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이다│② 쯔위 사태부터 EXID의 진출까지, 중국이 바꾼 한국 연예계의 풍경 5

2016.01.26
걸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한국에서 있었던 논란에 대해 중국어로 사과 영상을 찍은 것은 지금 중국이 한국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중국이 한국 연예계의 엄청난 시장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중국 자본이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늘면서 거의 모든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들은 중국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쯔위 사건처럼 그 영향력을 대중이 실감하고 있다. 중국, 정확히는 중국 자본이 변화시키고 있는 다섯 가지 한국 연예계의 풍경을 정리했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예능·드라마도 중국의 정치·사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쯔위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제작진이 미리 준비한 소품을 흔든 것뿐이었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가수 황안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 ‘대만 독립 분자’로 몰아가며 논란이 커졌고, 중국 네티즌들은 쯔위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 홈페이지를 마비시킬 만큼 거세게 항의했다. 중국에서 JYP 가수들의 행사가 취소됐고, 결국 대만 출신 쯔위는 한국에서 찍은 방송 때문에 중국에 사과하는 영상을 찍어야 했다. 10대 소녀가 잠깐 자신이 태어난 곳의 깃발을 든 것만으로 JYP가 난리 날 정도의 일이 벌어졌다. 이제 한국 TV 프로그램은 중국에 대해 다룰 때 과거보다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KBS [무림학교]에서는 땔감이 부족한 윤시우(이현우)와 왕치앙(홍빈)이 중국 돈을 태우는 장면을 방영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중국 화폐에는 제1대 주석 마오쩌둥의 얼굴이 있고, 중국 법규상 화폐훼손은 위법행위다. [무림학교] 측은 빠르게 대응에 나서며 VOD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무림학교]는 중국 등지에 수출하기 위해 반사전제작과 중국, 태국 등의 다국적 캐스팅을 했고, 홍빈이 속한 그룹 빅스는 이미 중국에 진출한 상황이다. 이미 드라마 시장은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제작비가 조정될 만큼 의존적인 상황이 됐고, 아이돌 역시 중국진출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쯔위와 관련된 소동 전에도, 한국의 연예계는 이미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빅뱅은 12월 31일에 중국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빅뱅은 지난해 한국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12월 31일 중국의 [2015-2016 후난위성TV 연말 특집쇼]에서 볼 수 있었다.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개최하는 이 콘서트는 중국 전역에 방송돼 약 11억 명이 시청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신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2003년 첫 방송 이후 신년 특집 프로그램 중 매해 시청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많다. 올해는 황샤오밍, 모원웨이, 리위춘, TFBOYS 등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들이 출연했고, 빅뱅은 1월 1일 0시 카운트다운 전 마지막 순서로 출연해 ‘뱅뱅뱅’ 등을 불렀다. 이 프로그램에는 빅뱅 외에도 아이콘, f(x)의 빅토리아 등도 출연했다. 현재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 한 가요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한국을 포기하고 갈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회에 홍보를 해야 마켓 자체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빅뱅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후난위성TV의 웨이보 계정이 1위로 오를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론 대형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가요관계자는 “한국에서도 S급이어야 중국에서 잘 통한다”고 말했다.

예능 PD들이 한국에서 안 보인다.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중국에 있다고 답한다.” 한 MBC PD의 말은 요즘 예능계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에 포맷이 판매된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의 김형오 PD는 “한국 예능 제작진들이 대거 중국에서 활동한다. 유명한 PD들도 있고, 그분들 밑에 있는 프로덕션 PD, 후배 등을 다 끌고 중국으로 간다”고 말할 정도.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MBC [일밤] ‘아빠! 어디가?’, MBC [일밤]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등 최근 예능 포맷 수출이 늘면서 제작진들 역시 플라잉 PD(원작자로 제작에 참여하는 PD)로 중국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김영희 PD는 아예 중국에 진출해 [폭풍효자]와 같은 새 프로그램을 런칭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은 “한국에서는 제작비 때문에 ‘이건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중국에서는 가능하다”(김형오 PD)고 말할 만큼 거대하다. 예능 프로그램 협찬이 한국에서는 몇억 단위에서 움직인다면 중국에서는 몇백 억 단위로 뛰고, 그만큼 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 PD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데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국제콘텐츠콘퍼런스 2015’에서 이명한 CJ E&M tvN 본부장 역시 “인터넷 방송 [신서유기]가 한국에서 본편과 부가 영상을 합쳐 시청 건수 5,000만 건을 기록해 당초 목표치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렛츠고 시간 탐험대]의 중국판은 8억 명이 시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엄청난 시장 규모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예능 PD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시장대응에 느린 편인 지상파 방송사까지 해외제작부를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다.

EXID가 중국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지난 11일 걸 그룹 EXID는 바나나 프로젝트와 중국매니지먼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바나나 프로젝트는 중국의 최고 부자로 자리매김한 완다 그룹 왕젠린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사로, 티아라의 중국 진출을 돕기도 했다. 이로 인해 EXID의 일부 팬들은 “중국에 EXID를 판 것 아니냐”는 비판을 했고, EXID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는 공식팬카페에 이를 해명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EXID는 지난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패션크라우드챌린지 2016’에 참석하는 등 이미 중국 활동이 늘어난 상태. 한 가요관계자는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걸 그룹의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일본 AKB48 쪽에서 사용권 계약을 맺고 만든 SNH48이 성공을 거두면서 걸 그룹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에 직접 투자하는 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가요관계자는 “바나나 프로젝트에서 왕쓰총과 일하는 사람들은 M&A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왕쓰총과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들이다. 아마 EXID 등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중국과 한국 아이돌과의 계약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한국 드라마가 100% 사전 제작을 한다.
한국 드라마는 상당수 제작 일정에 쫓긴다. 이 때문에 촬영 도중 작가가 실시간으로 대본을 써서 제작진에게 보내는 ‘쪽대본’까지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KBS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등 100% 사전 제작을 이미 했거나 제작 중인 드라마만 5편이다. 작년 4월 중국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라디오, TV, 영화산업 등을 관리감독 하는 기구)에서 사전심의제도를 발의한 이후의 일이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대략 방영 60일 전 작품 전편을 심의 신청해야 한다. 물론 100% 사전 제작을 하면 방영과 함께 제작하는 드라마에 비해 제작 기간이 늘어나 제작비가 증가한다. 그러나 사전제작을 해서 미리 심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동시방영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한국보다 중국에서 드라마가 늦게 방영되면 그 작품은 중국에서 불법영상으로 돌아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게 된다. 규제조치가 발의되고 난 다음 중국에 팔린 SBS [하이드 지킬, 나] 경우 일반적인 경우의 1/3 수준인 10만 달러로 가격이 급락한 사례도 있다. 반면 2월 방영될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으로 중국심의를 받는 중인 것은 물론, 제작사 NEW에 따르면 “중국 판권비, 국내 방영비, PPL 등으로 120억 원의 제작비를 거의 회수”한 상태다. 한국 드라마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쪽대본 문제가 중국의 사전심의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자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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