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요통 탐험가], 누구나 알아서 아무도 모르는 세계

2016.03.11
인간의 감각이 세상 모든 요소를 관찰할 수 있도록 발달했다면 어땠을까. 강한 태양 빛이 내 피부를 얼마나 태웠는지 바로바로 느낄 수 있고, 지하철 옆 사람의 재채기에 침 몇 방울이 내 콧속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고, 바쁜 식당에서 효율을 위해 반찬 담긴 그릇 위에 또 반찬 담긴 그릇을 쌓아두었을 때 정확히 얼마큼 비위생적이 되었는지 맨눈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생활 그 자체를 견딜 수 있었을까. 세밀한 영역이 가려져 있어 다행이지만 그 전문가의 영역이 삶을 흔들 때, 극복하는 법을 모른다.

그 미지와 전문의 영역이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간다는 모험가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요통 탐험가], 이 이상한 책은 오지 전문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가 자신의 허리 통증을 고치기 위해 이리저리 표류하는 내용이다. 투병기라고 짧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이다. 숱한 농담과 과장이 비장한 웃음을 계속 보탠다. 너무 나간다 싶은 농담도 곧바로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 균형을 잡는다. ‘나의 고통’이라는 그 절절한 사연에서 멀찍이 벗어나 자신을 하나의 캐릭터로 삼는다. 갈팡질팡하는 치료의 여정을 논픽션처럼 취재한다. 에세이의 방향은 늘 그 지점에서 갈리지 않았나. ‘나에게 함몰된 나’는 감정적인 일기 속에 오늘 산화되고 ‘나를 어떤 인물로 삼는 나’는 내일도 읽힐 뚜렷한 형태를 남긴다.

치료원, 접골원, 동물병원(!), 한의원까지 모두가 다르게 진단하고 다르게 치료한다. 그 어떤 곳도 ‘아, 이건 잘 모르겠네요’라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것이 당신을 완치로 이끌 정답이며 이 방식을 믿으라 호소한다. 의학의 ‘밀림’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떠도는 다카노 히데유키는 의학계를 비판하거나 고발하려는 게 아니다. 각자의 방식은 나름의 연구와 합리가 담겨 있다. 그저 작가의 요통을 해결해주지 못할 뿐이다. 몸이 아플 때 우리는 낫는 방법을 모르고, 이곳저곳에서 ‘나는 알고 있지’ 장담한다. 병원도, 구글도, 책도, 방송도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너무 많은 해결법과 너무 많은 서비스와 너무 많은 확신 속에 흔들리는 개인의 근심과 의구심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허리에 집착한 기록이자, 그 집착에서 벗어나는 여정의 기록이다.

이 책의 백미는 (그가 만화주인공 ‘블랙 잭’에 비유한) 정형외과의에게 진찰받는 후반부다. 블랙 잭의 진찰을 통해 작가와 독자 모두 알게 된다. 어딘가 이상한 사람은 또 다른 어딘가 이상한 사람에 의해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음을. 나 자신이라는 오지를 포기하지 않고 탐험할 때 보편적인 허상에서 벗어나 분명한 개인으로서의 답을 찾을 수 있음을. 당신이 조금 이상한 독자라면, 이 이상한 책으로 잠깐이나마 우습고 새로운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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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입니다.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합니다. [책등에 베이다]를 썼고, 아직 이것이 그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책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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