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태론 애저튼, 귀여운 우량주

2015.12.17

상품 설명
될성부른 떡잎은 예고편부터 알아본다. 영화 [킹스맨] 예고편에 등장한 낯선 얼굴을 점찍었던 분들은 자신의 안목에 좀 우쭐해도 되지 않을까. 영화 개봉일이 되어서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태론 애저튼은 2015년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으로 떠올랐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콜린 퍼스 옆의 쟤는 구야? 갸웃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입 모아 말한다. 태론 애‘거’튼이 아니라 애‘저’튼이라고요!

태론 애저튼은 영민하고 여유롭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려 애쓰지 않는다. 방황하는 어린 소방대원을 연기한 드라마 [더 스모크]에서도, 사려 깊은 남동생 역을 맡았던 [청춘의 증언]에서도 그의 연기는 폭발적이기보다는 섬세하고 영리했다. 빠른 흐름의 스파이 액션물인 [킹스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존재감 강한 선배 배우들에게 맞서기보다는 신선한 얼굴의 어린 멘티라는 매력적인 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택했다. 스크린 밖에서는 한술 더 떴다. 영화를 홍보해보라는 주문에는 멋진 콜린 퍼스가 나오니 서두르라고 애교를 떨고 원작 코믹스에 비해 영화 속 에그시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평에는 자신이 타고나길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이쯤 되면 아이돌 그룹의 막내 뺨치는 성공적인 포지션 선정 능력이다.

자신이 귀여운 걸 알아도 너무 잘 아는 태론 애저튼의 자신감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던 대중과 언론도 금방 감을 잡았다. [킹스맨]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차세대 액션 스타가 아닌 활달하고 친근한 매력의 웨일즈 출신 재간둥이가 남았다. 서둘러 어른이 되려는 마음이 없는 느긋하고 행복한 소년처럼, 태론 애저튼의 행보는 첫 영화의 흥행 이후에도 차분하다. 쌍둥이 갱스터를 홀로 소화해 낸 톰 하디의 존재감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 [레전드]에서는 인상적이지만 비중 적은 조연이다. [킹스맨]의 감독 매튜 본이 다시 제작을 맡은 [에디 더 이글]에서도 코치를 맡은 휴 잭맨과 함께다.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을 다룬 다음 작품에서는 또래 배우들과 주연 자리를 공유할 예정이다. 어디에서도 서둘러 입지를 굳히려는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이 확정된 우량주의 여유로움이라면 몰라도. 그럴 법도 하다. [킹스맨]으로 얼굴은 이미 알렸겠다, 연기 학교 시절부터 소문이 자자했다던 연기력도 든든하게 갖추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이렇게 쓰라고 자신의 스파이 코드명을 ‘웰시 드래곤’으로 미리 정해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지금의 태론 애저튼에게는 이런 응원이 어울린다. 웰시 드래곤이여 날아올라라!

성분 표시
웨일즈 50%

태론 애저튼은 원래 태란 애저튼이 될 예정이었다. 웨일즈어로 ‘태란’의 뜻은 천둥. 웨일즈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실수였지만 독특해서 마음에 든다는 그는 고향 웨일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고향 마을 이름을 읽는 법을 가르쳐줄 때면 흐뭇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웨일즈에서 초청이 들어오면 꼭 참여한다. 얼마 전에도 [레전드]의 런던 프리미어 대신 고향의 축제에 참여했을 정도. 간만에 말쑥한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의 애정 어린 원성이 쏟아졌지만 태론 애저튼은 못 간다고 전하라는 트윗 하나만을 남긴 채 자다 깬 동네 총각 같은 모습으로 고향 음식을 즐겼다.

화술 30%
어휘가 풍부하고 말을 잘한다. 액션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한 신인 배우에게 붙기엔 다소 특이한 칭찬 같지만 태론 애저튼의 인터뷰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다. 화술만 좋은 게 아니라 내용도 좋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면서도 눈치를 보지는 않는다. 자신이 연기한 [더 스모크]와 [킹스맨]의 주인공들에게 ‘차브’라는 꼬리표가 붙자 그는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분명하게 유감을 표했다. [킹스맨]이 개봉한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을 야무지게 지적하기도 했다.

콜린 퍼스 20%
[킹스 스피치]로 만나 콜린 퍼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제프리 러쉬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태론 애저튼이라는 호적수가 등장했으니. [킹스맨]이 맺어준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강력했다. 인터뷰 자리마다 주거니 받거니 칭찬이 늘어지는가 하면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머그컵을 선물했다느니, 밤이면 문자를 주고받았다느니, 일화들도 끝이 없었다. 혼자만 너무 짝사랑하는 듯 보여 민망하니 이제 콜린 퍼스 얘기는 자제하겠다는 태론 애저튼의 최근의 다짐도 영 신빙성이 없다. 일단 트위터 헤더부터 바꿔야 믿어주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취급 주의
다시는 오타쿠를 무시하지 마라

“구글이랑 아이튠스라는 놀라운 발명품들이 있거든요.” 유명한 영국 토크쇼 진행자 조나단 로스의 아기 취급에 태론 애저튼은 재치 있게 반격했다. 옛날 [007]을 본 적이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진지하게 픽사의 애니메이터를 꿈꾸었던 그는 좋아하는 영화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꼽을 정도로 가리는 장르가 없고 모르는 영화가 없다. 젊다고 얕잡아 봤다간 자부심 강한 씨네필의 발끈하는 대답이 돌아올지도.

빠른 입금 부탁 합니다
에그시 어디 갔어? [킹스맨]을 보고 나서 곧장 검색창을 켠 사람들은 당황하면서 외쳤다. 평소 운동보다는 맥주와 피자를 즐긴다는 태론 애저튼은 아디다스 점퍼를 벗어 던지자마자 금세 토실토실한 옆집 청년으로 돌아왔다. 이 모습도 귀엽지만 날카로운 첫 턱선의 추억을 잊지 못해 아쉽다면 [킹스맨 2]가 다가오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입금의 힘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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