 줘”라고 말하며 나도 모를 위안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그뿐일까? “전화 말고 문자 주세요”가 많아진,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음성 통화까지 불편해진 ‘콜 포비아’의 시대가 됐다. ‘나 홀로 그대’와 마주하며 치유받는 자신을 느끼는 건 괜한 이유가 아닐 것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독특하지만 공감 가는 설정으로 뿌리를 내린 ‘나 홀로 그대’는 탄탄한 연출,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으로 재미의 꽃을 피운다. 소재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CG를 훌륭하게 구현했고, 이를 탁월한 연출력으로 이질감 없이 작품에 녹여냈다. 1인2역에 도전한 윤현민은 사람이 아니지만 다정한 ‘홀로’와 인간이지만 까칠한 ‘난도’를 투 톤의 연기로 펼쳐내며 서로 다른 인격체를 표현했다. 고성희 역시 톡톡 튀지만 투명한 탄산수처럼 점차 성장해가는 소연의 다양한 내면을 잘 투영해냈다.


잘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꼽자면 서사의 깊이다. 주변 인물이 매력에 비해 에피소드가 부족하고, 스릴러 전개나 복선의 회수가 너무나 쉽고 뻔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감정을 이해하고 진화하는 AI에 대한 사회적 담론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맨스를 가장 위에 놓고 다른 것은 그 안에 넘치지 않게 갈무리했다. 12회차인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었던 선택. 스튜디오드래곤의 전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가상현실 판타지와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것에 비춰볼 때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라 볼 수도 있다.


결국 ‘나 홀로 그대’가 이야기하는 것 ‘2+1’의 사랑이자 그로 인한 치유다. 소연과 홀로가 사랑할 땐 난도가 지킴이가 되고, 소연과 난도가 함께 할 땐 홀로가 도우미가 된다. 나아가 난도와 홀로가 서로를 의지할 때면 소연이 그 둘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마치 소연이 다니는 회사의 이름인 ‘프리즘’을 투과한 빛무리처럼 둘에 하나를 더할 때 우리는 무지갯빛 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따스한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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