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와 폴리네시아에 대한 궁금증

2017.02.01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폴리네시아 문화를 모른다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모아나가 모험을 떠나는 이유에서부터 폴리네시아 문화와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 폴리네시아 문화의 특징들이 스며들어 있다. [모아나]에 등장하는 마우이의 목소리를 맡은 드웨인 존슨이 참여 이유로 폴리네시아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할 정도. 폴리네시아 문화는 어떤 것이고, 모아나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모아나]에 등장한 폴리네시아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봤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정말 바다를 두려워했나
[모아나]는 모아나가 아버지 투이 추장의 명령을 어기고 홀로 바다로 나가는 모험 이야기다. 투이 추장은 먼 바다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항해를 금지한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선사시대부터 기원전 1,200년까지 나침반, 문자, 금속연장 없이 카누로 바다를 건너 아시아 본토에서 인도네시아 섬들을 거쳐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까지 개척한 항해술의 대가였다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나 [모아나]에서 폴리네시아인들이 항해를 하지 못하는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피지, 사모아, 통가까지 뻗어나갔었던 폴리네시아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1,500년 정도의 ‘긴 휴식기’를 가지고 항해를 하지 않았고, 그 후 갑자기 항해를 시작해 태평양의 많은 섬을 점령했다. 다시 항해를 시작한 이유는 카누와 항해술이 발달해서인지, 해류가 갑자기 변했기 때문인지, 해수면의 침하로 인해 징검다리로 삼을 만한 섬들이 수면 위로 나타났기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다. [모아나]는 이 휴식기 이후 다시 항해를 하게 된 이유를 상상력으로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모아나는 어디서 살았을까
[모아나]가 미국에서 제작됐기 때문에 작품 속 배경을 하와이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와이는 ‘긴 휴식기’ 이후에 발견된 섬이기 때문에 실제 배경은 사모아, 피지 등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주의 시작이 됐던 테 피티의 심장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신화에 나오는 그린스톤(옥)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고, 모아나와 마우이가 항해 도중에 만난 코코넛 인간처럼 그려진 카카모라는, 솔로몬 제도의 마키라 섬에 산다는 전설 속의 존재다. 카카모라는 두꺼운 머리카락 덮개를 하고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이 있고 키는 120cm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아나]는 뉴질랜드, 하와이제도, 이스터 섬에 이르는 폴리네시아 전반에 걸친 문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남이자 책략가인 마우이
마우이는 폴리네시아계에게 굉장히 중요한 영웅이다. 보통 신화에서 영웅은 당시 사람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마우이 신화는 뉴질랜드부터 하와이까지 폴리네시아 전 지역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모아나]에서처럼 마우이는 낚싯대로 섬을 끌어올려 태평양에 있는 섬들을 만들고, 태양의 운행을 느리게 해 낮을 길게 만들어주며, 저승세계에서 불과 죽음을 가져오는 등 많은 위업을 남긴 반신반인(데미갓)이자 영웅이다. 또한 폴리네시아 신화 속 마우이는 청소년기에서 성인 남성 사이에 있는 잘생긴 남성이자 뛰어난 책략가로 묘사된다. [모아나]에서 그려지는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 특히 그의 덩치가 크게 묘사된 것에 대해서 뉴질랜드의 제니 살리사 하원의원은 SNS에 올린 것처럼. “이 캐릭터는 폴리네시아인이 뚱뚱하다는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할머니가 가르친 훌라의 의미
훌라는 문자가 생기기 전, 폴리네시아인들의 역사를 기록한 수화 같은 춤이다. 그래서 모든 춤에는 의미가 담겨 있고, 손끝의 표현 등 미세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카울루웨히 오케카이(바다의 채소)’라는 제목의 훌라는 하와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미역과 김 따위의 해조류를 어떻게 수집하고 조리하고 먹는지를 표현한다. 모아나의 할머니는 모아나에게 훌라의 춤동작만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춤 안에 담긴 부족의 이야기나 전통과 같은 가치를 가르쳤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훌라 역시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공연에서는 관객이 춤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폴리네시아인의 문신
문신을 말하는 타투(tattoo)라는 말 자체가 폴리네시아어로 ‘때리다’라는 뜻의 ‘ta’와 ‘표시하다, 기록하다’의 ‘tatau’에서 유래한다. 초자연적인 힘인 마나를 믿었던 폴리네시아인들은 자신의 영적인 능력을 타투로 표현했다. 등에 가오리 문신이 있던 모아나의 할머니가 모아나에게 가오리로 나타나는 장면은 이런 영적인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사모아에서의 문신은 출생 순서에 맞게 전해지는 가문의 신분과 직위를, 뉴질랜드 마오리족에서 역시 문신은 지위와 혈통, 부족 관계를 의미했다. 마오리족은 전쟁에서의 공적이나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문신으로 기리기도 했는데, 이 점은 마우이가 자신의 영웅적인 행적을 문신에 기록한 점과 닮아 있다.

모아나, 미래는 정말 대추장이었을까
모아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대추장의 자리를 받을 예정이었다. [모아나]에서는 그가 딸이라는 이유로 승계에 갈등을 빚는 내용이 아닌, 모아나가 당연히 좋은 추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라미드 같은 구조의 폴리네시아 사회는 제사장, 전사, 농부, 어부, 목공인 등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채로 태어난다. 당연히 추장도 세습된다. 추장은 하와이나 피지, 사모아, 통가 같은 폴리네시아 사회에서 대추장이 되어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수만 명을 다스렸으며, 추장이 죽고 난 뒤 신전이나 기념물이 세워지기도 했다. 다만 폴리네시아 문화는 부계혈통을 따르기에, 모아나가 실제 추장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신화의 변화
[모아나]에는 마우이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우이는 태초의 여신 테 피티의 심장을 훔치다가 잠에서 깨어난 흉악한 용암 괴물 테카에게 공격을 받고 바다로 떨어진다. 이는 원래 태양신이 마우이에게 주었던 과제로, 태양신은 영생을 바라는 마우이에게 하네-누이-테-포의 몸 속(히네-누이-테-포의 성기를 지나 입으로 나오는 것)을 지나가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히네-누이-테-포는 원래 숲의 신 타네-마후타의 딸이었다. 그런데 숲의 신이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아버렸고, 이 일을 견딜 수 없었던 하네-누이-테-포는 지하세계로 달아나 죽음의 신이 된다. 마우이는 신이 잠들었을 때 이를 시도하지만 새가 웃는 바람에 신이 깨어나 실패하고 죽음의 신은 마우이를 죽인다. 마우이는 죽음을 경험한 최초의 인간이었고, 이후 인간은 죽음의 고통을 겪으며 살게 됐다. [모아나]에 등장하는 테카와 생명의 신 테 피티의 관계는 히네-누이-테-포의 변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모아나]에서는 마우이가 모아나와 함께 돌아와 모아나가 테카에게 테 피티의 심장을 주자 그가 테 피티로 변하면서 기존의 신화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자연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 문명을 일으키는 것이 곧 생명의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균형을 찾는 생명체의 통합을 전달한다 할 수 있다. [모아나]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주는 메시지라 할 만한 부분.

참고 서적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그리스 신화밖에 모르는 당신에게] 마크 대니얼스, 행성B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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