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피], ★★★ 오케스트라라는 가장 보편의 직장

2016.01.06

[오케피] 
라이선스 초연│2015.12.18 ~ 2016.02.28.│LG아트센터
작: 미타니 코키│연출: 핫토리 다카유키│연출: 황정민│배우: 황정민‧오만석(컨덕터), 서범석‧김태문(오보에), 박혜나최우리(바이올린), 윤공주‧린아(하프), 최재웅‧김재범(트럼펫), 김원해‧김호(비올라), 육현욱‧이승원(기타), 정상훈‧황만익(색소폰), 송영창‧문성혁(피아노), 백주희‧김현진(첼로), 남문철‧심재현(드럼), 이상준(바순), 정욱진‧박종찬(퍼커션) 
줄거리: 뮤지컬 [Boy Meet Girl]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로 연주자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격조 높은 서곡이 연주되면서 본격적인 뮤지컬 공연이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한 클래식함과 우아함도 잠시, 공연을 하는 동안 오케피에서는 관객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터진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100% 리얼한 현장 속에서 과연 그들은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 누가 보든 재밌다
최근 한국에서 공연되는 대극장 뮤지컬은 유럽 사극이거나 진지한 성향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30년 넘게 일본의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에서 끊임없는 웃음을 발굴해온 미타니 코키의 [오케피]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12인조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기를 다룬다는 것 외에는 일반 직장인과 다르지 않고, 한정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은 쉬지 않고 웃음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뮤지컬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설정 덕분에 뮤지컬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장르에 대한 풍자나 패러디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미타니 코키 특유의 장점을 살려낸 1막에 비해, 2막은 주제 전달에 대한 강박으로 급격히 지루해져버렸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Play: 가장 보편의 직장드라마
[오케피]는 한 편의 직장드라마다.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상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극에는 자신의 경험을 대입할 만한 상황과 감정이 많다. 열악한 근무환경부터 불성실한 피드백까지 광범위한 일에 대한 불만, 똑같이 반복되는 업무에서 파생된 매너리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조직 내 얽히고설킨 애정사.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통해 관계와 감정, 인간에 대한 보편성을 획득해온 미타니 코키 특유의 작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통했다. 여기에 [오케피]는 정해진 룰대로 살아가는 인물에게는 오케스트라 튜닝의 기준이 되는 오보에를, 모두를 살뜰히 챙기지만 존재감은 다소 미비한 인물에게는 튀지 않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결을 섬세하게 고른다. 특히 선입견이 유난히 많은 클래식 악기는 ‘고정관념에 가려진 실체’라는 주제를 풀어내기에도 탁월하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이라고 다 재밌는 것은 아니”라거나 “말로 하면 30초면 끝날 걸 노래로 하니까 ‘짜증 난다’는 걸 5분간 하고 있다” 같은 뮤지컬에 대한 대표적 불만을 초반에 배치해 관객과의 거리를 확 좁혀나가기도 한다. 공연시간 180분 중 단 한 번도 웃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적인 뮤지컬의 등장.


MUSIC: [오케피]가 뮤지컬인 이유
극 안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고, 솔로곡들은 캐릭터의 악기를 도입부에 배치해 해당 악기가 가진 본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메인 테마의 반복이나 대조적 멜로디로 상황과 감정을 선명하게 표현해주는 부분도 있다. 대표곡인 ‘오케피’는 함께 박수 치고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쉽고 흥겨우며, 18인조 오케스트라는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음울한 연주로 극장의 공기를 바꾼다. [오케피]는 사실 연극적 성향이 강해 음악보다 대사에서 표현되는 것들이 훨씬 많고, 멜로디 전개가 낯선 몇몇 곡과 입에 잘 붙지 않는 가사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 피트에 대한 픽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주 중인 실제 오케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라이브 연주라는 행위 자체를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오케피]가 ‘뮤지컬’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ACTOR: ‘레어템’ 희극연기
뮤지컬 배우의 희극연기는 ‘레어템’에 가깝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이 드물기 때문인데, [오케피]는 장르적으로 코미디인 데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상황과 액션이 많아 배우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그 결과 주로 진지한 역할을 맡아온 배우들의 변신이 단연 눈에 띈다. 최재웅은 허세와 투덜거림, 바람기 다분한 트럼페터를 통해 무대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의 허허실실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윤공주가 맡은 하피스트는 해맑게 베푸는 과잉 친절 덕에 많은 남자를 헷갈리게 해 모두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캐릭터. 하지만 그는 과장된 몸짓과 말투 등으로 스스로를 웃음의 소재로 쓴다. 특히 [오케피]는 ‘뮤지컬을 공연 중인 뮤지컬’이라는 형식적 특수성 덕분에 실재와 가상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가 하란 대로 다 해야 되냐. 뮤지컬 배우들 저것들 나쁜 것들”이라 말하는 뮤지컬 배우를 보는 아이러니라니. 여러모로 흔치 않은 기회다.




목록

SPECIAL

image 반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