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여성 연예인│① 이곳이 지옥이다

2019.12.10
10월과 11월, 두 명의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개인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추측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어떤 이유로 떠났든, 생전 고인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월 설리는 자신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리상점’의 마지막 회에서 “기자님들 저 좀 예뻐해주세요. 시청자님들 저 좀 예뻐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구하라 역시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린 나이 때부터 활동하는 동안 지나온 수많은 악플과 심적인 고통으로 많이 상처 받아왔다”라면서도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그들은 단지 얼굴이 알려진 공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받았고,그 중에는 무조건적인 성희롱이나 품평처럼 부당한 공격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호소해야 했다. 자신들을 “예쁘게” 봐달라고.

“예쁘게”. 여성 연예인이 대중에게 요구받는 정형화된 모습이다.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말투는 상냥해야 하고, 여성으로서의 권리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며, 열애설 같은 사생활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해명하되 스스로 사적인 연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하연수는 단지 불친절한 말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필 사과문을 써야만 했다. 아이린은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일부 커뮤니티에서 사진을 불태우는 사이버불링을 당했으며, 설리는 ‘TV 리포트’, ‘디스패치’ 등 매체에 의해 최자와의 연애를 강제로 공개당했지만 정작 스스로 연인과의 일상을 SNS에 업로드하자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힌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나 유재석 등 남성 연예인들에게는 아이린이 받은 공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특히 설리의 연인이었던 최자는 미디어에서 마치 ‘위너’인 것처럼 묘사됐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애 과정에 대해 털어놓거나 설리와 촬영한 사진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자신의 실수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반면 여성 연예인은 단순히 여성의 의제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연인의 존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지난 10월 31일, 포털 사이트 다음은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설리의 죽음 이후, 사회적으로 악성 댓글에대한 비판이 제기된 이후의 일이다. 특정 연예인에게 악성댓글이 집중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포털 뉴스 서비스의 악성 댓글은 애초에 뉴스가 있어야 가능하다. 생전 설리는 단순히 편의를 위해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을 업로드했지만, 언론은 그의 일상적인 사진에서조차 어떻게든 특정 신체 부위를 찾아낸 후 ‘속옷 미착용 근황’ 등의 키워드를 달아 보도했다. 설리가 SNS에 올린 사진을 그대로 쓰면서 ‘논란’이라는 단어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기사는 설리의 게시물에 달린 악성 댓글을 인터넷 전체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사를 근거로 커뮤니티에서 한 여성 연예인의 언행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그것이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대중에게 엔터테인먼트처럼 소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연예인의 SNS 활동에 단 몇 명만 악성 댓글을 달아도 언론을 통해 그것이 증폭되고, 그것은 다시 모든 사람이 여성 연예인을 거리낌 없이 비난할 수 있는 핑계가 된다. 지금 여성 연예인의 SNS를 둘러싼 일들은 단지 대중의 반성이나 악성댓글 폐지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디어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와 논란 만들기로 수익을 내고,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한 명의 연예인을 정신적으로 공격할 프레임을 얻는다. 한국에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사이버불링은 마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부분처럼 여겨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월 16일 ‘루머의 루머의 루머-누가 진리를 죽였나’라는 부제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설리의 전 남자친구라 주장하는 영상을 찍었던 한 유튜버는 악성 댓글에 대해 “연예인으로선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익명의 다른 악성 댓글 작성자 역시 “연예인은 악성 댓글도 받아야 되고 그것도 견뎌야 된다”라며 “그러니까 좋은 차, 좋은 거 다 누리면서 사는 거 아니겠냐”라고 주장했다. 연예인이 경험하는 악성 댓글이나 사이버 불링이 그저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범은 구하라에 대한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 혐의에 대해 “영상의 90%에는 저만 등장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작 그의 협박 사실이 알려졌을 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은 ‘구하라 동영상’이었다. 모두 연예인이기 이전에, 여성이어서 겪는 일이다. 또한 누구든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성 연예인은 조금이라도 논란거리가 생기면 왕관을 쓴 왕이 아니라 누구나 돌을 던져도 되는 존재가 돼버리곤 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수지는 그의 모습을 한 입간판으로 성희롱을 당한 바 있고,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사건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가 그에 대한 사형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에이핑크 손나은은 과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걸스 캔 두 애니싱(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적힌 휴대전화 케이스 사진을 올렸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추후 이에 대해 “패션 브랜드 업체에서 협찬받은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여성이 여성 인권 향상을 지지하는 것이 논란이 될 이유는 없고, 이런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성 연예인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라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범죄에 노출되기까지 한다. 네덜란드 사이버 보안회사 딥트레이스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얼굴을 정교하게 합성해 원본 동영상을 왜곡하거나 포르노에 활용하는 딥페이크(Deepfake) 동영상 중중 25%가 K-POP 등 한국 여자 연예인의 얼굴이다. 여성 연예인이 가진 인기는 그가 겪을 수 있는 비난, 성희롱, 혹은 불법 합성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여성 연예인이기 때문에 쏟아지는 이유 없는 비난과 디지털 범죄까지 감내하곤 한다.

두 여성 연예인의 죽음에 많은 미디어는 그들이 한 일을 잊은 것처럼 악성 댓글 작성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이 SNS에서 끊임없이 공격 당하고,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사과를 요구받는 것은 몇 명의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 전체의 문제다. 여성 연예인에게는 조금의 관용도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여성 연예인의 신체를 관음의 대상으로 삼거나 성애화하는 뿌리깊은 관행, 약간의 논란이나 선정적인 소재도 언론사의 트래픽을 올리는 수단으로 삼으며 수익을 벌어들이는 미디어 환경, 그리고 성 관련 이슈나 인성 논란이 터지는 순간 인기가 떨어질 수 있는 여성 연예인의 아슬아슬한 위치 등 수많은 문제들이 결합한 결과다. 여성혐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만나 그 자체로 오락거리가 되고, 미디어는 그것을 비판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확산한다. 이것이 정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야 할 일들일까. 누군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다. 당신은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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