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X아이즈] 04. #나의_소녀시대 ②

2016.08.26
2016년 상반기를 지나며 국제앰네스티와 아이즈는 성 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고, 8월 한 달에 걸친 공동기획을 통해 여성을 둘러싼 잘못된 고정관념에 작은 균열을 내고자 합니다. 일상 속 호의를 가장한 차별과 폭력을 향한 #하나도_기쁘지_않습니다,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의 폭력성에 대한 #더이상_설레지_않습니다,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의몸_알고_살기에 이은 마지막 주제는 ‘소녀’입니다. 미디어에 범람하는 ‘미소녀’와 ‘아이돌’의 이미지 너머,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십대 여성들은 무엇을 꿈꾸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무엇도 완벽한 답은 될 수 없겠지만,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소녀’라는 단어를 낯설어하는 열 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소녀들의, 소녀였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_소녀시대
 

김혜인은 김해에서 나고 자랐다. 개그 욕심이 있고 일상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지만 혼자 있는 것 역시 좋으면서도 싫다. 자기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까먹는 걸 몇 년째 반복 중이다.

대학을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조건 자취를 할 거예요.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외동이어서 아빠가 엄청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데 네다섯 시만 넘어가도 전화가 와서 힘들어요. EXO를 진짜 좋아해서 자취를 하게 되면 서울에 살아서 콘서트에 바로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서울은 집값이 비싸서 원룸도 구하기 힘들 것 같아요. 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홍보팀을 하는 거예요. 목표하는 회사는 SM 엔터테인먼트인데, EXO는 봐도 좋지만 못 보면 콘서트를 가면 되니까 크게 아쉬운 건 없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을 췄어요. 지금 친구들끼리 ‘무지개떡’이라는 그룹이 있는데,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기회가 있으면 춤추고 하는 그룹이에요. 이번에 장기자랑에서 2등 상도 받았어요. 축구를 되게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이랑 새벽에 도시락 들고 학교에 가서 큰 TV로 월드컵 보다가 골 넣으면 끌어안고 울고 그랬어요. 요리를 진짜 못 해요. 혼자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으려다가 설탕 대신 미원을 뿌렸는데, 그걸 물에 씻어서 먹어보려고 했어요. 결국은 그냥 다 버렸지만요. 사실 이런 에피소드가 많아서 종이에 적어서 정리해놓은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웹툰 작가 같은 걸 해 보고 싶어서, 이번 여름방학 때 캐릭터를 잘 그리는 친구들이랑 같이 일상툰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태블릿이 없어서 못 했는데 겨울방학 때라도 조금 그려보려고요. ‘소녀라고 하면 활발하고 쾌활하고 청량한, 청춘 같은 분위기가 생각나요. 친구들끼리 모여 다니면서 재밌게 노는 거니까 제가 소녀인 것 같아요. 가끔은 셀카를 찍거나 하면 나 정말 귀엽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 좀 민망하지만 괜찮아요. 재밌잖아요.

김혜지는 2000년생이다. 김해에서 학교를 다니고, 수학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답까지 무조건 다 외운다. 소박하게 로또 2등에 당첨되는 것이 꿈인데, 일단 엄마에게 맡겨 두었다가 스무 살쯤 돈을 받아서 일본에 가서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진짜 좋아해요. [은혼]하고 [원펀맨]하고, 웬만한 건 거의 다 봐요. 블로그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웃들하고 만화 얘기하는 게 좋은데 나중에는 애니메이션 파워블로거가 되어서 수익도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산 코믹월드에서 [이런 영웅은 싫어]의 메두사 코스프레도 했는데, 그때 엄마가 ‘이런 거 하면 너도 이상한 애로 보인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꿈은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은 속기사가 하고 싶어서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개인 시간이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거든요. 속기사 키보드는 되게 비싼 것도 있는데 아직 학생이어서 중고로 사서 연습하고 있어요. 고전 좋아해요. 사랑, 전쟁, 이런 식으로 일방통행이잖아요. [난중일기]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술 마시고 뱃머리에 기대서 울었다는 얘기를 보고 인간적인 모습도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5년 정도 게임을 했어요. 요즘은 [오버워치]도 하고 [LOL]도 지금 배우고 있는데, 전에 게임할 때 누가 ‘여자지? 여자라서 못 하지?’라고 했는데 너무 화가 났어요.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 같은 벌레는 괜찮은데 날아다니는 걸 무서워해서 나비가 더 싫어요. 나비 몸통에 복슬복슬한 털이랑 날개가 너무 무섭거든요. ‘소녀’라고 하면 볼 빨갛고 머리 양쪽으로 땋은 이미지가 생각나는데, 그것만 소녀는 아니고 벌레를 때려잡는 우리 반 애들도 소녀라고 생각해요. 그리스 여행을 꼭 가보고 싶어서, 대학에 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볼 거예요.

