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를 거른 SBS의 선택

2016.03.16
SBS는 tvN [시그널]과 KBS [태양의 후예]를 편성할 수 있었지만 포기했다. 두 작품이 최근 화제가 되면서 SBS의 결정은 새삼 화제가 됐고, 네이버 검색에서 ‘SBS 시그널’을 치면 ‘SBS 시그널 태양의 후예’가 자동완성 된다. ‘드라마, 돈이 전부가 아니다’([스포츠 동아])처럼 SBS의 결정을 비판하는 기사도 나왔다. SBS가 PPL 협찬의 어려움([태양의 후예])과 화제성은 높지만 시청률은 낮았던 장르 드라마의 한계([시그널]) 등 경제적인 이유로 좋은 작품을 놓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SBS가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를 편성하지 않은 대신 방영한 [용팔이]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각각 20.4%, 20.3%(닐슨 코리아 기준)다. 프라임타임대라 할 수 있는 평일 밤 드라마 시청률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처럼 시청률은 10%대 아래지만 마니아를 형성한 장르 드라마도 만들었다. [태양의 후예] 이전에 방영해 초반 가장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는 SBS [육룡이 나르샤]였다. 큰 스케일의 사극인 [육룡이 나르샤]를 만들면서 [태양의 후예]처럼 해외 촬영이 많은 작품의 제작비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를 놓친 것은 아쉽겠지만, SBS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바깥에서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시그널]의 김혜수는 1970년생, SBS [미세스 캅 1]의 김희애는 1967년생으로 세 살 차이다. 하지만 김혜수의 차수현은 오직 일에만 매달리는 형사고, 김희애의 최영진은 일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다. 완성도만 좋다면 어느 캐릭터가 더 낫다고 할 것은 아니다. [미세스 캅 1] 역시 마지막회 15.8%로 시즌 2도 제작됐다. 에피소드 형식의 수사물에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 캐릭터의 결합은 중년 이상 시청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시그널]은 주인공의 로맨스나 가족사를 줄이고, 각각의 사건을 더욱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만큼 사건의 미스터리와 해결은 복잡해졌지만, [시그널]은 비지상파 드라마로는 매우 높은 13.4%의 시청률로 종영했고 화제성은 그 이상으로 컸다. 시청자는 아이가 있는 중년의 수사관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보지만, 결혼하지 않은 40대 중반의 여성 수사관이 미제 사건에 매달리는 것에 더욱 열광했다.

[용팔이]와 [리멤버]는 각각 의학, 법정 드라마에 조폭물과 멜로를 섞었다. 주인공은 재벌 후계자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천재고, 여기에 액션과 로맨스가 더해졌다. 과거와 다른 설정에 기존 드라마의 흥행 코드를 적절히 섞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는 대본 바깥의 영역부터 다르다. 해외 촬영을 하고, CG로 지진을 일으키고, 주인공은 송중기와 송혜교다. SBS는 감당할 수 있는 제작비 내에서 작품을 선택했다. 반면 미니시리즈이면서 130억이 투자된 [태양의 후예]는 지상파 드라마의 일반적인 규모를 넘어선다.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는 CJ E&M과 NEW가 제작했다. 지난 몇 년간 CJ E&M은 적자를 감수하고 콘텐츠에 많은 제작비를 투자했다. 대신 소유한 채널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등을 통해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렸다. tvN [응답하라 1988]의 흥행 이후 출연 배우들은 CJ E&M의 다른 콘텐츠와 CJ 계열 제품 광고에 출연한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수출이 결정되면서 사전 제작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SBS의 결정이 PPL과 시청률에 따른 광고 수익 등 기존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는 새로운 룰을 기반으로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시그널] 같은 수사물도 즐길 준비가 돼 있고, CJ E&M과 NEW는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작품들을 내놓는다. 예능 프로그램까지 확대해도, SBS [일요일이 좋다]는 리얼 버라이어티 ‘런닝맨’과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를 방영 중이다. 반면 CJ E&M의 Mnet은 과거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방식을 들고나온 [프로듀스 101]로 화제를 모았다. 단지 기획안을 선택하는 실무진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응답하라 1988], [프로듀스 101], [시그널]을 계속 제작할 만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육룡이 나르샤]를 제작한 뒤 [태양의 후예]를 만드는 것이 망설여지는가의 차이다. 그 점에서 [시그널]과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지금 드라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SBS처럼 트렌드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은 CJ E&M처럼 다른 수익구조를 갖거나, [태양의 후예]처럼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면서 보다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시청자의 드라마에 대한 기준은 [시그널]이나 [태양의 후예]에 맞춰질 것이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 드라마의 문제는 상업성만 쫓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상업성이다. MBC [내 딸, 금사월]이 아무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해도 그것이 방송사에 큰 수익을 약속할 수 있는가. 아침드라마 시청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설혹 그렇다 해도 그것을 방송사의 수익과 연결할 방법이 있는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시청자가 그것까지 걱정하며 드라마를 봐줄 일도 없다. 시청자가 [응답하라 1988], [시그널], [태양의 후예]를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용팔이], [리멤버], [미세스 캅 2]를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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