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폐쇄를 둘러싼 다섯 가지 주장

2015.12.07
소위 ‘골뱅이(만취 상태나 약물 등으로 인해 의식을 잃은 여성을 강간하는 일)’나 ‘몰카’ 등 범죄 행위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던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제 시민단체 아바즈에 청원된 소라넷 폐쇄 청원서에는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고, 결국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이 사이트 폐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소라넷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소라넷 폐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과, 이에 대한 맥락을 짚어보았다.
 

1. 소라넷 폐쇄는 ‘성인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소라넷이 실질적 범죄와 범죄 모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라는 점이다.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 팀의 자체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소라넷에 게시된 몰카 게시물은 약 4만 1,400건으로 올 상반기에만 약 5,090건의 몰카가 게재됐고, 평균 2건의 ‘골뱅이’ 모의 글이 올라왔다. ‘골뱅이’는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골뱅이’라며 ‘초대남’을 모집한 경우 상황에 따라 미수와 기수(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여 완성한 것)가 달라지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4조의 특수강간죄에 해당한다. ‘몰카’ 역시 판사의 종합적인 판단하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것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범죄 행위다. 소라넷 운영자는 해당되는 불법적인 게시글들에 대해 “해당 게시물을 즉각 삭제조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 팀이 트위터에서 공개한 캡처들은 이런 범죄 행위들이 소라넷 안에서 범죄라는 인식 없이 지속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으며, 사이트 단위에서 해당 사건들에 대한 가시적인 제재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라넷은 11월 30일 몇몇 게시판을 폐쇄했지만 지금까지 범죄가 이루어졌던 게시판을 방조한 책임은 여전히 있다. 24일 ‘훔쳐보기’ 게시판을 폐쇄한 후 메인 창에서 접속되는 경로만 없앴을 뿐 게시판 자체는 남겨두어 다음 날 바로 ‘몰카’가 올라오기도 했던 과거의 행적에 비추어 볼 때, 게시판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적잖다. 그러므로 성범죄를 통해 만들어지는 불법 음란물과 이를 방조한 소라넷과 같은 사이트에 대한 처리가 온전히 이루어지고,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한 성인이 촬영과 유포에 동의한 상황에서 제작된 성인물이라는 전제가 합의된 후에야,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성인의 볼 권리’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2.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도 미국 등 해당 국가에서는 합법인 곳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공권력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소라넷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서버가 있는 해당 국가에서는 합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수 포르노(보복 포르노)’라 불리는, 개인적으로 촬영한 성관계 혹은 성적 영상 기록물을 유포하거나 제공하는 일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이다. 일본과 영국은 각각 2014년 11월과 2015년 2월 ‘복수 포르노’와 관련된 법을 통과시켰으며, 미국에서도 26개 주에서 이를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영상 기록물을 유포하는 경우는 해당 국가들에서도 불법이며, 지난 4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에게 18개월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사법적 처리와 사이트 폐쇄를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미국과도 사이트가 폐쇄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국회 안전행정위원회)”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미국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일본 등 30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28개국과 형사사법 공조 조약을 체결한 상태다(2011년 기준).

3. 경찰청장이 소라넷 처벌에 대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소라넷 운영자가 서버를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소라넷 서버는 과거에도 계속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서버가 호주와 캐나다에 있다고도 하고, 2004년 ‘일망타진’ 수사 당시에는 “서버가 일본에 있어 사이트 폐쇄가 불가능”했으며 “몇 달 뒤 미국으로 서버를 옮겼”([한국일보])다고도 한다. 실제 소라넷 서버의 소재와 움직임은 실질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경찰 외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서버가 옮겨질 가능성 역시 경찰에서 책임을 지고 수사하고 추적해야 할 부분이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 측은 이에 대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소라넷 서버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먼저 판단하기보다는,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4. 소라넷을 폐쇄하면 비슷한 사이트들이 생겨나는 ‘풍선 효과’가 있다?
분명 해외에 서버를 둔 채 포르노를 제공하거나 ‘몰카’ 등이 올라온다고 제보된 음란물 사이트들은 소라넷 외에도 존재하며, 이용자들이 소라넷 폐쇄 이후 다른 사이트로 ‘망명’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라넷의 폐쇄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점인 것은 사실이다. 이미 소라넷과 비슷한 불법 사이트들을 목록화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또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질의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 측에서도 소라넷과 유사한 불법 음란물 사이트 등에 대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만,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표적인 사이트인 소라넷 이후에도 계속해서 경찰에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풍선 효과’가 걱정된다고 해서 당장 실질적으로 범죄가 이루어지는 사이트를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며, 소라넷의 폐쇄는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의 시작일 뿐이다.

5. 소라넷을 폐쇄하면 다른 사이트들에 대한 사찰이 가능해지는 등 표현의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
종종 소라넷은 ‘일베와 동급이기 때문에 없애야 하는 사이트’로 여겨지고,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의 힘으로 소라넷을 폐쇄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다른 사이트들에 대한 사찰이나 폐쇄 요청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먼저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와 소라넷은 실제적인 범죄 여부라는 측면에서 명확히 구분한 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화와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도덕성의 영역이며, 이를 회복하는 것은 운동의 차원이다. 그러나 소라넷은 범죄가 실천되고 이에 대한 증거가 공유되는 범죄 현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찰력의 수사가 필요해진 영역이다. 우선적으로 의견에 대한 사찰과 수사를 구분하여 소라넷 문제에 접근해야만, 현재 우려되고 있는 사이트 사찰과 폐쇄에 대한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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