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중국 민가-천년을 이어온 사람의 집], 모두 다른 삶의 모양을 가졌던 때

2016.04.22

건축물을 세밀하게 기록한 그림과 그것을 담은 책을 보면 언제나 ‘이건 사야 해’라고 말한다. 누군가 그렇게 시킨 적도 없고, 왜 그렇게 감동받는지 곰곰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좋은 것을 보면 열광하는 데 시간을 온통 쓰면 썼지 그 이유와 맥락을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올해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손에 쥔 유일한 것이 취향이라면, 개인적인 취향만큼은 다른 무엇에 양보할 수 없다면, 최대한 촘촘히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와 사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서 취향이 변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유 없이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흑역사가 아니라 분명한 이유로 나의 특정한 지점을 찌르고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취향의 흐름이 아직은 한붓그리기처럼 이어지고 있지만 언젠가 또 전혀 다른 점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오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민간에 의해 지어진 중국의 민가를 기록한 [중국 민가-천년을 이어온 사람의 집]을 읽으며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책에 수록된 민가 그림들은 연구자이자 화가인 왕치쥔이 200점 모두 그렸다. 그 단면도, 입면도, 평면도, 조감도, 투시도의 연속을 보며 내 취향의 맥락을 다시 살펴봤다. 넓게는 건축물, 좁게는 누군가의 집에서 그 외부는 공공에 노출되어 있고 내부는 온전히 개인의 영역이다. 왕치쥔은 개인을 담는 틀로서의 외부와 신비로 숨겨진 내부를 뒤섞어 실제 그 삶을 살았던 사람보다 더 자세히 보게 해준다. 삶의 양식들이 아주 작은 구석부터 하나씩 설명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증명한다.

전문적인 건축가가 아닌 민간이 하나씩 개조하며 지어나간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요소 앞뒤에 그들의 시간‧결정‧실패가 스며 있다. 계절과 환경, 종교와 문화에 영향을 받거나 맞서면서 전에 없던 양식이 생기거나 발전한다. 절벽의 황토를 파내어 만든 토굴식 집 ‘요동’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유일한 외부는 정면, 그러니까 입구이기 때문에 최대한 화려하게 장식했다. 절벽이 아닌 평지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하침식 요동’에는 지하의 공간에서 다시 좁게 파낸 굴을 냉장고처럼 사용했다. 수로 옆에 집을 짓는 강남의 수향 민가에는 집과 수로를 이어주는 작은 개인용 부두가 있어서 빨래를 하거나 오가는 배에게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문을 열고 나서면 아주 짧은 계단이 있는데 그것을 ‘개인용 부두’라 칭하는 생활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원형의 성곽처럼 지어지는 ‘환형 원루’는 동그랗게 이어진 방이 서너 겹의 원을 그리며 중첩되기도 한다. 그리고 정해진 범위마다 나무 구조 사이를 벽돌로 막아 화재가 번지지 못하게 했다. 

감탄하며 열거한 방식들을 ‘삶의 지혜’라 요약하면 편하겠지만 지혜에는 늘 누군가의 패배와 패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방과 방 사이에 벽돌을 넣어 화재를 방지하는 묘책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수많은 집을 화재로 잃었을 테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굴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아주 작은 편리를 하나씩 더해나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수록된 민가의 형태‧부분‧생활양식으로서의 구획과 장치를 보면서 언제나 자신의 지혜와 큰 교훈을 설교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당신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하는 사람은 삶의 철학을 크게 떠들어 ‘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나’를 큰 목소리 뒤로 숨기는 것 아닐까. 진실로 그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은 지금도 생활 속 작은 패배들을 찾아내 수리하고 있을 테니까.

이로
엉망진창입니다.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합니다. [책등에 베이다](이봄)를 썼고 아직 이것이 그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책을 쓰고 있습니다.




목록

SPECIAL

image 반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