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블로그], ★★★☆ 꽃보다 인도

2016.02.17

[인디아 블로그]
창작 재연│2016.01.08~02.28│아트원씨어터 3관
작․연출: 박선희│배우: 박동욱, 전석호(에피소드 1), 김다흰, 임승범(에피소드 2)
에피소드 1: 사랑을 찾아 인도로 온 혁진(전석호)과 또다시 인도를 찾은 찬영(박동욱).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둘은 인도의 여러 도시를 함께 여행하게 된다. 그들은 여행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는 중이다.
에피소드 2: 여행을 즐기는 다흰(김다흰)은 뉴델리 기차역에서 승범(임승범)을 만난다.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온 낯선 인도에서의 적응에 힘겨워하는 승범은 다흰과 함께 여행하게 된다. 둘은 만나고 헤어지면서 각자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 이곳이 바로 인도 한복판
당장 네이버 검색창에 ‘인도 한 달 여행’만 쳐봐도 수백 개의 블로그가 쏟아진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도 그 블로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포스팅이 그러하듯 스토리는 여행의 루트를 고스란히 따르고, 사진과 영상이 그때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게스트하우스나 교통편, 음식 등의 여행팁도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연극은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관객을 여행, 그리고 작품의 일부로 만든다. 그야말로 인도 한복판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의 연극.

Theme: 여행, 가장 소소하면서도 가장 거창한 이야기
많은 소재 중에서도 여행은 시·공간이 제한적인 무대에서 공연되기 쉽지 않고, ‘여행’ 자체에 초점을 둔 경우라면 더 어렵다. [인디아 블로그] 역시 ‘모르는 사이였던 두 남자가 함께 여행을 하며 친해진다’ 외에는 극적인 사건도, 다이내믹한 변화도 없다. 그러나 많은 여행이 그러하듯 이들은 길에서, 기차에서, 사막에서 사소하다 느낀 감정의 실체를 마주한다. [인디아 블로그]는 극장의 한계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대신, 배우와 관객이 하나의 정서를 공유하며 여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한다. 특히 재공연을 위해 한 번 더 인도에 다녀온 배우들은 지난 시간의 변화를 극에 투영해, 같지만 다른 연극으로 만들었다. 여행은 도시와 사람, 시간의 영향을 받으며 수없이 많은 서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디아 블로그]는 이런 여행의 특수성을 반영함으로써 여행 연극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Direction: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관객 스킨십
[인디아 블로그]가 마치 내 여행기처럼 느껴지는 데는 관객과의 밀접한 스킨십이 큰 역할을 한다. 연극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며 입구에서부터 벽, 무대에 이르기까지 극장 대부분의 공간을 인도에서 공수해온 의상과 소품으로 꾸몄다. 티켓부스에서는 찻잎을 주고(지난 공연에서는 실제로 짜이를 끓여서 줬다), 극장에서 옅은 향신료 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스태프는 터번을 쓴 채로 공연을 준비하고, 배우들은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지만 관객이 편안하게 극에 빠져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셈이다. 여기에 객석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버스킹 현장 등으로 설정해 함께 소원을 빌고 노래를 부르며 배우와 관객, 공간과 극 사이에는 깊은 유대감이 생긴다. 이러한 관객 스킨십은 소극장 무대에서 자주 시도되는 연출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현실과 극의 분리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인디아 블로그]는 철저히 ‘여행’이라는 콘셉트 안에서 움직이며 100분간의 현실도피를 이뤄낸다.

Actor: 작가이자 연출이며 뮤지션인 배우
박선희 연출과 네 배우는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친 후 공동창작 방식으로 [인디아 블로그] 시즌1·2, [터키 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를 만들었다. 이들이 실제 여행객 자격으로 느낀 감정과 경험은 극에 자연스레 담겼고, 여행지에서 만들었던 노래들은 다시 무대에서 불려졌다. 덕분에 역할과 배우의 간극은 최소화되었으며, 단둘인 무대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좋은 호흡이 객석으로까지 전달된다. 특히 에피소드 1에는 tvN [미생]에서 안영이(강소라)를 괴롭히던 하 대리 역의 전석호가 출연하는데,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푸석푸석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사막에서 90년대 음악을 듣는 모습은 [미생]과 극단적으로 달라 흥미롭다. 스토리부터 배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 맞닿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인디아 블로그]는 꾸며진 이야기와 과장된 연기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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