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알바생은 매일이 호러영화입니다

2016.04.12
2월까지 메가박스에서 ‘메아리’로 일했던 A씨는 매니저에게 외모 지적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렌즈를 잃어버려서 안경을 쓰고 왔더니 어디서 고시 공부하다 왔냐고, 못생겼으니까 당장 벗으라고 하는 거예요.” A씨는 이런 지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렌즈나 머리망 등을 구매했다. 한 달 전 CGV에서 ‘미소지기’로 근무했던 B씨는 “머리를 이렇게 대충 손질할 거면 출근을 시키지 않고 지각 처리한 뒤 다시 ‘미소지기’ 룸으로 올려보내서 시급을 깎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관 알바생의 월급은 주 5일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 평균 70~80만 원 정도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마감 조는 교통비로 3천 원에서 5천 원 정도가 제공된다. 문자 그대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셈이지만, 그들은 안경 착용이나 머리 손질을 이유로 시급을 깎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그들은 최저시급으로 일을 하면서도 거기서 더 돈을 못 받을 상황에 처하곤 한다.

그래서 알바노조가 지난 3월 31일 CGV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외모 규정을 문제 삼으며 시위를 벌인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최소한의 인격과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알바노조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6일까지 영화관 아르바이트생 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6%가 사비로 업무 물품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CGV의 경우 입사 시 물품 구매에 사용하는 평균 비용이 10시간가량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인 6만 원에 달한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은 6시간에서 8시간, 휴식 시간은 15분에서 30분이다. 그리고 CGV와 롯데시네마는 쉬는 시간만큼의 시급을 제한다. 휴식 시간을 1분이라도 넘기면 시급은 그만큼 더 못 받는다. 휴식을 위해 카드를 찍는 순간, 1분 차이로 시급의 반이 사라지는지 아니면 4분의 1이 사라지는지가 결정된다.

B씨는 이런 휴식 시간에 대해 “진정한 휴식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정해주는 시간에 가거나 허락을 받고 휴식을 가야 하는데, 간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식대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휴식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2015년 1월까지 메가박스에서 일했던 C씨는 “아예 계약서에 휴식 시간이 퇴근 후 30분으로 적혀 있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시급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원하는 모든 것에 맞춰야 한다. 그만큼 회사는 직원들을 규정을 빌미 삼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 B씨가 보여준 CGV ‘미소지기’ 카페의 공지사항에는 휴식을 갈 경우 일반적인 통로가 아닌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통로를 통해 이동하라는 문장까지 있었다. 이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사유서를 작성하고 직원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B씨가 덧붙였다.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라네요.”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C씨는 “계약서에는 근무 기간이 적혀 있지 않았고, 한 통에만 사인하고 전부 사무실에 보관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 모두 사인한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사인한 계약서에는 ‘메가박스㈜’ 대신 ‘위드메이트(현 ‘위너스메이트’)’라는 아웃소싱업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계약에서 메가박스는 한 발 떨어져 있는 것이다. C씨는 “모여서 고소하자는 움직임이 있긴 했는데 흐지부지됐다. 메가박스처럼 큰 기업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상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C씨는 “내가 근무하는 동안 노동 감시관 두 명이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몰래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는 허무하게 끝났다. “그런데 매표소에 서 있는 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매니저가 ‘우리는 직영관이니 위법 행위가 없다’고 얘기하자 그냥 돌아갔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대학생의 경우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를 집에서 지원받을 만큼 여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20대에게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직접 돈을 들여서 외모를 꾸미도록 하고, 휴식시간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못하면 시급을 깎는다. 그리고, 얼마 전 CGV는 ‘가격 다양화 제도’를 통해 극장 좌석 위치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물렸다. 싼 좌석으로 예매한 뒤 비싼 좌석으로 옮기는 관객을 잡아내는 것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이 아니면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약자일수록 일은 더 많이 시키고, 돈은 적게 주며, 인격 모독을 당연시하는 사회. 지옥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말에 팝콘을 먹고 영화를 보는 바로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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