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힛 더 스테이지], 무대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한 편의 콩트

2016.08.25
Mnet [힛 더 스테이지]의 3화. ‘THIS LOVE’라는 경연 주제에 맞춰 전현무와 박나래는 tvN [또 오해영]의 특정 장면을 패러디한 콩트를 펼쳤다. 박나래가 오해영 캐릭터를 따라 하며 한껏 과장된 연기를 펼친 후 키스 장면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순간, 전현무는 박나래의 머리에 박치기를 했다. 머리를 박는 순간과 그 이후에 동원된 효과음까지, 공개 코미디의 일부라 해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은 콩트였다. 앞서 제이블랙이 아내 마리와 함께 보여준 완성도 높은 콘셉트 쇼를 한순간에 잊게 하는 당황스러운 오프닝이었다. 이런 식의 무리수는 매 화마다 이어진다. 첫 번째는 몰래카메라, 두 번째는 눈물 빨리 흘리기 대결로 경연 순서를 정했다. [힛 더 스테이지]는 댄스 경연 예능이라는 정체성에서 ‘예능’에 가장 큰 방점을 둔다는 사실을 별로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이러한 톤은 전현무와 이수근에게 진행을 맡겼을 때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현무는 JTBC [히든싱어]와 SBS [판타스틱 듀오]로 단련된 경연 예능 진행자다. 하지만 진행자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이수근과 역할을 나누게 되자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춤에 대한 이해가 없는 두 진행자는 무대와 무대 사이, 점수를 기다릴 때마다 농담을 던지거나 출연자에게 뜬금없는 음악에 맞추어 섹시 댄스를 출 것을 요구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운다. 90년대 얘기를 할 때 제일 즐거워 보이는 연예인 패널들은 그냥 유명한 방청객이다. 거기에 과도한 자막과 배경음악, 리액션 화면까지, [힛 더 스테이지]의 구성은 지상파 경연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온 뒤 댄스 무대를 살짝 끼워 넣은 정도다.


연예인 패널 여럿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 코멘트를 덧붙이는 구성은 지상파와 JTBC가 몇 년 사이 만들어낸 전통 같은 것이다. 출연진의 심정과 배경 상황까지 설명하는 전지적 시점의 자막은 지상파 예능들이 거의 다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거기에 관객과 패널의 감동 리액션이 더해지면 경연 예능의 기본 틀이 완성된다. 출연자들이 하는 말을 제외하고 자막을 최소화하며 편집의 타이밍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 Mnet의 다른 오디션 혹은 경연 프로그램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힛 더 스테이지]는 명백히 지상파 스타일에 기울어 있다. 이러한 스타일에 대한 취향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이 구성이 댄스 경연의 특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데 있다. 춤은 눈으로 보는 것이기에 끊겨서는 안 된다.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은 오직 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요소를 삽입하지 않고 무대도 단순하게 만들었던 [댄싱9]의 경우까지 굳이 불러올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하지만 [힛 더 스테이지]는 당당하게 감탄하는 관객석을 비추고 무대를 보는 패널들의 오디오까지 삽입해 무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바로 이어지는 춤과 관련 없는 ‘후토크’까지 보고 나면 무대에 대한 기억은 순식간에 휘발된다.

이 모든 것이 만드는 가장 부정적인 효과는 춤을 추는 사람들, 무대가 소외된다는 점이다. [힛 더 스테이지]는 아이돌만이 아니라 스타를 중심으로 하는 크루의 퍼포먼스 대결을 표방한다. 하지만 농담이나 관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준비 영상에서도, 무대 후 나누는 이야기에서도 전문 댄서 크루가 무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또 역할을 했는지는 들을 수 없다. 무대와 안무를 기획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돌을 보여주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의도 또한 희석된다. 매번 무대가 마무리될 때 나오는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무대 포커스 버전 영상을 인터넷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자막이야말로 [힛 더 스테이지]의 태도다. 진짜 무대는 이 방송으로 틀어주지 않을 것이니 동영상 클립으로 보라는. 그리고 그 클립을 보고 있을 외국인 서넛의 저화질 리액션 캠 화면을 방송 맨 앞에 넣고, “전 세계를 뒤흔든 ‘THIS LOVE’ 매치”라는 자막을 단다. 무엇을 존중해야 할지 모르고,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자랑해야 할지 모르는 공간에서 한국의 아이돌은 높은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무대를 순도 높게 보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봐야만 한다. 그야말로 WIFI와 아이돌 외에 자랑할 것을 찾으려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한국다운 콩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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