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북미투어에서 생긴 일

2016.02.17
지난 12일 캐나다 밴쿠버 UBC 대학 실내 경기장에서 EXO의 [Exo'luxion] 투어가 있었다. 공연장 주변은 아침부터 모여든 팬들로 북적거렸고, 주차된 차 중에는 국경을 넘어 미국 워싱턴주에서 넘어온 번호판도 보였다. 체육관 관계자가 UBC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대기 행렬에는 다양한 국적의 현지 아시안들이 단연 많았는데, 어반 음악의 성향이 강한 EXO의 특성상 흑인 팬들의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런 팬 구성의 다변화는 지난 5년간 북미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K-POP 팬덤의 변화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7,000여 이상의 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막이 올랐다. 미국 안무가 토니 테스타가 총연출을 맡았던 첫 투어 [The Lost Planet]가 전체적으로 장중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퍼포먼스의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에 신경을 쓴 것에 비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퍼포먼스 디렉터 심재원이 기획한 이번 투어는 한국 아이돌 특유의 생기발랄함과 친근한 매력을 전면에 강조, 팬들과의 교감을 의도한 흔적이 역력했다. 스크린과 조명만을 이용해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단연 상징적이다. ‘EXO 멤버 한 명 덕질해보지 않은 양덕(‘서양 덕후’의 줄임말)은 없다’는 말이 돌았을 만큼 북미에서 EXO의 지명도는 높고, 공연에 어린 팬들이 많이 모여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팀의 특성을 반영한 콘셉트였다. 북미팬들은 ‘중독’부터 최근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불공평해’까지 모든 곡을 완벽히 따라 부를 정도였고, 거의 모든 멤버들에게 고른 환호를 보냈다. 특히 무대를 보고 환호하는 것을 넘어 플로어에서 함께 안무를 따라하며 뛰노는 것은 북미의 한국 아이돌 팬덤이 가진 지역적인 특성이라 할만하다. 공연을 ‘관람’ 이상의 축제로 여기는 북미팬들 특유의 역동적인 관람 매너는 공연 후반을 장식한 EDM-힙합 파트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전반적으로 콘텐츠-퍼포먼스-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잘 짜여진 공연이었다. 다만 돌출 무대가 없어 오로지 메인 무대만이 공연장 한쪽 끝에 배치되었다는 점, 섹터 구분이 없이 스탠딩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빚어져 부상을 우려한 주최 측에서 공연을 두어 차례 중단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첫 북미 투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K-POP 아이돌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진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장 규모 선택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 도쿄 무대의 화려한 구성을 떠올리면 북미팬들로선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무대의 마지막은 EXO의 공연 연습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인 ‘We Are One’이 거듭 강조되고, 영어로 준비된 영상과 코멘트에는 그간 그룹의 부침에도 곁에 남아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다짐 등으로 채워졌다. 무대를 직접 볼 기회가 없는 북미팬들에게 도시의 이름을 외치며 연신 ‘고맙다’, ‘곧 또 오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북미팬들의 눈물을 자연스레 끌어냈다. 그만큼 공연은 북미팬들이 EXO와 원하는 소통을 채워주는 데 집중했고, 이는 절대다수의 마니아라 해도 좋을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형성하는 SM의 공연이 가진 의미를 보여주는 듯했다. 단지 현재의 인기를 확인하고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팬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는 축제. 그 점에서 [Exo'luxion] 투어는 K-POP이 북미에서 가지는 독특한 위상을 흥미롭게 반영하는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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