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무도스타’ 박명수를 죽인 날

2015.11.11

박명수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웃음 사망꾼’ 선고를 받은 것은 예정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올해 시작한 KBS [용감한 가족]과 JTBC [연쇄 쇼핑가족]은 폐지됐다. 남아 있는 세 편의 예능 프로그램 중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투게더]는 유재석과 함께 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박명수에 대해 “너(유재석) 없인 아무것도 못 하는 애”라고 말한 것은 농담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이 농담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는 사실 자체다. 박명수가 [마리텔]에서 편집도 심의도 불가능한 인터넷 생방송을 한 것은, 그를 잔뜩 놀릴 준비가 돼 있는 시청자들에게 스스로를 공양한 것과 같았다. 

[무한도전] 초기 정형돈이 ‘웃기는 거 빼고 다 잘하는’ 캐릭터가 된 것은 방송 안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이 잡아낸 캐릭터였다. 반면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이한 지금, 예능인을 평가하는 것은 인터넷의 시청자들이다. 박명수와 유재석의 관계나, 그가 ‘1인자’로서 갖춰야 할 진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젊은 층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박명수가 [무한도전] 가요제 파트너였던 아이유에게 노래를 ‘까까까까까’로 같은 EDM 스타일로 편곡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출연자들이 분위기를 띄우면서 웃기는 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박명수가 아이유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논란이 일었고, 일부 시청자는 박명수의 SNS에서 그를 비난했다. 예능인들은 이제 편집도 심의도 없는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잼’(재미)과 ‘노잼’(재미없음)을 평가받는다. 

그들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박명수의 EDM은 비난의 대상이 됐고, 이 맥락 속에서 그가 [마리텔]에서 EDM을 가르치는 것은 인터넷의 반응을 무시하는 고집이 돼버렸다. 오세득 셰프가 [마리텔]에서 하는 말장난은 그 자체로는 철 지난 유머다. 그러나 그것이 인터넷 방송 시청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른바 ‘아재 개그’로 통용되는 순간, 그의 방송 시청자들은 이 농담으로부터 자신들의 반응까지 이어지는 의도된 ‘노잼’을 즐긴다. 박명수가 [마리텔] 출연 당시 하고 싶다던 “소통”은 인터넷 방송 채팅방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청자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EDM을 몇 분 동안 멘트 없이 틀었다. 하던 대로 EDM을 틀고, 쪼쪼댄스를 추고, 이승철 노래를 하고, 겨울비가 내리는 날 ‘입추’로 이행시를 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앞에 선 세상은 과거와 달랐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WWE에 SNS까지 이어지는 인터넷 문화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사전 약속된 각본으로 진행된 이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인터넷의 팬들이 온갖 반응과 예측을 쏟아냈고, 심지어 WWE가 의도한 방향과는 정반대의 반응까지 빈번하게 일어났다. 각본상 잘하는 것을 못한다고, 못하는 것을 잘한다고 넘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금 WWE는 인터넷의 반응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만족시킬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다. 한국의 예능인들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 안에서는 웃기는 캐릭터로 활약하던 박명수가 [마리텔]에서 자신의 예능에 대해 철저하게 평가받고, [무한도전]은 그것을 다시 소재 삼아 그의 ‘웃음 장례식’을 치른다. 쇼 안에서 예능인들이 지금 얼마나 잘 웃기고 있는지 평가하고, 아이템이 ‘잼’인지 ‘노잼’인지 판단한다. 물론 박명수는 그를 활용할 줄 아는 [무한도전] 안에서 계속 웃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 바깥의 세계에서, 그는 지금 ‘웃음 재활’이 필요한 존재가 됐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를 열었을 때, 예능 프로그램 시청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창조성이 뛰어난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주 [마리텔]에서는 연출자 박진경 PD가 제시한 다음 주 출연자들에 대한 단서를 팬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빠르게 풀어냈고, 단서가 의미하는 장소에 가서 박진경 PD를 직접 찾아내 답과 선물을 받아갔다. 지금 방송에서 놀라운 무엇은 천재 연출자의 기획만이 아니라, 그에 반응하는 시청자들의 합으로 이뤄진다. 그렇게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끝났다. 그리고 새 시대의 이름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잼’과 ‘노잼’의 평가 앞에 섰다는 사실뿐이다. 

글. 강명석
사진 제공. MBC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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