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로 보는 걸 그룹 제작 매뉴얼

2016.07.14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프로젝트 그룹 ‘언니쓰’를 프로듀싱하면서, 박진영은 “말도 안 되게 걸 그룹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뮤직뱅크] 무대 이후 언니쓰는 기대 이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프로듀서의 적절한 방향 제시와 멤버들의 노력,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적절한 홍보가 조화되면 방송 기간 중에도 하나의 걸 그룹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그 점에서 언니쓰를 만드는 박진영의 프로듀싱 과정은 걸 그룹이 데뷔하기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축약되거나 과장된 부분들을 감안한다면, 프로그램 밖의 현실에서도 걸 그룹은 언니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보여주는, 한 걸 그룹이 무대에 서기 전까지 필요한 무대 뒤 각각의 요소들을 따라가 보았다.

그룹의 방향에 맞는 멤버 선정
언니쓰의 데뷔 과정은 민효린이 꿈 계주로 선정된 당일, 걸 그룹 프로젝트를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언니쓰는 민효린의 의지에 따라 모두가 참여하면서 공통점을 찾기 힘든 각양각색의 멤버들로 구성되었지만, 실제 아이돌 그룹은 팀의 색깔과 방향, 각각의 멤버들이 그룹 내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까지 고려해 데뷔 멤버를 선정한다. 멤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방향을 찾게 되기도 한다. 걸 그룹 러블리즈를 프로듀싱했던 전 울림엔터테인먼트 A&R 이사인 Jaden Jeong은 “멤버들을 모아놓고 보니 대중성보다는 ‘덕후’ 중심으로 걸 그룹을 설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익명의 다수에게 다가가기보다는 이 방향이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향 설정
[언니들의 슬램덩크] 멤버들이 박진영을 처음 만나자마자, 그는 그들이 어떤 걸 그룹이 될 것인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다른 걸 그룹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걸 그룹이 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보여준 것은 현재 아이돌 시장을 분석해 그룹이 나아갈 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콘셉트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걸 그룹 여자친구를 데뷔시킨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는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각종 커뮤니티에 S.E.S.나 핑클, 소녀시대에 관한 예전 자료들이 올라오는 걸 보며 소녀에 대한 향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거기에 맞게끔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방향에 맞는 콘셉트
언니쓰가 [코요테 어글리]를 중심으로 바텐더 콘셉트를 잡고 나아가는 것처럼, 전체적인 방향에 맞는 콘셉트를 구체화해야 한다. Jaden Jeong은 러블리즈의 경우 “그룹의 방향에서 정면으로 교복과 여고생에 대한 판타지를 줄 수 있는 비주얼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의상이나 뮤직비디오 역시 스타일리스트나 감독에게 의뢰하거나 레퍼런스를 제시하기도 하는 등 콘셉트에 맞추어 구현되는 방식을 조율한다. 자체제작에 가까운 언니쓰에서 김숙의 스타일북이나 라미란의 ppt로 준비된 시안을 본 후, 박진영과 스타일리스트의 결정으로 깔끔한 블랙에 핫핑크 포인트라는 의상이 결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방향과 콘셉트에 맞는 노래
박진영이 프로듀싱을 결정하자마자 유건형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던 ‘Shut Up’이라는 곡을 선사한 것처럼, 노래는 데뷔에 있어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최우선적인 요소다. 대부분 방향과 콘셉트가 설정되면 그에 맞는 곡과 가사가 만들어지지만, 완전히 결정되기까지는 조금 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활동 중인 걸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데뷔곡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8개월에서 1년 정도는 걸리는 것 같고, 1년 이상 걸린 팀도 있을 것이다. 팀을 데뷔시키는 곡이고,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aden Jeong은 “사실 데뷔하기 전까지는 곡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곡의 분위기에 맞는 계절이 지나가 버리거나 시장의 분위기가 변하는 등 변수가 생긴다면, 대표님의 판단에 따라 모두 버리고 새로 작업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팀의 색깔을 보여주는 안무
대부분은 곡이 결정되고 난 후, 곡과 콘셉트에 따라 안무를 만들기 시작한다. ‘Shut Up’의 안무 역시 박진영이 설정한 “센 언니” 콘셉트를 십분 반영하여, 노래의 가사에 충실하면서 “뇌쇄적이면서도 강렬한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새로 데뷔하는 그룹인 만큼 안무에서도 팀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다. 데뷔하면서부터 특징적인 안무로 시선을 끌었던 한 걸 그룹의 경우, “회사에서 팀의 정체성 및 안무의 임팩트를 보여주기 위해 요청한 부분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무한한 연습과 수정
언니쓰가 밤을 새우며 안무를 맞추고, 따라오지 못하는 멤버들이 개인별로 수업을 받는 모습은 현실과 가장 비슷할지도 모른다.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던 멤버들은 데뷔가 결정되면 아티스트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연습생 기간까지는 특정한 색깔이 없었다면, 이제 팀의 색깔과 맞는 더 구체적인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것이다. 티파니가 프로그램에서 “완곡만 2년 반 연습하고 파트는 수십 번 바뀌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는 과정이다. Jaden Jeong은 “활동을 하고 있는 팀은 포메이션이 잡혀 있지만 신인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바뀐 채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곡 작업에서 처음 정해졌던 파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바뀌는 것은 물론, 안무 같은 경우 데뷔 후 방송을 모니터링한 이후에 바꾸는 경우까지 있다. 보이 그룹 인피니트가 데뷔 직후 센터에 서는 멤버를 성규에서 엘로 바꿨다는 것이 좋은 예시다.

뮤직비디오 촬영
곡, 비주얼 콘셉트, 안무 등 콘텐츠가 거의 최종에 가깝게 결정되면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A씨는 “데뷔곡인 경우 안무의 완성도가 특히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니쓰 역시 뮤직비디오와 자켓 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뮤직뱅크] 무대에 섰다. 뮤직비디오는 영상과 사진 티저를 함께 준비하며 본격적인 데뷔 후 활동을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Jaden Jeong은 “뮤직비디오 촬영은 그룹이 하나의 콘텐츠로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멤버들이 모두 모인 순간부터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기획과 수정과 연습 과정을 거친 그룹이, 드디어 데뷔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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