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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이 능글맞은 선생님

2016.07.11
“결혼 했니?” 단지 근황을 묻는 질문일 수 있다. “애인 있어?” 오지랖이 느껴지지만 아주 못할 질문은 아니다. 그러나 “됐다, 그럼”이라 말하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순간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대화는 SBS [닥터스]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됐다. 안부를 묻는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은 무덤덤하지만 살짝 침을 삼키는 디테일이나 대화 사이사이 미묘한 텀을 두는 리듬은 실제 대화하고 있는 듯한 긴장감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13년 만에 만난 9살이나 많은 남자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불편함을 주는 대신 ‘근황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로맨스의 텐션을 만들어내는 것, 십 년 만의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배우 김래원의 힘이다.

MBC [옥탑방 고양이], 영화 [어린 신부] 등에 출연하던 20대 초반에도 김래원은 그랬다. 건장한 체구를 가졌지만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케 하는 서글서글한 눈웃음이나 자신의 짓궂음까지도 받아줄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묘하게 보는 사람의 경계심을 흩트렸다. 여자 혼자 사는 옥탑방에 다짜고짜 같이 살겠다고 들이닥치는 다소 무리수 있는 상황을,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고생과 결혼하고 한 집에서 아슬아슬하게 함께 사는 불편한 설정이 연달아 무리 없이 흥행한 것은 분명 김래원의 긍정적인 만만함이 가져온 힘이다. 심지어 심각한 오열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른바 ‘순간 캡처’ 되어 놀림받던 역사마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가 사람들의 경계 태세를 쉽사리 풀어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닥터스]에서 “우리 사귀는 거야?”라고 혜정(박신혜)에게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말을 능글맞게 던져도, “나 결혼했어? 언제?”라며 간접적으로 미혼 사실을 알리고는 얼굴에 슬쩍 물을 튀기는 장난을 쳐도 이 남자는 왠지 밉살스럽거나 무섭지 않다. 도리어 그 안에 담긴 속내를 짐작하는 과정에서 로맨스는 시나브로 스며든다.

할아버지에게 카드 정지를 당하고 집에서도 쫓겨나던 [옥탑방 고양이]의 법대생이던 그는 지난 십여 년이 흐르는 동안 영화 [해바라기] 같은 느와르 장르 속 남자를 연기하고, 권력을 좇다 시한부 판정으로 인생의 분기점을 맞이했던 SBS [펀치]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그는 더 이상 철없이 여자에게 치근대는 남자가 될 수는 없지만, 대신 [닥터스]에서 그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장벽 없이 고백해오는 소녀에게 “스스로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고 웃으며 조언하는 ‘선생님’이자 ‘선배’가 됐다. 자신의 실수라는 생각이 들면 의사를 그만두고, 옮긴 직장이 된 학교도 떠날 정도로 책임감도 있다. 그 위에 예전부터 보여준 대로 거리낌 없이 편한 그만의 캐릭터가 더해지자 믿음직한 어른이면서도 쉽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라는 판타지가 시청자를 설득했다. 네가 학생이었을 때도 마음이 있었고, 그때 잡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어렵게 털어놓는 [닥터스]의 홍지홍이 많은 사람에게 ‘환상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래서다. 참으로, 능글능글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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