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이 강철의 옷을 입는 법

2016.08.25
시청자는 더 이상 개연성 없는 ‘드라마 패션’을 묵과하지 않는다. 배우의 작품 속 스타일이 캐릭터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극 중 상황에 어울리지 않으면 조목조목 따진다. 최근에는 배우의 헤어스타일 및 네일아트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점에서 MBC [W]의 강철(이종석)은 거의 완벽한 패션 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드문 사례다. 시청자는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이 초현실적인 캐릭터에게만큼은 빡빡한 잣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강철은 8,0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IT·언론 재벌이다. 적어도 가격 부담 때문에 시도 못 할 패션은 없다. 돌체앤가바나의 90만 원대 버드 엠브로이더리 데님 셔츠를 입은 채 로터스의 1억 5000만 원대 에보라400을 몰며 등장해도 자연스럽다. 경영인이란 사회적 지위도 그의 패션을 제약할 수 없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JM글로벌은 온라인·모바일 기반 서비스 업체다. 이 분야는 최근 몇 년 동안 IT는 물론 유통업계를 강타한 신흥 유망 업종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과 호흡해야 유리하기에 CEO가 파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재킷 안에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브이넥 블랙 셔츠를 받쳐 입은 채 언론에 노출돼도 주가와 무관하다.

웹툰 [W]는 [미생]이 아니다. 강철은 줄곧 ‘강 대표’로 불리지만 1~9화에서 그의 직업적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은 해외 출장을 가거나, 출장지에서 막 돌아왔거나,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몇몇 순간뿐이다. JM글로벌의 구체적 사업 영역은 물론 사업 관련 출장의 목적 및 결과 또한 생략돼 있다. 예외적으로 딱딱한 옷차림을 요구받는 타사와의 MOU 체결식, 공식 회의 석상, 기자간담회 등의 장면도 철저히 배제했다. 웹툰 [W]가 당초 기업의 경영 활동을 중심으로 한 기업 웹툰이 아니라 액션히어로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철은 펜트하우스, 교도소, 경찰서, 방송사, 그도 아니면 도로 위를 활보하며 액션 활극을 찍고, 여기서 화려한 색감의 슈트나 청바지는 그의 활동·기동성을 강조하는 액세서리 역할을 한다.

게다가 강철은 셀러브리티다. 그는 존속살해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극적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고, 마크 저커버그처럼 자수성가형 CEO로 거듭난 공대생이며, 범죄수사 전문 방송사 채널W를 통해 미제사건 해결에 앞장선 시민의 영웅이다. 주요 방송이 그의 피습 사실을 속보 처리하고, 주요 조간이 그와 오연주(한효주)의 비밀결혼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대선주자나 톱스타 밀착 취재하듯 시도 때도 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도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이종석의 몸은 ‘액션·스릴러·멜로 장르를 모두 섭렵한 젊고 매력적인 슈퍼 재벌 캐릭터’의 난해한 패션조차 설득하는 하나의 설정값이다. 그는 지금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모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180cm가 넘는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가는 선, 잡티 하나 없이 고운 피부, 종종 청순해 보이기까지 한 이목구비, 슈트 맵시를 제대로 살리는 어깨, 그리고 해사한 미소. 이종석은 웹툰 등장인물과 현실 속 미남이 결합한 어떤 이상향에 대한 시청자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물론 이종석 스타일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의상 폭을 꾸준히 넓혔던 조인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조인성이 SBS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같은 일련의 작품을 통해 선보였던 메트로섹슈얼 스타일의 흐름 속에 있다. ‘모델 출신 배우’란 수식어도 이종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종석처럼 런웨이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데도 부담스럽지 않게 작품에 스며들고, 드라마 전 회에 걸쳐 패션 감각을 캐릭터 자체에 녹여내는 배우는 드물다. 그것도 죄수·사제복마저 슈퍼히어로의 코스튬처럼 소화하는 영화계의 강동원, 패션을 마치 무대장치처럼 활용하는 가요계의 지드래곤 같은 능력자가 극히 드문 드라마에서 말이다. 웹툰 [W]의 독자든, 드라마 [W]의 시청자든 이제 ‘패셔너블하지 않은 강철’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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