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라는 이름의 패션쇼

2016.03.24
네이버 검색창에 ‘강모연’을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자동완성어를 접할 수 있다. 강모연 귀걸이, 강모연 에코백, 강모연 블라우스, 강모연 원피스, 강모연 청치마, 강모연 시계, 강모연 립스틱. 강모연은 KBS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맡은 배역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송혜교는 20년 동안 확고부동한 미(美)의 좌표였다. KBS [가을동화]의 펑퍼짐한 롱스커트, [풀하우스]의 캐릭터 티셔츠,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어정쩡한 셔링 야상은 송혜교를 만나 새 생명을 얻었다. 스타일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논외다. 시청률의 높고 낮음도 문제 되지 않는다. 그가 촌스럽다는 뜻이 아니다. ‘송혜교의 드라마 패션’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하나의 브랜드다.
 
[태양의 후예]는 이 강력한 브랜드의 ‘2016 봄·여름(S/S) 컬렉션’이다. 남성 메인 모델은 송중기, 무대는 그리스의 자킨토스섬이다. 이국적인 풍광, 송중기와의 로맨스, 김은숙 작가의 대사, 그리고 한껏 힘을 뺀 송혜교의 옷차림. 어떤 장면을 캡처해도 화보가 되는, 빗나가도 A컷인 최상의 조건이다. 그리고 [태양의 후예]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달리 풀숏을 전면 배치, 시청자가 그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신이 드러나는 풀숏 덕분에 이 작품은 송혜교의 패션 필름 역할도 했다. 이 변화는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귀걸이·목걸이·스카프·머플러·립스틱에 머물렀던 시청자의 시야는 그의 팬츠·스커트·스니커즈로 확장됐다. 송혜교의 전작들에 비해 [태양의 후예] 완판 아이템 중 의류·신발 제품군이 많은 이유다.

물론 이것은 송혜교가 아무렇게나 대충 걸친 것처럼 보이는 각각의 아이템을 노련하게 조합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워싱 티셔츠에 데님 A라인 미니스커트는 편안하되 발랄했고, 면 소재 스트라이프 미니원피스는 간호사복처럼 단아했다. ‘킬힐 대신 슬립온, 가죽가방 대신 에코백’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송혜교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되 적당히 격식을 차린 캐릭터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게다가 작은 체형이지만 ‘장신은 아니되 비율이 좋은’ 몸매를 보여주는 법을 안다. 미니원피스, A라인 미니스커트, 누드톤 킬힐로 무장한 평소의 송혜교는 키가 작은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이상향이다. 송혜교의 20대 중·후반을 꼼꼼하게 기록한 여성복 브랜드 로엠 CF는 이들에게 훌륭한 스타일 교안이었다. 송혜교는 30대에 접어들며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확보, 무엇이든 어울리는 패셔니스타가 됐다. 단 한 명의 스타가 러블리, 페미닌, 로맨틱, 큐티, 클래식, 엘레강스 등의 이미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에서 ‘가성비’라는 또 하나의 무기까지 장착했다.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지점이다. 송중기와의 첫 키스 장면에서 입었던 웨이즈스펠의 ‘마린 블라우스’는 106,000원, 요트 데이트에서 입었던 다홍의 면 원피스는 47,800원이다. 우르크 도착 당시 입었던 루키버드의 린넨 재킷(270,000원)이 그나마 비싼 편이다. 빅토리아베컴의 원피스, 시에로의 티셔츠, 꼼데가르송의 하이탑스니커즈, 셀린느의 핸드백도 착용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중저가 브랜드였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계열 셀린느가 2007년 ‘송혜교 백’을 출시했고, 샤넬이 2011년 ‘2012 봄·여름(S/S) 컬렉션’에 송혜교를 초대했으며, 실질적인 수장 칼 라거펠트가 이듬해 사진전 ‘The Little Black Jacket’의 한국 대표로 송혜교를 선택했을 만큼, 송혜교는 명품 브랜드가 선호하는 스타다. 디올 역시 지난해 ‘2015 가을·겨울(F/W) 컬렉션’에 송혜교의 자리를 마련했다. 재벌 상속녀 오영이었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샤넬 투피스, 샤넬 백, 에르메스 스카프로 치장한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에서는 캐릭터에 어울리도록 중저가 브랜드를 활용했고, 이것은 시청자에게 소비자가 되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최소 백만 원 단위로 예상했는데 십만 원 단위가 검색됐으니 말이다. 단, 장식을 배제한 이런 ‘강모연 스타일’은 송혜교의 얼굴이 없다면 너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캐릭터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하고, 튀지 않으면서도 예쁘며,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싸 보이도록 하는 톱스타에게 안 넘어갈 재간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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