양민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김해에서 살고 있고 막둥이여서 큰언니와 열네 살, 작은언니와 여덟 살 차이가 난다. 잘못을 하면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 것 같으니 떳떳하게 살아서 마음도 편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므왕가’라는 국제봉사 동아리를 하고 있어요. 므왕가는 스와힐리어로 빛이라는 뜻인데, 멋있지 않나요. 진로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사회복지 쪽으로 가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확실한 건 아니어서 사실 진로를 정하는 게 가장 고민이에요. 요즘에는 건담 피규어를 조립하고 있어요. 갖고 있는 건 총 열한 개인데 아직 안 만든 게 몇 박스 남아서 만든 건 여덟 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세븐틴을 좋아해요. 원래 콘서트는 내가 못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다가 지난 번 콘서트에서 처음 티켓팅에 성공해서 갔다 왔어요. 새벽에 올라가서 굿즈를 사려고 줄을 여섯 시간을 섰는데, 결국 못 샀어요. 나가는 건 귀찮아해서 친구들한테도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요. 집에 오븐이 있어서 시카고 피자를 친구들한테 두세 번 정도 해 줬는데, 반죽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안 해줘요. ‘소녀’라고 하면 분홍분홍한 느낌이 들어요. 저는 나이는 소녀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녀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요. 바지가 편해서 교복 말고는 치마가 없어요. 수학여행 때 처음으로 레이스 있는 긴 치마를 샀는데, 그 날 입고 한 번도 안 입었어요. 셔츠 같이 깔끔하고 단정하고 편한 옷이 좋아요. 스물이 넘으면 왠지 좀 찌들어 있을 것 같아요. 대학에 가서 평생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사람들한테 치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고, 또 제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건 처음이니까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좋겠지만.

박채현은 고등학교 3학년이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다. 수의학과도 가고 싶고, 컴퓨터공학도 해 보고 싶고, 화학 쪽에서 대체에너지 개발도 해 보고 싶은데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서 고민이다. 언젠가는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홍콩의 번지점프를 꼭 해 보고 싶다.

거북이 통통이를 소개시켜 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교 연못에서 데려와서 키우고 있는데, 물도 열심히 갈고 등딱지도 씻겨 주기도 해요. 사실 담임선생님이 제일 열심히 하세요. 가 174cm여서 선생님들이 ‘자이언트 박’이라고 자박이라고 부르세요. 키가 큰 게 좋지만은 않은 게 같은 행동을 해도 눈에 너무 잘 띄어서 제일 많이 걸려요. 체육을 제일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 육상, 수영, 기구를 쓰는 운동은 거의 다 했어요. 2학년 때 체대를 갈지 고민했는데, 오빠가 강력하게 이과에 가라고 해서 이과를 선택했어요. 친구들하고 있으면 매일매일이 너무 재밌어요. 싸웠다가도 5분이면 바로 풀려요. 석식이 맛없게 나온 날 가까운 친구 집에 가서 세 명이서 라면을 여섯 개를 먹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좀 격하게 놀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이 너희들은 그렇게 놀면 안 싸우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파충류를 되게 좋아해서 어릴 때 이구아나하고 거북이를 키워 봤어요. 성인이 되면 고양이하고, 이구아나도 이번에는 크게 키워 보고 싶고, 뱀도 키워 보고 싶어요. 애완 뱀은 작아서 귀여운 맛이 있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핸드폰이 없어요. 지금은 미련을 버렸지만 예전에는 엄마 몰래 공기계도 많이 사고 그래서 많이 혼났어요. ‘소녀’는 연약하고 여리여리하고 예쁜 느낌이어서 동경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디 기대고 누군가한테 의지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기도 해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소녀라는 말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성인이 되면 순하리나 이슬톡톡 같은 달달한 술을 마셔 보고 싶어요.

서유정은 1998년생이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아홉 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있어서 심부름을 시킬 때는 좋지만 냉장고에서 내 것까지 다 먹어놓을 때는 싫다. 10년 후의 나를 상상해 보면, 서울에 오피스텔을 얻어서 혼자 사는 커리어우먼이 될 것 같다.

방학이 짧았는데 그림을 그려서 학원에 계속 있었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영화 포스터나 음반 재킷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SM 엔터테인먼트의 민희진 실장님이나 YG 엔터테인먼트의 패키지 디자인 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최근에 나온 오마이걸 [내 얘기를 들어줘] 음반 패키지도 진짜 예쁜 것 같아요. 수능은 84일 정도 남았는데, 초조하기보다는 드디어 끝나간다 싶은 마음이 들어요. 성격이 긍정적이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커요. 서울에 몇 번 가서 명동이나 이대도 갔었는데, 홍대가 홍대만의 느낌이 있으니까 꼭 가보고 싶어요. 연예인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외국인 친구도 만나고 싶어요. 유아인을 정말 좋아해요. 사실 원빈하고 유아인 중에서 제 기준으로는 유아인이 더 잘생겼다고 생각해요. 늘 맛있는 걸 먹어도 떡볶이 같은 게 제일 맛있어요. 매운 걸 먹으면 힘들긴 한데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은 그런 게 있어요. 친구들끼리는 친할수록 이름으로 잘 안 부르게 돼요. 이름을 불러도 성까지 붙여서 풀네임으로 불러요. 누구누구야, 하면 오글오글해요.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액션이나 SF 같은 걸 좋아해서 마블 시리즈 같은 게 좋아요. [주토피아]의 닉도 능글거리는 게 여우지만 너무 멋있어서 좋았어요. ‘소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작고 가녀리거나 순수하고 해맑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인생의 쓴맛을 보는 것 같아서 소녀는 아닌 것 같아요. 나중에 미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 자유의 나라기도 하고, 당당한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이 있어서요.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자유의 여신상에서 인증샷을 찍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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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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