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이것은 모두를 위한 이야기

2016.08.24
1983년 11월 6일, 인디애나주 호킨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친구들끼리 모여 테이블토크롤플레잉게임을 즐기고 헤어지면 워키토키로 비밀 대화를 하며, TV 화면이 잘 안 나올 때마다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야 하는 아날로그의 시대, 그리고 마을 사람 대부분이 서로와 서로의 가족을 알 정도로 작은 마을. 첫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한 ‘윌 바이어스의 실종’은 그래서 주민 단위의 수색대가 만들어질 정도로 1983년 호킨스의 중대한 사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실종된 게 1923년, 마지막 자살자가 나온 게 1961년일 정도로 사건 사고가 없던 조용한 마을이라서만은 아니다. 흔적 없이 사라진 소년 윌(노아 슈나프)은 가족에겐 당연히 소중한 아들이자 동생이며, 마을 사람들에게도 같은 학교 친구, 아들의 친구, 친구의 아들, 동생의 친구, 친구의 동생처럼 한두 다리 사이로 연결된 관계다. 윌의 실종 이후 마을에서 햄버거 가게를 하던 베니가 자살한 모습으로 발견되자 “다시 도시 경찰 느낌 나겠다”는 부하들의 말에 경찰서장 짐(데이비드 하버)은 이렇게 답한다. “그때 피해자는 모르는 사람이었지. 베니는 내 친구였어.”

실종된 윌을 찾는 건 각각의 인물에게 각각의 의미로 자기 일이 된다. 윌의 친구들인 마이크(핀 울프하드), 더스틴(게이튼 마타라조), 루카스(케일럽 맥라플린) 삼총사는 초능력 소녀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의 도움을 받아 친구의 행방을 쫓고, 윌의 어머니인 조이스(위노나 라이더)는 이세계(異世界)로 끌려간 윌이 전구를 통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며, 형인 조나단(찰리 히튼)은 동생을 데리고 사라진 괴물의 존재에 접근하고, 짐은 윌의 실종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호킨스 국립연구소 에너지국의 뒤를 캔다. 이들 각각이 찾아낸 조각들은 하나씩 맞물리며, 일레븐을 대상으로 한 호킨스 국립연구소의 실험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세계로의 통로, 그리고 그 세계의 괴물까지 포함된 거대한 진실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것은 기계적인 팩트의 조합이 아닌 정서적인 믿음의 연대에 가깝다. 어머니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조나단은 친구인 낸시(나탈리아 다이어)에게 얼굴 없는 괴물 이야기를 듣고 조이스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호킨스 국립연구소를 파헤치다가 일레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짐은 일레븐과 삼총사가 주장하는 차원의 통로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한다. 옳은 일을 하겠다는 인물 각각의 선의는 또한 다른 이의 선의를 믿는 연대를 통해 비로소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진다.

마이크 일행과 일레븐의 활약이 [E.T.]와 [구니스] 같은 80년대 로우틴 모험물의 캐릭터와 정서를 뼈대로 삼았고, 해당 작품들을 비롯해 70·80년대 영화의 상당 장면을 시리즈 전체에서 레퍼런스 삼았음에도 [기묘한 이야기]를 단순히 복고적인 작품이라 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중요한 건 복고 패션이 아닌 그러한 시공간 설정 안에서 구체화되는 공동체적인 유대감이다. 역시 80년대 로우틴 모험물에 대한 오마주이자 많은 부분에서 [기묘한 이야기]와 흡사한 2011년작 [슈퍼 에이트]와 [기묘한 이야기]가 구분되는 건 이 지점이다. 제목처럼 [슈퍼 에이트]가 8㎜ 카메라로 상징되는 어린 시절의 꿈과 낭만으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과거를 소환한다면, [기묘한 이야기]는 타인의 비극을 나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과거를 소환한다. 호킨스가 가상의 마을인 것처럼 이러한 미덕이 정말 80년대에 존재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과거에 있었고 지금은 없는 어떤 가치에 대한 향수라기보다는, 언제나 필요했고 지금도 요구되는 보편적 가치를 상상적으로나마 구현하는 작업에 가깝다. 윌과 조나단의 아버지이자 가족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던 로니(로스 패트릿지)가 조나단에게 호킨스를 떠나 도시로 오라며 “여기 사람들은 더 현실적이거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잘 만든 픽션은 현실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미덕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기묘한 이야기]의 인물들을 잇는 연대 의식이 그저 당위적으로만 요구되지 않는다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그보다는 윌을 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안에서 주인공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제로 타인의 비극이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이크의 누나지만 윌의 일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낸시는 친구인 바바라(섀넌 퍼서)가 실종되자 그 흔적을 쫓다가 조나단을 통해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괴물을 추적한다. 반대로 윌을 찾는 과정에서 일레븐의 어머니이자 딸을 연구소에 뺏긴 테리(에이미 멀린스)를 만나 강한 연민을 느낀 조이스는, 오히려 일레븐의 도움을 받아 윌을 찾게 된다. 윌을 구하려 했던 이들이 결과적으로 윌뿐 아니라 괴물과 연구소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낸 건 우연이 아니다. 하나의 불행은 그 외의 세상과 분리된 무엇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슬픈 표지판이다. 세상 안에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은 그 표지판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감각이다. 그들에겐 그것이 있었다. 작은 마을 호킨스를 벗어나지 않는 [기묘한 이야기]는 그렇게 지금 이곳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과 나와 우리의 이야기니까. 서로와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 안에서.




목록

SPECIAL

image 펜트하우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